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한결
골목길 한 귀퉁이
빨갛게 물들은 추억 위로
꽃 잎 내린다
고향 옆집
금자 누나가 말해주었던
비밀 하나
첫 눈 내리는 날까지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새끼손가락 위 봉숭아 잎
그날 내 가슴은
빠알게 부끄럼 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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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어린 시절, 고향에선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는 것이 유행이었는데요. 저도 옆 집 누나들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주곤 했답니다. 손톱의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첫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입니다. 고고하고 숭고한 꽃, 봉숭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