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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21. 2024

다양성의 향기

공감 에세이

[에세이]  다양성의 향기

한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홀홀 단신이던 고향 친구 녀석이 장가를 갔다. 그것도 50이넘은  나이에 말이다. 누가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해도 독신을 고집하던 녀석이었는데 술을 워낙 좋아해서 퇴근 후면 거의 술 자리에 있거나 집에서 혼자 술마시는 것이 취미이자 기쁨인 친구였다. 그러던 녀석이 결혼을 한다니 친구 들이 놀래 자빠질 일이었다. 그런데 신부될 여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회사에서 베트남 지사에 파견 나가 있을 당시 만난 베트남 사람이란다. 하긴 요즘 국제결혼이 대수인가. 이젠 다문화 가정이 보편화 되어있으니 문제 될것은 없다. 그런데 나이가 한참 어린 여자와 결혼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나이도 친구녀석과 생각만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거래처에서 만났다는데 보통은 거의 십수년 정도 차이나는 어린 신부를 얻는데 왜 하필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난 그 사람 돈이 한 푼 없는 사람이었어도 선택했을꺼야!"


"신중하게 생각해! 섣부른 판단하지 말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거 알지!"


난 그가 잘못된 판단을 할까봐 무척이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네가 현명한 판단을 했을 거라고 믿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 무엇인지 알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네가 잘못하면 둘 다 불행해질 수도 있어, 네가 진짜 사랑을 하는 건지 네 마음을 찬찬히 살펴봐!"


사실은 이랬다. 직장인 초기 시절, 그 녀석에게는 사랑

하는  여자가 있었고, 결혼을 약속하고 미래를 함께 바라 보던 그런 사이였다. 친구 녀석은 지방에서 그녀는 서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그가 그녀가 있는 서울로 가거나 그녀가 지방으로 오는 방식으로 원거리 데이트를 하면서  결혼을 준비중, 어느 날 그녀가 갑작스레 사고로 사망을 했고 친구는 실의에 빠져 많은 날을 술로 지새웠다.


친구는 결혼한 여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호기심 반, 영업을 해야하니 사업상 반, 그후론 약간의 호감이 생겨서 몇 번 같이 밥먹은게 전부였지만  점차 예뻐보이더라고, 그녀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끼고 다른 여자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가슴 뜀이 있었다고, 자신도 천천히 살피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결혼 후 그 녀석은 처가 얼마나 걷어먹였는지 거의 돼지가 되었다. 지금은 남들처럼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그는 베트남에 있는 처가집에도 자주가는 편이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홀홀단신인 친구는 처가가 대가족이어서 시끌벅적 한게 너무 좋다고 한다.


1년 된 사랑이나 10년된 사랑이나 진실함은 변하지 않는다. 물처럼 흐를 뿐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무덤덤해지고  엷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일상적 사랑일 것이지만  그 중심에 사랑하는 마음, 믿는 마음, 챙겨야겠다는 마음,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이 모두 합쳐진  정이 자리잡고 있다. 사랑한다면 그 무엇이 장애가 되랴. 피부색과 언어는 장애가 될 수 없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도 넘도록 미혼인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 원인을 사랑이 없는 결혼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판단이다. 나이에 밀려서 적당히 타협하고,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자신의 미래에대한 불안감으로, 남들이 다 하니까, 이런 요인 들이 온전히 내것이어야할 사랑을 갉아먹는다. 게다가 아이 들이 있어서 참고 사는 면이 크다. 아이는 내 피가 섞인 분신이니까. 결국 아이를 위해 부모의 책임을 다하며 늙어가는 거다. 물질, 희생 등 어떤 다른 이유가 기폭제가 되겠지만 이러한 사랑의 부재는 황혼 이혼

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온다.


평생 독신으로 늙어갈 줄만 알았던 친구가 외국인과 그것도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것을 보니 역시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는 생각이들었다. 살아가면서 문화적차이와 때로는 피부색이 다른 것에서 오는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사랑이 있는 한 그들의 중심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날이 선선해지는 주말저녁, 친구의 가족과 내 가족이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친구 아들 녀석은 나를 삼촌이라부르고 내 아이들도 친구 와이프에게 이모라 부른다.


내가좋아하는 꽃중에 튜울립, 해바라기가 있는데 튜울립은 튀르키에, 해바라기는 북미가 원산지이다. 이 꽃들은 꽃을 테마로한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도 등장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꽃이다. 외국에서 왔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고 우리나라에 정착해 우리나라 꽃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선사한다. 우리는 꽃들을보고  칭찬하며 감동받아 손뼉을 친다. 이 뿐이 아니다. 요즘 수많은 가정에서 가족처럼 기르는 반려견, 반려묘 또한 거의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문화가 다르다고해서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 될것이다. 인종을 떠나 피부색을 떠나 모두가 대한민국 사람이다. 그들의 자녀도 미래 대한민국의 든든한 기둥이 될터 물을 주고 볕을 쪼이며 자양분 가득한 흙에 꽃씨를 심을 때 꽃이 활짝 피는 것처럼 다문화는  배척하고 차별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가꾸고 예뻐하며 포용해야할 인권의 기본이다. 다문화는 한 가지 꽃이 피어있는 꽃밭이 아니다. 페튜니아도 피고 장미도 피고 봉숭아도 피고 무궁화도 피는 어울림과 화합의 꽃밭이다. 꽃이 한 종류만 있으면 한 가지 향기가 나지만 여러 종류의 꽃이피면 다양한 색과 향을 즐길 수 있듯이 다문화가 융화되고 화합하여 세상을 사랑의 향기로 가득 채운다면 지금보다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날이 되지 않을까.


과거와는 다르게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개선된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도 많다. 생긴 모습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지만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이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이다.  여러 종류의 꽂들이 어울려 사는 꽃밭처럼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다문화의 꽃밭이 향기를 뿜도록 건강한 토양을 가꾸는데 앞장서리라고 다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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