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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l 12. 2023

한결의 '갑자기 몽골 여행' - 프롤로그

여행 에세이

[에세이] 한결의 '갑자기 몽골 여행' - 프롤로그

민병식


여행을 떠나다(2023. 7. 5)


몽골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날,  아침 여섯시 출발이다. 원래  체질이어서 몸에 무리는 없었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다.


이게 얼마 만인가. 2018년 일본 온천 여행이 마지막이었으니 해외는 딱 5년 만에 비행기를 타본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여행 길을 그저 사느라 바쁘다고 일에 치이고 가정 사에 치이고 어디로 떠날 엄두도 내지 못한 지난 5년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갑자기 결정했다. 나도 모르게 무엇이 그리도 쌓였는지 가슴안에 먼지 덩어리가 뭉쳐 있는 듯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쉬고 만 싶었다.


더구나 최근 3년 간은 해외는커녕 제대로 된 국내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코로나의 여파도 있었지만 편찮으신 부모님시 교대로 입 퇴원을 반복하시고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이유도 있다. 어느 쯤 엔가 문득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그 별, 양치기 목동이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 아가씨를 보며 밤하늘의 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고 생각했다는 그 별, 그 별과 몽골의 별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만 아름답기로는 세계 3대 별 관측지에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니 무슨 상관이랴. 어쩌면 현실도피 일수도 있겠고 스스로 휴식이 절실했을지 모르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순간을 원했을지 모른다.


가끔 안양에 사는 손위 처남 집에 놀러 가곤 한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이 내겐 무척 위로가 되는 시간이다. 여행 이야기도 그 때 나왔다. 여행을 처음 꺼낸 사람은 나였고 베트남을 갈까 대만을 갈까 의견이 분분하다가 어느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 몽골을 소개한 후 사람들의 몽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새롭게 뜨는 여행지가 되었다. 그곳의 초원과  밤하늘이 그리도 아름답다고 하여 행선지는 어느 순간 몽골 여행으로 정해졌다.  여행에는 패키지 여행과 자유여행,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패키지 여행은 일정이 빡빡하고 옵션(선택관광)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가이드가 안내를 해주고 차량과 숙소,  음식 등이 알아서 제공되는 편리함이 있다. 몽골은 아직 교통 대중교통 시스템과 관광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곳이라 자유 여행은 무리고 패키지를 선택한다.


드디어 인천 공항이다. 간 만에 와보니 여행 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이제야 여행 기분이 조금 난다. 먼저 짐을 실어 보내야겠지.  

사진 민병식


비행기를 타고 앞으로 세 시간 반 동안 뭘 할까.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것도 긴 시간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가다가 중간에 들려 커피도 한 잔하고 호두과자도 사 먹을 수 있는  하늘 휴게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기 내가 탈 비행기가 보인다.

사진 민병식


문득 상념에 잠긴다. 불쑥 치 밀어 오르는 화가 요새 자제가 잘 되지 않는다. 쉬고만 싶다는 생각, 때로는 고향에 내려가서 전원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 번 아웃은 아닌듯한데 올해 들어 스트레스에 유독 취약해진 듯 나이가 슬슬 먹어간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하든 며칠 만이라도 회사 생각, 집 생각, 여 타의 잡념들을 내려놓고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뿐이다.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오고 이제 서서히 비행기가 바퀴가 굉음 소리를 내며 100m 달리기를 하듯 질주를 한다. 나도 덩달아 몽골을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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