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헛물
민병식
충주까지는 버스로 3시간 정도 걸리니 전철타고 이동하는 시간, 차 기다리는 시간 등을 합치면 다섯 시간, 왕복 10시간은 걸릴 듯 싶었다.
'몇 년 만이지? 가만 있어보자, 대학 졸업하고 2년 만인가?'
'먼거리를 갔는데 설마 그냥 집에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장철은 나름 멋진 밤을 잔뜩 기대 하고 있었다.
자취를 했던 아이, 어느 날 내게 전화를 하여 집에 아무도 없으니 중간고사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나를 불렀던 대담한 아이, 대학 후배였던 그녀,
얼마의 썸이 있었지만 조용하고 청순한 스타일의 여자가 좋았기에 아무리 예뻤어도 그녀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졸업후 그녀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늘 전화가 온 것이다.
"선배님, 저 충주에 있어요, 지은이 알죠? 걔랑 오랜만에 통화하다가 선배님 연락처 알게 되서 전화했어요. 저 충주에 있는데 놀러오세요. 매운탕에 소주 쏠께요''
'앗싸! 이거 그린 나이트 맞지? 좋아 토요일로 날을 잡자'
장철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만날 약속을 한다.
충주 댐, 전경이 보이는 매운탕 집, 함께 소주 한 잔을 나눈다.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분위기는 무르익고 옛날의 추억이며 M.T갔던 이야기,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밤새 떠들던 이야기 등 어느덧 날은 깜깜 해진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됐네. 나가자. 이제 좀 쉬어야지"
장철이 슬쩍 그녀의 눈치를본다.
"선배님! 전 남자친구가 저 데릴러 이리로 온데요.
같이 살고 있어요!"
'헉' 순간 뒷 목이 뻐근하다.
장철은 휴대폰 속 서울로 가는 버스시간표를 허겁지겁 찾는다. 다행히 서울로 올라갈 버스가 막차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