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Jul 15. 2023

한결의 '갑자기 몽골여행 3'

여행 에세이

[에세이] 한결의 '갑자기 몽골여행 3'

민병식


테를지 국립공원 가는길(2023.7.7)


오늘은 제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틀 동안은 일정에 지장이 좀 있었다. 비를 맞으러 온건지, 걸으러 온건지, 생각해보면 역시 여행은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든다. 내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 계속 돌발 상황이 생기고 무언가 한 건 없는데 후딱 지나가 버리는 시간과도 같다. 칭기스칸 기마상을 갔다가 어워, 사원, 거북바위를 보고 낙타를 타보는 것이 오늘 일정이다.


칭기스칸 기마상


칭기스칸 기마상은 울란바토르 천진벌덕(Tsonjin Boldog)의 벌판에 세워진 기마상으로 건국 800년을 기념해 2006년에 지어졌다. 이곳은 칭기즈칸이 큰 전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행운을 가져다주는 황금 채찍을 발견했다고 알려진 장소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으로 유명하며, 지상에서 50m의 높이로 세워져 있는데 그중 건물의 높이는 10m, 동상의 높이는 40m이다. 이 기마상을 만들기 위해 250t의 강철이 사용되었다고한다.

칭기스칸 기마상


내부로 들어가면 로비에는 250마리의 소가죽으로 만든 엄청난 크기의 기마용 장화인 고틀과 말채찍이 전시돼 있다. 지하에는 옛 몽골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 겸 유물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고틀


어워, 아리야발 사원, 거북 바위


'어워'는 돌을 쌓아 놓은 돌무더기다. 한국의 서낭당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몽골에서는 이 어워에 돌을 얹고 주위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비는 전통이 있고 이렇게하면 재앙을 막아 준다고 하며 어워를 만나면 멈춰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몽골의 오랜 전통이라고한다.


아리야발 사원


올라가다보면 암벽에 글씨가 써있다. 가이드가 설명하기를 저 글자가 대하드라마 왕권에서 후고구려의 황제 궁예가 그렇게 외쳤던 '온 우주에 충만한 지혜와 자비가 지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지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그대로 실현될 지어다'라는 뜻의 옴마니반메홈이라는 글자가 티벳어로 쓰여있다.


올라가는 길에 알록달록 다양한  야생화들이 형형색색피어있다.

흔들 나무 다리를 건너 108계단을 올라야 사원을 볼 수있는데 108개의 계단은 코끼리의 코를 상징하고 사원은 코끼리의 머리라고 한다. 몽골은 티벳에서 온 라마불교를 믿는다. 러시아 군정기에 불교 탄압으로 많은 사원이 사라지고 아리야발 사원은 몽골에서 몇 개 남지 않은 사원 중 하나로로 1988년 복원되었고 새벽사원으로도 불린다. 특징은 사원에 스님이 없다. 법당을 바라보며 좌측에 마니차(경통)이 있는데 이는 라마 불교의 두루마리 경전을 넣은 것으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티베트 백성 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한 번 돌리면 한 번 읽은 것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신박한 시스템이다. 돌릴 때는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돌려야하며 옴마니반메훔'을 살짝 소리내어 읽는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좋은 일좀 생기라고 돌려봤다. 기분은 좋다.


거북 바위  


진짜 거북이 처럼 생긴 거북 바위, 근처에 2달러를 내면 독수리를 손으로 떠받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기념품가게가 있어서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따라 화장실 사용이 금지 되어 문이 잠겨있다. 어쩔 수 없이 노상, 아니 자연의 품에서 해결을 한다. 몽골 사람 들은 그냥 자연스럽다. 차가 너무 밀려 급하면 남자들의 경우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골목으로 들어가던지 쓸만한 장소를 물색해 소변을 본다. 나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실례를 했다. 이번에는 노상이 아닌 자연이다. 기념품 가게에서 처남이 가방을 선물해준다. 마음에 든다. 다음 주 출근하면 꼭 매고 가야지. 앗싸!  득템이다.


자리를 이동해 낙타를 타러간다. 높이는 높은데 의외로 무섭지도 않고  말을 잘 듣는다. 내가 선두에 섰다. 근데 아내가 탄 낙타가 자꾸 내팔에 뽀뽀를 하려해서 당황스럽다. 거기에 내 얼굴을 핥으려고 시도를 해서 순간 당황했다. 암컷인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바라보는 시각은 같다. 잘생긴 사람은 알아보는 것이다. 낙타는 의외로 생긴건 귀여운데  냄새가 장난아니다. 목욕 좀 시키지. 하긴 초원에서는 물이 귀하니 사람 씻을 물도 부족하겠다.


게르


오늘 우리가 묵을 게르다. 이름은 미라지 캠프, 몽골인들이 생활했던 전통 게르는 아니고 내부에 침대가 있고  현대식 화장실이 있는 구조다. 몽골은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전기 장판까지 빌려준다.


게르에서 탁 트인 초원 풍경이 아름답다. 소 떼가 앞을 지나가며 풀을 뜯는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신다. 저 하늘과 구름과 푸르디 푸른 초록색의 향연에서 뿜어나오는 몽골의 냄새를 가슴 깊이까지 담아가고 싶다.


저녁 식사는 몽골 전통요리 허르헉이다. 주재료는 양과 염소 고기로 양, 염소를 잡아 고기 부위의 지방을 빼고 먹기 좋게 썰어놓은 다음 커다란 솥이나 냄비에  고기와 소금, 야채, 소금을 달궈진 돌과 함께 넣어 익혀 먹는 음식으로 몽골의 유목민들이 집에 아주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또는 집안에 경사가 나거나 생일, 명절 때 먹는 전통 요리였는데,지금은 몽골에 여행 가는 외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먹는 음식이 됐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느끼한 맛도 나고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나서 맛은 그닥 없었다.


몽골의 밤하늘


3일차 일정이 끝났다. 오늘 밤 별이 뜰까. 사뭇 기대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던 중  밤 10시가 넘어 게르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날이 맑아 별을 볼 수 있었다.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이아, 케페우스 등  일반 휴대폰으로는 밤하늘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 별이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가슴 안으로 별이 하나 떨어진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왔던 그 별, 자신에게 기대서 잠든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바라보며 밤하늘의 별이 떨어져 자신의 곁에 있다고 생각했던 목동의 별이 지금 내  가슴으로 투둑툭툭 떨어진다.

사진 네이버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별, 섹소폰이지 트럼펫인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음악과 함께 몽골의 3일째 밤이 지나간다. 4박 5일 일정이라 길줄 알았는데 가기 전에는 설레고 다닐 때는 바쁘고 지나고 나면 잊고 있다가 훗날 불쑥 꺼내 보는 것이 여행의 추억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결의 '갑자기 몽골 여행' -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