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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28. 2023

문학 칼럼92(한국 문학)

공선옥의 '라면은 멋있다'에서 보는 가난한 날의 행복은 진짜 유효한가

[문학칼럼] 공선옥의 '라면은 멋있다'에서 보는 가난한 날의 행복은 진짜 유효한가

민병식


공선옥(1963~ )작가는 전남대 국문과에서 수학, 1991년 창작과비평’에 중편소설 ‘씨앗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하였고 사회적 약자 및 세상에서 소외된 인간층, 현대사회가 주는 마음의 소외, 가난의 문제 등 우리사회의 아픈 단면을 그려내며 따뜻한 감동을 주는 소설가다. 소설집으로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등과 장편 소설로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시절들',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 포대기', '유랑가족' 등이 있다.


위로 받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삭막한 세상이다. 가장 순수해야할 사랑이 물질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주인공은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불만도 표현할 수 없고 가난한 부모를 원망도 하지 않으며 돈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실제로 돈이 꼭 필요하고 돈의 세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음을 아는 상태에서 과연 주인공과 새로운 여자친구의 착한 성품으로만 빗나감을 이겨낼 수 있는 사회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진희는 내가 꼰대 같아서 ‘재섭다’고 말하고 가벼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진희가 떠나버린 이유를. 그것은 내가 가난한 집 애이기 때문이다. 저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여자 애를 사귈 때는 절대로 솔직해서는 안된다고. 나는 나를 철저히 위장해야 한다. 위장하지 않으면 여자 애들은 ‘진희’처럼 ‘재섭써.’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 버릴 거니까. 나는 진희를 미워하지 않는다. 가난한 집 애를 싫어하는 건 진희 취향일 테니까. 그러나 나는 진희랑 헤어지고 나서 마음잡기가 힘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머리에 열이 뻗쳐 올랐다. 나는 그를 때마다 죄없는 머리카락을 우두둑 쥐어 뜯었다.(본문 중에서)


민수와 연주는 독서 서실에서 처음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둘 다 가난하다. 연주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민수네 집 또한 누나의 대학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두 아이의 데이트는 매일 라면을 먹는 게 전부이다. 민수는 연주에게 자신의 가정 형편을 숨기고 있다. 전에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게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민수는 곧 다가올 연주의 생일선물로 코트를 사 주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여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사 주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민수의 이야기를 다룬 공선옥 작가의 청소년소설인 이 작품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절망하고 체념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두 학생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잃어버리기 쉬운 순수와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매장 앞에서 연주가 말하길 선물 안 사줘도 된다고 하면서 우리 라면이나 먹으로 갈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민수의 사정어 어려움을 알고 마음만 받겠다고 하는 연주, 어른 들 보다 나은 모습니다.그 순수함에 눈물이 난다. 가난한 사람들의 힘들고 외로운 사랑, 단칸 방에서의 힘든 삶, 하루 세끼 먹기도 힘든 형편에 가난한 날의 행복이 얼마나 갈까. 어쩌면 사랑을 포장한 궁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작품 속 라면은 멋있을까. 바로 사랑의 순수함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사랑이 있다는 그 희망이 매일 라면을 먹어도 멋잇는 거다. 언젠가부터 물질이 사랑의 척도가 되었다. 고급 음식, 평수 넓은 아파트, 고급 자동차 이러한 것들로 거래하는 사랑이 나를 슬프게 한다. 어쩌면 이 작품은 현실을 배반한 동화 같은 소설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라면이 멋있다. 김소운 작가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떠올렸다. 민수와 연주는 지금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일지 모른다. 그러면 좀 어떤가. 그들에게는 함께할 희망과 미래, 사랑이 있다. 난 사랑의 중심을 보려고 한다.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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