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좋아하지않는 특성상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딱 세가지 정도 잘먹는 회가 있는데 추운 겨울을 대표하는 야들야들 기름이 쫄깃쫄깃 배인 방어회와 얼려서 먹는 참치회 그리고 특이하게도 물회가있다. 물회중에서도 포항물회를 좋아하는데
포항물회는 이름과는 달리 물이 거의 없다. 포항물회를 처음 접했을 때 물이 없어서 육수를 달라고 한적이 있었다. 하긴 모든 횟집이 그냥 물회라고 써놓았는데 포항물회라고 굳이 지명까지 써놓은 것은 포항에서 잡히는 고유한 생선이거나 포항 특유의 육수를 쓰던가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고 행각했지 진짜 물이 없을 줄은 몰랐다.
"이게 포항 물회니까 비벼서 드시면 됩니다. 기존에 먹던 다른 음식과는 차이가 날겁니다."
포항물회는 뱃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다가 간단히만들어 먹었던 음식으로 식탁 위에 올려 차분히 먹는 정찬이아니라 갑판 위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잡은 생선과 해산물을 잘라 넣고 그 위에 고추장이나 초장을 넣어 쓱쓱 비벼먹던 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최고인 것은 야채와 회에서 나오는 물이 장하고 어우러져 기타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고유의 감칠맛이 난다는거다. 하긴 고기잡을 시간도 모자란데 어찌 육수가 따로 있을 것이며 또 언제 육수를 얼릴것인가.
회와 전복, 멍게, 해삼이 담긴 대접에 각종 야채를 듬뿍넣고 식당 사장님의 비법이 담긴 양녕장을 얹어 비비니 슬슬 진한 빨간물이 배어나오니 시작한다. 조미료를 너무 과하게 넣어 때론 느끼했던 육수가 아닌 천연 그대로의 담박하고 싱그러운 육수가 탄생한다. 야채에서 해물에서 나와 상승작용을 하여 입 안에 시원한 바다의 향기가 가득 맴돈다. 한참을먹다가 밥을 넣어 비벼먹으면 그 어떤 맛도 따라 잡을 수없는 여름철 보양식이 탄생한다. 또, 생수를 넣고 양념장을 풀어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이 맛은 어떤 물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포항 고유의 맛이다. 어쩐지 춘천 닭갈비나 부산 돼시국밥처럼 굳이 물회 앞에 포항의 지명을 붙인 이유가 다 있었다. 포항물회는 바다에서 나온 가장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재료에 인공의 맛을 빼고 은 딱 필요한 만큼의 양념을 넣은 넘치지 않은 자연의 맛이다.
포항은 포스코가 있는 철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물의 고장이기도 하다. 즉, 포항은 강함을 상징하기도하고 희망의 고장이기도하며 화합의 고장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도시전체를 감싸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포스코, 철의 강력함에 더해 장기반도의 끝부분을 이루는 영일만, 해맞이 최적의 장소인 상생의 손이 자리잡고 있는 호랑이 꼬리인 호미곷이 이 희망과 상생을 상징한다. 일출의 최고명소에선 새로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지고 행복한 앞날을 기원하는 희망의 행렬이, 오른손은 바다에, 왼손은 땅에 있는 상생의 손에는 온 인류가 화합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마음이 남녀가 또 세대가 또 지역의 갈등을 잠재우고 온 힘을 합쳐 하나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외침이 들어있다.
어부들이 거친 바다를 이겨 내고 만선을 향한 희망으로 화합하여 일했듯이 이런 희망과 상생의 마음 들이 물고기와 야채, 고추장이 하나가 되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히 버무려져 포항 물회를 만들어 낸 것 아닐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무기증강과 함께 신 냉전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는 흉흉한 국제정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남북 관계도 급속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북에서는 오물풍선을 날리고 남에서는 대북방송을 재개하였다. 경제는 날로 어려워지고 먹고 사는 문제조차 부대끼는 불황의 시대에 물고기와 고추장, 야채가 어우려져 훌륭한 물회가 탄생하듯이 온 세상의 인류가 하나되고 화합하여 사랑의 맛, 상생의 맛을 내는 지구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