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가장 행복한 날은 아마도 금요일이 아닐까 싶다. 한 주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특별한 약속이나 할 일이 없어도 웬지 금요일은 출근길부터가 가볍다. 또 업무가 끝나고 퇴근 시간이되면 주말 동안 회사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무한 행복해진다. 막상 집에 가면 딱히 해야할 일이나 특별한 무엇이 있는것이 아님에도 내일은 토요일이니 늦잠을 실컷 잘 수 있다는 안도감과 오늘 밤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기쁨을 주는 듯하다.
회사에 닫힌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것, 그 방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다양하다. 사람 들은 주변을 돌아볼 사이도 없이 집과 회사를 왕복 달리기하는 정신없이 보낸 일상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되도록 많은 것들을 하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주말에 커피 전문점에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기도하고 소파에 누워 책을 읽다가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볕이 좋은 날이면 동네 공원을 걸으며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나무와 꽃 들을 만나는 기쁨도 뺄 수가 없다.하고 싶은 것을 다하려면 하루 24시간이모자랄 터이다.
휴식은 떠남에 의미가 있다. 떠남은 꼭 멀리 여행을 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의 떠남이며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으로부터의 탈피이기도 하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하다. 머릿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 일에 대한 강박을 떨치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 가슴을 내리누르는 답답함을 비우고 또다시 채울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행복은 일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깨진다.
''벌써 일요일 다갔네, 아! 내일 또 월요일이야''
몸이 흐물흐물해지면서 목구멍에 모래가 잔뜩 낀 기분이다. 그때부터는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 일요인의 나머지 시간은 하는 일도 없이 어영부영 지나간다. 악셀을 힘껏 밟아 쌩 하고 지나가는 스포츠 카를 보는 듯 후딱이다. 휴일 아침인가 싶었는데 월요일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해야 하는 시간, 밤은 멀리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밤을 가르는 소음을 비롯해 작은 기척도 크게들리면서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몇 번의 화장실 출입을 하는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잠을 허락하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르릉 자명종 소리가 불과 몇 초 동안에 일어날까 더 잘까를 수십 번 고민하는 망설임의 괴로움을 주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한 주를 시작하는 출근길에 나선다. 이미 겨울로 향하고 있는 날씨, 쌀쌀한 공기에 깜깜한 어둠, 나와 똑같던지, 무슨 일이 있던지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를 내며 하루를 깨우는 사람 들의 틈을 비집고 세상 모든 짐을 양 어깨에 지운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 틈으로 끼어든다. 내 몸은 기름칠이 모자란 기계의 움직임처럼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월요병이 시작
되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하면 월요병이 아니라 일요병일 수도 있겠다. 회사에서 반나절정도가 지나면 그런대로 적응이되어 늘상의 직장인 신분으로 돌아가 맹렬히 일에 집중하게 되는데 일요일 오후부터 모락모락 피어나는 '내일은 회사에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지배하고 월요병을 불러오는 것이다.
월요병은 비단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를 가야하는 학생들, 학교에 아이 들을 보내야하는 엄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각국의 모든 사람 들이 월요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일요일이 없으면 월요일도 없고 월요일이 없으면 주말이 돌아오질 않으니 결국 일요일과 월요일은 서로 뗄래야 뗄 수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피로하고 힘든 월요병이 있어서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쉴 수 있는 주말이 더 기다려지고 고마운 것 아닐까. 궤변 같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자는 뜻이다. 매일 되풀이되는 지겨운 일상과 스트레스, 그것을 잊기 위해 주말에 과도하게 모임을 갖거나 지칠 정도의 심한 유희 활동 등이 더 힘든 일요일과 월요일을 만드는 듯하다. 휴일을 기다리는 마음도 월요일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모든 날들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날 들이기에 늘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고 높은 지위를 갖고 모든 것을 누려도 결국에는 가져갈 것이 없이 놓아두고 갈 것만 남는 우리네 삶, 무덤 속으로 들어갈 때에 혼자 되는 삶인데 무엇이 그리 세상을 각박하게 만드는지, 깜깜한 세상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필요한 것은 감사와 만족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