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술이 웬수야

웃픈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그놈의 술이 웬수야

한결


평소에는 참 조용하고 말이 없기로 유명한 선배 직원이 하나 있었는데 매우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회사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이 냥반이 술이 들어가기만 하면 180도로 돌변해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고 하고 평소에 불만 있었던 것을 다 토해내기도 하고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어 그 사람이 술에 취했다 하면 사람 들은 전부 도망가기 바빴다. 그러나 후배들은 그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술만 먹었다하면 윗사람 들에게 불합리한 점을 따지고 약자의 편에서서 바른 말을 쏟아내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부서 회식이 있는 날이 었는데 그때 성과급 포상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날 회식에 말도 없이 빠져서 의아했는데 회식을 한지 한 시간 쯤 되었을까. 한참 무르익은 자리에 그가 나타났다. 어디서 술을 한 잔 마셨는지 갑자기 성큼 성큼오더니 성과급을 제일 잘 받은 직원에게 헤드 락을 걸었다.


"너처럼 상사에게 아부하는 놈이 젤 나쁜 놈이야."


그는 부서장이 있거나 말거나 한참을 조른 뒤 자신이 왜 성과급이 꼴찌냐고 부서장을 향해 항의하더니 술상을 엎고 나가 버렸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한 그는 원래의 내성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부서장을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있었다.


회사 워크숍에서는 버스안에서부터 술에 취해있었고 술을 마신 후 어디론가 사라져 크게 걱정하기도 했는데 나도 그에게 크게 데인 적이 한 번 있었으니 그 다음엔 절대 그와 술자리를 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날 그를 포함해 선배 두명과 나, 이렇게 셋이 술자리를 가졌다. 나를 빼고는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스타일인지라 처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얼마 지속되지 못하고 술이 술을 먹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 그들은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꼬부라진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2차를 가자고 한다. 그때부터 평생 잊을 수 없는 찬란한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지나가는 차를 막고 시비를 걸지 않나, 도로 한 복판들어가 갑자기 교통정리를 하지 않나, 말리면 잠깐 조용히 있다가 또 딴짓 하고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막판에는 길거리에 정차되어있는 트럭에 양복 윗도리를 벗어 걸어놓고 구두까지 가지런히 벗어놓은 후 트럭밑에서 자고 있는 걸 억지로 깨워 택시를 태워 집에 보낸적이 있었다.


그후로도 술자리라면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그리 술을 좋아하더니 결국 그는 그렇게 좋아하는 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술 때문에 회사도 그만 두었고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아는 이가 없다.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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