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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25. 2024

봄이 오는 풍경

감성 에세이 22

[에세이] 봄이 오는 풍경

한결


햇살이 따사롭다. 점심을 얼른 먹고 산책  겸 회사 뒤 동산에 오른다.  오랜만에 오른 동산의 산비탈  응달에는 아직 찬기운이 않았지만 구석으로 물러나 기세가 꺾인듯 듯 겨울은 색깔을 잃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내내, 나는 봄을 기다리며 움츠리고 살았다. 약간의 찬 기운이 있으나 공기가 싱그럽게 살갗에 스민다. 나무 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딱딱했던 얼음 땅을 뚫고 금방 새싹을 틔울 듯 땅 속에서는 한창 생명의 힘이 여기저기서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새 잎을 돋우려고 온 힘을 다해 용을 쓰고, 뿌리로부터 줄기까지 온 힘을 모두어 지난 겨울의 찌꺼기인 마른 잎을 떨구어 내고 있다.


불면의 밤 같았던 기나긴 겨울동안 봄은 어디에 숨어있었을까. 춥고 길었을 추위의 세상에서 질기게 살아남은 땅속에서든 얼음장 밑이든 미련스럽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에 부합하여준 생의 몸부림이 고맙다. 내가 모르는 산비탈과 들판에는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성질급한 노루귀가 왜 빨리 오지 않느냐고 수십 번씩 봄을 재촉을 해대고 있을 것이고 목련은 땅 속 깊이서부터 봄물을 빨아올려 봉오리를 입안 가득 머금고 있다가 첫 날밤의 새색시 마냥 활짝  꽃망울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가슴 설레이게하는 저 표정을 보라. 긴긴 겨울 내내 소멸의 세상에서 생명의 세상을 준비한 봄의 미소를 보라.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의 맞바람을 뚫고 기어코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고 달려온 자취에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이치를 온 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다. 봄을 맞는 다는것은 봄이란 계절이 주는 생성의 아름다움을 즐기는의미도  크지만 모든 것이 살아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기대와 희망, 일요일에서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거나 묵은 해에서 새 해를 맞이하는 것보다 더 크고 더 새로운 도약이 준비되어있다. 그런 면에서 어원은 잘 모르겠지만 영어로 봄을 Spring라고 쓰는 이유 아닐까. 튀어오르는 속성을 가진 스프링은 겨울잠을 깨고 박차 오르는 개구리, 땅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뾰족 솟아오르는 새싹,  나뭇가지에서 톡톡 솟는 초록의 잎눈을 연상시킨다.



온 세상이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황사가 온갖 방해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오는 봄을 막지 못한다. 사람 들의 화사한 발걸음과 여인 들의 봄꽃같은 미소, 자연의 새로운 치장과  언어들을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  사방에서 스멀스멀 봄 내음이 일어선다.  걸음마를 배운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오는 듯한  봄이 내  앞에 서있다.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 아이가 자라서 여기저기  막 뛰어다니게 될  것이고 봄도 초록과 노랑, 분홍 빨강의 물결로 뒤덮으며 자신의 성장을 온 세상에 알릴것이다.


어두웠던 칙칙했던 겨울의 회색빛을 살아있는 천연색 빛으로 바꾸어주는 숨결의 사부작 거림 위로 따스한 빛이 보인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치고 나온 후의 눈부심이다.  봄 기운의 태동에 장단을 맞추어 산수유와 목련이 춤을 춘다. 행복이  별 것 있나. 봄이 오는 풍경 속에  두 발로 서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살아있는 희망과 역동으로 내 손을 잡아 이끄는 이 축복에 감사하며 햇빛 가득히 봄을 맞이하고 있다.


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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