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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11. 2023

한성 백제의 숨결, 몽촌의 삶을 걷다

여행 에세이

[에세이] 한성 백제의 숨결, 몽촌의 삶을 걷다

민병식


인간에게 자연을 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생존의 필수 조건인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같은 코비드 시대에는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은데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히지만 지금도 어딜 가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번잡한 곳에서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흙을 밟고 싶다.  눈과 귀를 맑게 해주는 그리고 탁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초록 냄새 풍성한 공기를 마시며 그 옛날 고향의 흙길을 걷고 싶다.


얼마 전 직원이 부친상을 당해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의 특성 상 문이 없는 구조라서 감염예방을 위해 신속히 조문을 마치고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 마련한 음식을 먹고 온 동료 직원  중 한명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러 갔는데 코로나  감염이니, 바이러스는 이렇게  전후사정 봐주지 않고 몰인정하다.


주말아침,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요즘에 탁트인 곳을 걷고 싶은 생각에 적당한 장소를 떠올려본다. 하루에 다녀올 수있는 거리라면 좋겠다. 환상의 어울길이 있는 몽촌토성이 생각난다. 몽촌토성 어울길은 문화 생태 탐방로다. 다른 말로는 몽촌토성에서 성내천을 따라 마천 전통시장을 지나 남한산성까지 이어지는 길로 토성과 산성을 합쳐  토성 산성 길이라고도 한다. 내가 있는 경기도 에서도 하루만에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로 서울 몽촌토성 산책코스를 다녀오기로 마음 먹는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 들, 지나가는 행인 들, 모두 하나같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 코비드-19 바이러스의 강력한 힘에 비틀거리는 모습이 짠하다. 일상의 삶이 뒤섞이고 휘청거리고 있는 즈음, 어떻게든 예전처럼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이런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치 않은 곳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지만  언젠가는 다시 찾은 일상에 감사할 날이 꼭 있을 것이니 희망을 잃지 말자고 말이다.


몽촌토성역 1번 출구로 나가 직진, 오래지 않아 한성백제박물관이 보인다. 외관이 무척 세련되었는데 주변의 숲과 나무들과 어울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라는 글귀를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안에 있는 유물 들이 한성백제의 찬란했던 영화를 뽐낸다. 백제의 역사와 호흡하는 시간도 참 좋다. 박물관은 지난 방문했던 곳이어서 잠시 머무르고 방향을 틀어 몽촌 토성 역사관을 보기로 한다. 아주 오랜 옛날 백제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의 생활상 및 풍습, 의식까지 배워볼 수 있는 역사관은 한성 백제시대를 알 수 있는  최고의 지식 창고다.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몽촌토성 체험코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어 있다.


몽촌 역사관을 둘러본다. 돌절구, 그물추를 보니 농업, 어업이 활성화된 시대였음을 알 수 있었고 계란모양토기와 시루는 그 시대의 조리 기술과 취사 형태를 알 수있는 신기한 자료 였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뼈로 만든 갑옷인데 단단한 동물뼈와 가죽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가볍고 단단해서 말을 타고 다니는데 매우 용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도가니가 있었는데 음식을 만드는데 쓰인 것 같지는 않고 쇠붙이나 청동을 녹이는 용도로 철기문화와 금속세공도 발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외 근처 풍납토성 유물과 구석기, 신석기, 고구려, 신라의 유물들과 고분 군 까지 있어서 시대별 백제의 역사와 유물은 물론 삼국시대의  유적과 유물을 비교해보기도하고 시대별 특성을 자연히 알게되는 등 관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학습의 효과가 톡톡하다.


몽촌토성은 남한산에서 뻗어 내려온 구릉을 활용해서 만든 토성이다. 성벽 바깥쪽은급경사로 만들고 오목한 곳은 흙을 채워 튼튼하게 만들었으며 성벽 바깥쪽은 성내천이 토성을 감싸고 있어 적의 침입을 막기에도 용이했을 것이다. 지형을 이용한 백제인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구조다.  몽촌토성의 ‘몽촌’은 토성 안에 있던 마을 이름인 ‘곰말’에서 비롯되었다는데 ‘곰말’은 꿈마을이라는 뜻이다. 즉 몽촌은 꿈의 마을인 것이다.


오늘 모두를 다 걸을 수는 없으니 몽촌토성의  대표적 명물인 은행나무와 거기에서 가까운  몽촌토성 안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한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는 나홀로 나무를 만났다.

올림픽 9경 중의 하나라는 나홀로 나무, 언제부터 거기에 혼자 있었을까. 외로워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홀로 우뚝서 있는 모습이 당당하기까지하다. 사람 들을 위해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고 어쩌면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로부터 기쁜일부터 슬픈 일까지 무수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며 격려와 위로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저 넓은 땅에 뿌리박고 서 있는 나무는 어쩌면 군중 속에 홀로있는 현대 사회의 우리 개인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찾은 나무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 동안의 안부를 전하고 최근의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속이 시원해 진다.


웅진과 사비 시대이전 가장 오랫동안 오백년  세월을 한성 백제와 함께했던 몽촌토성, 그  흙길을 밟으니 그 옛날 백제의 기상을 느끼는 듯하다. 그곳에서 현대의 삶을 휴식한다. 주변에 있는 조각공원, 생태공원, 미술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오랜만에 푸르름과 흙 냄새를 맡으니 이리 좋을 수가 없다. 흙과 나무는 생명이다. 메말라 사그러지는 우리 들의 가슴에 산소를 공급하는 에너지이다. 이처럼 흙, 나무, 하늘과 대화하고 서로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늘 느끼지만 일상에 얽매여야하는 현실이 아쉽다. 토성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도 싱그러움으로 가득하고, 바닥에서는 부엽토 냄새가 은은한 향으로 다가 온다. 멀리서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다람쥐가 먹이를 찾으려고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이보다 평화로운 휴식은 없다.


오랜만의 나들이, 흙이있고 성이 있고  나무가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백제의 장엄하고도 신비한 세상이 펼쳐지는 곳,  여기 저기 많은 곳을 다 다녀봤지만 서울 안에서 몽촌토성길 만큼이나 내게 쉼을 주는 곳은 흔치 않다.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로 둘러싸인 답답한  일상이  토성길 안에 드니 그동안 옥죄었던 긴장의 끈이 풀어지면서 그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마음의 체증이  조금이나마 내려가는 듯하다. 그렇다. 토성길은 치유의 장소인 것이다.  천천히 흙을 밟으며 걷고 나무와 숲의 향을 맡으며 하늘을 배경으로 토성길과 하나되는 시간, 몽촌은 내게 잠시나마 삶의 짐을 내려 놓고 쉼을 주는 도심  속 '케렌시아'였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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