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온달과 평강공주는 없었다

웃픈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는 없었다

한결


대학교졸업 후 취업재수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중 나와 다른 열람실 한 구석탱이에서 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남자가 한 명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 선배였고 지금은 로스쿨 제도가 있지만 그때는 사법시험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던 시절이었고 그 선배는 사법고시를 몇년 째 하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최소 네 시간 이상을 공부했고 쉬는 시간에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한 대 피는게 학습 루틴이었다. 그는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 경력이 있었고 벌써 몇번 째 도전이어서 거의 삼십이 넘어가는 나이였으며 우리가 당구 한 게임하러가자는 제의도 거절했으며 흔한 컵기 숍 한 번가는 일이 없었고 하루에 네 시간 잘까 말까 어두침침한 고시원 독서실에 엿가락 만한 형광등 아래서공부 이외에 일체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선배의 낙이라곤 하루에 한 번씩 애인과 전화하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애인에게 고시원 사무실로 전화가 와서 바꾸어 주어야

했다. 나중에 안 이야기인데 사법고시를 공부한 몇 년 동안 그녀가 회사를 다니며 번 돈으로 책 값이며 고시원비, 생활비를 댔다고 한다. 그 선배는 애인이 하는 말엔 꼼짝을 못했고 최근엔 공부에 집중하라고 두세 달에 한 번씩 고시원에 와서 얼굴보는게 다였다. 언젠가 우리도 딱 한 번 선배 애인의 얼굴을 봤는데 참 딱부러지게 생긴 미인이었다.


그 해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였다. 그날따라 함박눈이 펑펑 예쁘게도 내렸는데 고시원엔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그 형과 나를 비롯하여 달랑 몇 명만 남아있었다. 옥상에 모여 애인없는 남자들 몇이 모여크리스마스 이브 인데 이게 무슨 처량한 신세 냐며 함께 담배를 피며 신세한탄하고 있던 중 그 선배가 올라온다. 한 친구가 말을 건넨다.



"선배님!, 오늘 같은 날, 형수님하고 데이트 안하십니까?, 크리스 마스 이브인데요."


"어휴, 말도마, 내년에 합격 못하면 알아서 하라고 난리야. 아마 전화해도 공부나하라고 할껄!"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아닙니까. 눈도 오고 멋지게 분위기 좋은데서 한잔 하셔야죠. 전화 한 번 해보시죠. 혹시 압니까?, 형수님도 전화 기다리고 계실지."


"그럴까. 전화 한 번 해봐야 겠군."


선배는 득달같이 고시원 사무실로 내려간다. 우리도 다 따라가 지켜보기로하고 드디어 선배가 전화를 건다.


"눈오는데 전화 한 번 해봤어. 저녁이나 함께 할까?"


한동안 선배는 듣기만 하고 말이 없었다.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정신차리고 공부나하란다. 이 번에 합격 못하면 헤어질 각오하래., 난 들어가서 공부나해야겠다."


온달과 평강공주인가. 우리는 선배가 만일 합격하면 이렇게 독하게 밀어붙인 형수 덕분일거라고 했다.


다음해 선배는 진짜 합격을 해서 대학교 학교 정문에 경축 몇학변 아무개 제 몇회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그 후 그 선배는 고시원을 나갔고 나 또한 취업을 하여 고시원을 나오게 되었는데 그 후 선배의 초대를 받아 결혼식장을 가게 되었다.


"잉. 근데 그 때 그 형수가 아니네?"


우리가 생각하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는 없었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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