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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an 13. 2024

어선

사랑 시 산책 12

어선

한결


아주 미세한 진동

작고 여린 감촉으로 육지가 가까웠음을 안다

항해의 여운은 남았고 항구는 어색하기만한데

바다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성난 파도, 거친 비바람과 싸우던 배가 잠시 수면에든다

비틀거림이 습관이 되었는지

가만히 누워있으니 더 어지럽다

귀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이명의 상처를 안은채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진 어부의 손이 삶을 재촉하면

또 바다로 떠나야한다

끊임없이 달려봐야 망망대해

고되고 힘든 일상에

육지의 풀 냄새를 그리도 그리워하지만

어쩌면 바다 위가 더 편안할지 모른다

늘 바다에서 살았으니까

무섭고 허기져도 모든 것을 맡기고 살았으니까

평생 떠다니며 사는 것이 운명임을 아는 듯

깊은 바다 속을 오고 가는 시간을 친구삼아

사유를 잡는다

풍랑을 베개삼아 잠이들고

짙은 해무를 걷어내며 새벽을 맞고

소금에 절은 갈증과 허기짐의 반복이 삶이라는 것을 안다

비릿한 내음이 코를 훔치듯

어선은 늘 그렇게 산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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