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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27. 2023

문학 칼럼91(영미 문학)

워싱턴 어빙의 '뚱뚱한 신사'가 주는 편견과 선입견 깨기

[문학칼럼] 워싱턴 어빙의 '뚱뚱한 신사'가 주는 편견과 선입견 깨기

민병식


워싱턴 어빙(미국, 1783-1859)은 뉴욕 맨해튼에서 부유한 철물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모험 문학을 사랑해 열일곱 살 때는 허드슨 강가를 직접 여행하며 인근의 전설을 수집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뉴욕 사교계를 소재로 한 ‘뉴욕의 역사’는 절묘한 풍자로 희극문학의 걸작이라 평가 받기도 하였다.


1820년 발간한 '슬리피 할로의 전설'과 '립 밴 윙클이 수록된 '스케치 북'은 그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았고, 여행과 역사에 무척 관심이 많았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웨덴 등을 다녔고, 1826년부터 3년 동안 마드리드의 미국공사관에 근무하면서 에스파냐 문화를 연구하고 ‘알함브라 전설(The Alhambra,1832)’과 그 밖의 책을 출판하였고 1832년에 17년 만에 귀국하여 서부를 여행하고 ‘대초원 여행(1835)’ 등을 썼다.


비가 내리는 우울한 11월의 어느 날, '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시골 여관에 묵게 된다. 심심해 하던 중 사환 하나가 13호실 남자를 뚱뚱한 신사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그 남자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아침식사를 자기 방으로 가져오게 한다든지, 늦게 아침을 먹는 것을 보면 아침 일찍일어나지 않아도되는 신분의 사람일 것이라고 상상을 하고 계란은 너무 익었고, 햄이 짜다고 되돌려 보내는 행동에서 음식에 대해 까다롭고 급사나 가족을 괴롭히는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을 하면서 위층에서 들려오는 육중한 발소리를 듣고 생김새, 나이, 체격 등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흥미진진하게 그 남자를 추적한다. 하루 종일 뚱뚱한 신사에 대해 생각하다가 밤이 되자 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지만 보지 못하고 돌아오던 중 침실 입구에 밀랍을 먹인 그의 가죽 장화를 보고 짐짓 그의 잠을 방해했다가 권총으로 살해당할 지도 모르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된다. 꿈속에서 뚱뚱한 신사와 가죽장화에 쫓기며 밤새 괴로워하고, 다음날 그 남자가 역마차를 타고 여관을 떠나려는 모습을 창밖으로 보는데 그 남자의 마차에 올라타는 그 남자의 뚱뚱한 엉덩이만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소설에서는 ‘뚱뚱한 신사’를 나의 추측으로만 그려내어 독자는 나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마지막까지 실체를 밝히지 않고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둠으로써 호기심을 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워싱턴 어빙이 영국 여행을 할 때 썼을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소통의 부재와 허상적인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골 여관의 비오는 일요일의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는 지루함이 상상을 낳아 별명으로 붙여진 뚱뚱한 신사를 ‘나’는 제멋대로 판단하고 규정짓는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진정한 만남, 사귐, 사상, 가치관, 배경 등은 없고 막연한 상상으로만 판단하니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작품은 바로 언 텍트의 시대인 현재와도 일맥상통한 점이 많다. 작품의 화자처럼 아주 극소수의 노출된 정보들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된다. 아주 작은 정보만 가지고 그 사람에 대해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즉 편견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보지 말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성을 존중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다.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비대면 온라인 상의 대화에서, 그사람과의 대화에서 또, 글에서, 댓글에서 상대를 평가절하하거나 오해하기 쉽다. 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담일 수도 있고, 친근감의 표현일 수도 있고 그냥 무심결에 한 소리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판단할 때는 경솔하게 보일 수도 있고 기분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오픈 마인드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섣불리 판단하지말고 천천히 상대를 알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사진 전체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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