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칼럼12(한국 문학)

박완서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보는 부끄러움이란 무엇인가

by 한결

[문학칼럼] 박완서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보는 부끄러움이란 무엇인가

민병식


박완서(1931-2011)작가는 작가정신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분이다. 분단 현실, 여성문제, 자본주의 체제, 한국 사회의 갈등,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여성작가의 지평을 확대함으로써 박경리 선생과 더불어 한국 근대소설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대표작으로 ‘나목’,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 셀 수없이 많고,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상 등을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이 작품은 1930년대 태어나 전쟁을 겪은 후 1970년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세 번의 결혼을 한 후 고향인 서울로 오게 된 주인공인 ‘나’ 는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한다. 사업 상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남편을 수발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날 여고 동창들에게 전화가와 달갑지 않은동창회에 참석하게 된다. 여고시절 동창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하고 나는 세 번 째 남편과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후취 자리로 간 첫 번 째 남편은 시골의 부농이었지만 무식한 사람이었다. 밥은 굶지 않았으나 애를 못 낳는 다는 이유로 집을 나오고 이혼한다. 두 번째 남편은 지방대학 강사였는데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아이도 생기지 않았고 정이 떨어져 이혼했다. 세 번 째 남편은 돈을 밝히는 사업가로 속물이다. '나'에게 동창들의 남편 중에 고관대작이 있는가 알아보라고 할 정도다.


친구들과 함께 잘사는 동창인 경희의 집에 가게 되는데, 주인공은 잘사는 경희가 전혀 부럽지 않다. 사업하는 남편을 보필하려면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받고 잘사는 친구와 잘 지내라는 현 남편의 강권에 일본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어느날 일본 관광객 들이 잘 차려입은 우리나라 관광 안내원(관광 가이드)을 따라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안내원은 종로 한 복판에서 관광객 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소매치기에 주의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나는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 주위에는 많은 학생들이 출렁이고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론 모자라 ×× 학원, ○○학관, △△학원 등에서 별의별 지식을 다 배웠을 거다. 그러나 아무도 부끄러움을 안 가르쳤을 거다.’

- 본문 중에서 -


주인공은 밀집한 학원 간판 사이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휘날리고 싶어진다.


작품의 주인공에게 서울은 급격한 근대화의 과정에 놓여있는 분주한 일상의 공간으로 비쳐진다. 그곳은 오로지 물질주의로 가득 차 있고 그곳에는 남편과 동창 등이 펼쳐 보이는 가식으로 점철된 위선만 존재할 뿐이다. 주인공은 이런 물질적이고 금전적 가치가 삶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허구적인 삶을 비판한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어떤 것이 진짜 부끄러운 것인지를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입시와 성공을 위한 교육에 올인 하는 잘못이 부끄러웠던 것이다.부끄러움의 중심은 순수함이다. 그 중심은 내 마음 안에 옳고 그름에 대한 중심, 도덕과 양심에 대한 중심이다. 작가는 그 중심을 잘 지키고 사는 것이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며 그것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발췌(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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