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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06. 2023

여성은 왜 비혼을 추구하는가

장류진 단편 '연수'

[문학칼럼] 장류진 단편 '연수'에서 보는 여성은 왜 비혼을 추구하는가

민병식


장류진(1986 -   )작가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을 수료했다. 7년간 IT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2018년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으로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수상경력으로는 2020년 제11회 젊은 작가상을 비롯, 심훈 문학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이 단편은 2021년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으로 작가의 직장생활 경험이 투영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인공 이주연은 좋은 법무법인에 취직해서 경력을 성실히 쌓아가는 회계사이고, 비혼주의자다. 주연은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 대학입시, 취업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다.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강제로 결혼정보회사에 몇 백만원'씩이나 들여서 가입시키고, 결혼을 시키고 싶어 한다. 주연이 딱 하나 못 하는게 있는데 바로 운전이다. 운전대만 잡으면 식은땀이 나고 힘들다. 면허 시험 때 사고를 낸 경험도 있다. 때마침 회사에서 받은 성과급으로 외제차를 샀는데 회사가 가까운 거리임에도 좀처럼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주연맘’이라는 이름으로 가입한 맘 까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강사를 알아내고 연락을 해서 연수시간을 잡는다.

운전 연수 강사는 50대의 몸집이 정말 작은 중년 여성이다. 카톡 프로필을 보면 그녀의 딸이 테니스 선수인 것을 알 수 있다. 운전 연수를 정말 잘 하기는 하지만, 주연은 자신과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바로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아침부터 연수를 받으면 남편 밥은 미리 차려주고 나오냐는 등의 질문을 하고, 연수를 받기 전에 교육생의 성격을 미리 파악한다고 혈액형을 정보를 받는것 등 주연은 자신과 비슷한 범주의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고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연히 선생님의 휴대폰 바탕화면에서 테니스 선수 사진을 보게되고 선생님이 소녀의 얼굴을 두어번 문지른 뒤 휴대폰 케이스에 넣는 것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린다.


“내 오십 평생, 오늘이 가장 기쁜 순간이다."

CPA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때 엄마가 내게 한 말이었다. 그 전에도 엄마의 삼십 평생, 사십 평생에 가장 기쁜 순간들은 나로 인해 만들어졌다. 내가 반에서 일등을 하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장학금을 받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 법인에 입사할 때마다,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 차례로 갱신되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겨우 이런 일이,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되어 버리는 일이, 일생의 가장 기쁜 순간씩이나 되는 그런 삶은 결코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본문 중에서



운전 연수 시간을 연장하겠다는 '나'에게 선생님은 그럴 필요 없다며 이젠 운전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마지막으로 회사까지 출근길을 혼자서 가 보라고 한다. 뒤에서 함께 따라가며 봐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혼자서 차를 몰고 회사로 가는 첫 길에서 '나'는 차선을 잘못 들어서 당황하지만, 선생님이 뒤에서 내가 차선을 바꿀 수 있게 다른 차들을 막아준다.

주인공의 엄마와 운전 연수 선생님, 주인공 모두 여성이지만 엄마와 선생님은 자녀가 있고, 주인공은 비혼주의자다. 주인공은 엄마나 운전 선생님처럼 자녀 들의 성공을 본인의 성공으로 착각하며 기쁨이라고 말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지금도 결혼과비혼의 선택이 있다. 그런데 왜 비혼의 여성 들이 증가하는가. 정답은 삶이 팍팍하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살림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잘못된 생각, 남자가 도와줘야 한다는 말 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남녀 모두 공동이다. 당연히 가사와 육아를 똑같이 분담해야 하는 게 맞다. 아이를 낳고 회사에 돌아오면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경력 단절의 사회에서 이 시대의 여성은 당연히 비혼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 나는 그러한 시각을 극히 꼰대적 시각이라고 판단한다. 여성이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이해하려는 시각이 먼저 아닌가. 지금까지 이 사회의 남아선호사상이 그렇게 만들었고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관습이 그리 만들었다. 이젠 여성들의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 어머니의 삶과는 다른 것이다. 오로지 빨래 더미와 기저귀와 싸우면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시대, 사회적 성공을 성취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즐기며 함께 분담하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당연한 권리 아닌가.

사진 전체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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