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에세이
[에세이] 절대 못 고치는 병
한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재수할 때의 일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스타디 까페인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취업재수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쉽게 친해졌는데 그 친구는 글도 잘쓰고 책을 무지 좋아하는 국문과 출신이었다. 그가 내게 소개하기를 자신은 결혼을 했으며 딸 아이가 한 명있고 인이는 시골 부모님께서 봐주신다고 했고 처는 아직 대학교 4학년으로 재학중이라고 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들은 학교는 달랐으나 대학1년 때 어떤 동아리에서 서로 알게되어 사랑을 했고 아이가 생겨 낳았다고 했다. 둘은 처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 싼 월세방을 얻어 처는 학교에 다니고 그는 취업 준비를 위해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독서실을 찾은게 나와 인연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매우 깡말랐다. 키는 나보다 훨씬 꺼서 훤칠했는데 너무 말라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고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옜다. 그의 말을 믿으려고는 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의 처를 본적이 없었다. 그때 난 약간의 용돈 조의 월급을 받으며 독서실 사무실을 지키고 아침에 청소를 하고 손님을 받는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어떤 여자 손님이 방문했다. 긴 생머리에 청초하게 생긴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음에도 첫눈에 이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정도로 매력적이었는데 그 여자가 그 친구를 찾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친구의 처였고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처라며 나를 소개시켜주었고 둘이 집에 간다며 나갔다.
그 다음날이었다. 친구가 독서실을 왔는데 얼굴이 모두 상처 투성이다.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왜그래?"
친구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비밀을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집 사람한테 맞은 거야. 집 사람이 의부증이 있어."
"에이 또 뻥을 치고 있어. 어디서 줘 맞고 와서."
그때 전화 벨이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친구의 처 였고 친구는 전화를 바꾸더니 전화를 바꾸었다는 말을 한 후 듣기만 할 뿐 전혀 대응이 없다. 그러더니 슬쩍 들어보라는 손짓을 하며 내게 수화기를 갖다 댄다.
"야 ㅇㅇ새끼야. 왜 말이 없어. 어제 왜 안들어 왔어. 독서실에서 있었다는거 거짓말이지. 내 신세를 이렇게 조져놓고 ㅇ같은 xx야. 넌 내가 죽여버릴꺼야.
그렇게 예쁜 입에서 험한 쌍욕이 나오다니 그제서야 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친구는 집에가서 해결하고오겠다며 나갔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친구는 소식이 없었고 정확히 일주일 지나서야 독서실로 돌아왔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아이는 내가 키우기로하고 헤어졌어. 애를 생각해서 참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젠 더이상 못하겠어."
돈 한 푼없이 나온 친구에게 해줄 것이 없었던 나는 사장에게 사정을 말하고 총무직을 그 친구에게 넘겨주었다. 그친구는 그해 중고생 참고서로 유명한 국내 유명 출판사에 취업하였고 몇달 후 월세방을 얻어 나갔다. 그뒤 그 친구는 어느 날 한 여자를 데리고 왔다.
"나랑 결혼 할 사람이야. 같은 출판사 직원인데 내 사정도 알고 있고 아이도 있는 거 알아. 부모님께도 다녀왔고."
난 친구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고 다시 만남을 기약했으나 나도 취업에 성공하면서 독서실을 나옴에 따라 그걸 끝으로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 친구가 어디 살든 행복하길 바란다. 왜 이렇게 말랐을까. 키가 180이 거 되는 남자의 몸무게가 40kg을 간신히 넘는다면 지병이 있지 않고서야 믿을 수 있을까. 난 실제로 보았다. 의심증의 무서운 실체를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