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한결
아주 미세한 진동
작고 여린 감촉으로 육지가 가까웠음을 안다
항해의 여운은 남았고 항구는 어색하기만한데
바다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성난 파도, 거친 비바람과 싸우던 배가 잠시 수면에든다
비틀거림이 습관이 되었는지
가만히 누워있으니 더 어지럽다
귀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이명의 상처를 안은채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진 어부의 손이 삶을 재촉하면
또 바다로 떠나야한다
끊임없이 달려봐야 망망대해
고되고 힘든 일상에
육지의 풀 냄새를 그리도 그리워하지만
어쩌면 바다 위가 더 편안할지 모른다
늘 바다에서 살았으니까
무섭고 허기져도 모든 것을 맡기고 살았으니까
평생 떠다니며 사는 것이 운명임을 아는 듯
깊은 바다 속을 오고 가는 시간을 친구삼아
사유를 잡는다
풍랑을 베개삼아 잠이들고
짙은 해무를 걷어내며 새벽을 맞고
소금에 절은 갈증과 허기짐의 반복이 삶이라는 것을 안다
비릿한 내음이 코를 훔치듯
어선은 늘 그렇게 산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