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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27. 2024

알퐁스 도데의 '사포'에서 보는 사랑의 조건

한결의 문학칼럼 19

알퐁스 도데(1840~ ) 남프랑스 님에서 출생, 가업이 파산하면서 열일곱 살에 학업을 중단,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그를 구해준 신부님께 '문학에 정진하라'는 조언을 듣고 1857년, 형이 있던 파리로 가 시집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발표해 성공하고, 시적 서정성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특유의 인상주의적  작품을 썼다.


이 작품은 도데가 1858년 그 당시 그의 정부였던  '마리 리외'와 관계에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하니 작가의 자전석 소설인 셈이다. 제목의  ‘사포’는 그리스의 여성 시인 사포를 가리키는데 소설에서는 여주인공 '파니 르글랭'이 사포의 조각상 모델이 되면서 그녀의 별명이 되었다. 파니는 주정뱅이 마차꾼의 딸이 었고, 남의 손에 길러졌다. 17세에 조각가 '카우달'의 눈에 띄여 모델이 되고 동거녀가 된다. 다음은 시인 라구르너리, 이런 식으로20년 가까지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데 어느 6월 어느 날 한 저명한 예술가 자택에서 가장 무도회에서 문제의 '장 고셍'과 '파니'가 처음 만난다. 파니는 이집트의 농부 차림을 하고 있었고 장은 목동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누구의 소개도 없이 서로의 계급 차이나 나이, 직업도 모른 채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파니는 당대 사교 계의 꽃이었으며 항상 누군가의 정부로 살아 왔던 여자이고 장은 젊고  잘 생긴 데다가 고향에서는 모두가 존경하는 매우 가문 출신으로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청년이었다.


열다섯 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동거에 들어간다. 남자 관계가 복잡한 파니였지만 장 고셍에게는 변함없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은 두 가지 장애에 부딪힌다. 하나는 파니의 과거 이고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의 계급 차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출신으로 파리 사교계에 익숙하지 않았던 장은 파니의 남성 편력을 알게 되면서 당혹감을 느낀다 결국 장은 외교관이 되기 위해 파리에 상경했으며 시험에 합격한 뒤 연수 기간만 한시적으로 파니와 동거하리라 생각한다. 사회 통념상 하층계급 출신의  파니는 동거 상대는 될지언정 배우자로서는 자격미달이기 때문이다.


장은 자신의 어머니를 치료해준 의사의 조카 '이레느'에게 마음이 흔들려 교묘히 파니를 떼어내려 한다. 그러나 파니가 사랑했던 가난한 조각가 '플라망'이 위조수표 발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금 파니를 찾아간다. 이 선택의 결과로 장은 이렌느와의 파혼하고 아버지와의 의절한다.  장은 외교관으로 파니와 함께 페루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파니는 자신이 동참하기엔 이제는 젊지 않다는 이유로 장을 거부한다.


작품은 나이와 신분의 차이가 나는 남녀 간의 사랑의 변모에 대해 그렸다. 과연 장은 사포의 무엇을 사랑했으며 사포는 무엇 때문에 그리고 사랑했던 장을 거절했을까. 파니는 장의 젊음을 추구했고 장은 그녀의 농염한 육체를 탐했다. 장은 자신의 신분에 걸맞지 않는 사포에 대해 갈등이 있었으며 필요할 때만 그녀를 찾았고 사포는 젊은 장을 사랑했고 그가 필요했지만 결국 사랑을 받고 싶어 자신의 늙음까지도 사랑해 줄 수 있는 플라망에게 떠난다.  과연 그들은 서로 사랑했을까. 그들 사이에 상대가 아니면 안된다는 필연적인 사랑의 필요조건이 있었던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아름다운것, 그 사이에 불순물이 들어가면 이미 사랑이 아닌 사랑을 가장한 목적이다. 사랑의 완성은 상대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 순도 100%여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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