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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n 05. 2024

개망초의 향기와 비빔밥의 마음

감성  에세이 30

[에세이] 개망초의 향기와 비빔밥의 마음

한결


나의 고향은 경기도 연천, 휴전선과 아주 가깝고 북한과 경계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전 38선이 그어졌을 때는 북한 땅이었고 전쟁 후엔 남한에 속하게 된 수복 지구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구순이 되신 아버지가  전쟁 전에는 북한 땅에서 살았다는 뜻도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은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은 탓에 북한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뿔이 난 도깨비 같은 모습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점차 북한 이탈 주민 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들도 나의 부모, 자녀와 같은 같은 피가 흐르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향을 찾았다. 해마다 고향을 한 두 차례씩 방문하는데 아직 고향에 어릴 때 살던 집터가 남아 있고 친척 분들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내 고향 연천 의병을 발자취를 찾아 순국의 의미를 되새기고  6. 25의 비극을 모르는 전후세대,'특히 현 세대의 학생 들과 미래세대 에게 한국 전쟁의 아픔과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기성세대에게 있다고 보아  정확하게 역사적 사실 들을 전달하고 한국 전쟁에 대해 우리 민족이 겪은 분단의 아픔과 이산의 고통을 교훈으로 삼기위한 호국 보훈 여행으로 아들을 동반했다. 차로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고향을 상징하는 우뚝 선 산이 하나 보인다. 바로 보개산이다. 이 보개산에 심원사라는 절이 있는데 바로 이 곳이 1907년 고종 퇴위와 군대해산으로 일어난 항일 의병의 주무대이다. 연천 출신의 대표적인 의병장으로는 왕회종, 박종한,

한창렬, 김규식 등 우리가 잘 모르는 분들도 셀 수없이 많은데 ‘연천의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분은 고등학교시절 교과서에도 나왔던 의병장 허위다. 그는 이인영, 이강년, 민긍호 등과 1907년 말 일만여 명의 의병과 함께 서울 탈환 작전을 두 차례나 펼쳤고 끊임없이 일본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그 활동의 대표적인 근거지 중 하나가 바로 보개산 심원사인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해마다 소풍을 갔던 동막리 유원지가 보인다. 아미천 계속의 청정수가 흐르는 계곡을 지나 심원사 입구에 다다른다. 입구에는 연천 한일 의병비가 당당하게 서있다. 심원사가 항일 의병의 주둔지였고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많이 희생되었으며 시신을 수습하여 안치했다는 내용이 있다. 나이 50이 넘도록 나는 왜 이렇게 훌륭한 고향의의병들을 몰랐을까. 아마 관심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터 이제와 서 묵념을 드리는 내 모습이 죄송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반면에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목숨을 바친 애국의 땅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병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늘이 모처럼 높고 맑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붉고 노랗게 피어 하늘거리는 꽃들과 펄럭 날개 짓을 하며 날아다니는 산새들, 초록으로 변해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은 자나 깨나 죽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위해 회사 밖으로 나가려다 보니 정원에 개망초가 가득 피어있다. 수천, 수만 가지 꽃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가 개망초인데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으로  군락을 이루어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를 보면 어릴 적 고향의 들판을 보는 듯 무척이나 정겹다. 개망초는 생긴 모습이 계란 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계란꽃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내가 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든 조금의 빈 땅이라도 어김없이 피어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들꽃의 최고봉이기 때문이다. 낚시 여행을 가거나 등산을 갔을 때, 논 밭둑 길을 거닐 때라도 개망초는 어김없이 피어있다. 샛노란 얼굴로 웃으며 하얀 날개로 손짓을 한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나누면 은은한 자연의 향기를 내게 선물하고 자신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 언제든지 와서 쉬었다가 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개망초 가득한 들판을 거닐면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놀던 고향 생각이 저절로 난다. 그땐 무슨 꽃인지도 몰랐었는데,  동무들과 신 나게 뛰어놀다가 꽃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구름이 어떤 모양인지 재잘 대던 개구쟁이 들은 지금 모두 중년의 아저씨 들이 되었다.


예로부터 하나의 민족이 분단 되어 있던 경우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도 많았다. 그러나 모두 통일이 되었고, 현재까지 남은 분단 국가는 거의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한반도는 이념이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국가로 냉전 체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곳이다. 분단의 이유는 남한과 북한이 추구하는 체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를, 북한은 공산주의와 계획 경제 체제를 선택하고 있기에 서로 평행선을 달릴 뿐 합일점을 찾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독재 국가를 유지하려는 북한의 지도층이지, 북한의 주민이 아니라는 거다. 즉, 무조건적으로 북한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통일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양측의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고 통일이 당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겉으론 평화가 유지되는 듯하지만 그 와중에도 북한 수뇌부는 끊임없는 핵실험과 연평도 폭격, 천안 함 폭침 같은 도발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내가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고, 내가 고민하고 노력하면 통일에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서 방관자가 되게끔 만든다. 정말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관점이다. 결국,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꼭 필요하다. 내 가족이 고통 받지 않도록 도와야 하고 함께 잘사는 나라, 함께해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 전제 조건은 관심이다. 북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 협력 이외에도 문화, 역사적 공통점, 음식, 좋아하는 것들 등 문화적 접근과 교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공통점도 발견하고 차이점도 연구하면서 서로 한 발 다가가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하였을 때 경제적 차이는 바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개성 공단은 참 좋은 예인데 폐쇄되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문을 두들겨야 한다. 감시당하는 관광으로 달러를 쓰고 오는 원조의 방식보다 남북 경제 협력 같은 생산성 있는 경제 교류가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오늘 점심은 비빔밥이다. 비빔밥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무생채, 콩나물, 시금치, 버섯 등에 더하여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각종 채소와 제철 나물을 첨가하여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또, 빨강, 노랑, 초록 등의 총 천연 색의 경계선이 어느 순간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어 정갈한 계절의 맛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비빔밥은 어떤 재료를 넣어도 어울리게 되는 화합의 음식인 것이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다. 꽃말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는다면 그 마음들이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가 되어 따뜻함이 가득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모든 이들이 생김새부터 성격도 개성도 생각도 다르듯 다름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각기 다른 사람이 모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때는 한 가지 맛만 나는 각각의 채소일 뿐이지만 그것들이 고추장, 된장과 합쳐져 비빔밥이 되면 최상의 맛을 내듯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할 터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는 지켜온 순국선열과 호국보훈 영웅들의 마음이며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우리의 의무인 것을 나부터 개망초의 향기와 비빔밥의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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