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똥 트러블타' 이야기
민병식
한동안 힙합 경연 프로그램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춤 경연 프로그램이 대세다. 젊은 친구 들의 춤 실력을 보노라면 입을 다물지 못할정도로 감탄을 한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나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 중에서도 디스코를 그렇게 잘 추는 친구가 있었
으니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으나 뮤지컬 '그리스'로 이름을 날렸던 미국의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 만큼이나 춤을 잘 춘다고하여 존 트라볼타의 존 대신에 그녀석의 성인 김을 넣어 별명이 '김 트라볼타'인 친구였다.
어느 주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늘 모여다니던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걷는데 김 트라볼타의 걸음
걸이가 요상하다. 한 친구가 왜 그러냐고,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김 트라볼타가 한참을 머뭇
거리다가 오만상을 찌뿌리며 '똥꼬'가 너무 아프
다는 것이다. 어기적거리며 너무 힘들어하는 탓에 결국 친구 들의 권유로 약국을 들어갔는데 우리의 김 트라볼타는 부끄러운지 약국에 들어가서도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다. 결국 내가 나섰다.
"아저씨 쟤가 똥꼬가 아프다는데요? 잘 걷지도 못해요."
아저씨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학생 이리와봐. 바지 내리고 엎드려 봐"
김 트라볼타는 완강히 거부하였으나 우리들의 강요
비슷한 강력한 권유로 약사 아저씨 앞에서 엉덩이를 까게 되었는데 아저씨는 친구의 엉덩이를 찬찬히 살피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다.
"치질이네. 치핵이 톡 튀어나왔어. 병원가봐야 되겠는데, 우선 약을 줄테니 이거 먹어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꼭 병원가야 돼."
친구들은 김 트라볼타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킥킥거리며 놀려대기 시작한다.
"야! 넌 임마 오늘부터 김 트라볼타가 아니고 '똥 트러블타야 이 더러운 자식아''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었다.
"야! 똥꼬가 아프시다며 푸하하하"
"어이 너 이제 똥 트러블타라며 히히'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여기저기서 김 트라볼타
를 놀려대기 시작하고 김 트라볼타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쉬는 시간, 화장실을 갔는데 마침 김 트라볼타가 내 옆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지금은 이런 장난을 치는 학생들은 없겠지만 그 당시 학교에서는 서로 똥침을 놓는 것이 아이 들 사이에 유행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녀석이 슬금슬금 김 트라볼타의 뒤로 다가가더니 있는 힘껏 똥침을 놓는 것이다. 그 녀석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김트라 볼타의 치핵을 명중시킨 것 같았다.
"아악!"
태어나 그렇게 큰 비명소리는 처음 들었다. 똥 트라볼타는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양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떼굴떼굴 구른다.
얼마나 소리가 컸던지 선생님 들 몇 분이 뛰어
오신다.
"무슨 일이야, 야, 얘 왜이래?"
결국 우리의 똥 트러블타는 그 즉시 응급실로 실려갔고 급기야는 입원 끝에 결국 치질 수술을 하고 말았다.
친구들이 병 문안을 갔다.
''오! 똥 트러블타! 똥꼬는 차도가있나, 하하하''
"너희 들 병 문안 오지마. 꺼져! 이 악마 새퀴 들아"
손톱 끝만 잘못 뜯겨나가도 이루말할 수 없이 아픈데 우리의 트라볼타는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에게 있어 더럽게만 치부되고 있는 똥꼬는 배설기능을 맡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쾌변의 중요성을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내 몸 어느 한 구석 필요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잘먹고 잘 싸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
그 후 친구들은 대학에, 군대에, 취업에 먹고 사는 게 바쁜지 어찌어찌 만나다 소식이 끊기기도 했었는데 트라볼타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창을 우연히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트라볼타와 연락이 된다고 한다.
"음, 나 아무개다."
"네. 누구시라구요?"
내 이름을 대도 잘 못알아듣는다.
"야. 임마 너 화장실에서 똥침 맞고 쓰러졌을 때 응급실에 데려다준 은인을 잊었냐?"
그제서야 "아" 하고 나를 알아본다. 자기도 나를 찾았는데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고 한다. 청춘의 시절을 잊을만큼 세상은 바쁜 것 투성이고 수십 년의 세월은 한 순간인 것처럼 바람같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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