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높은 사나이

웃픈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눈이 높은 사나이

한결


직장 선배 중에 50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한 사람이 있다. 이 양반의 장점은 성격이 유순하고 조용조용 하다는거고 엄첨 검소한 데다가 모아놓은 재산이 많다. 반면에 단점도 있는데 천하에 둘도 없는 짠돌이에다가 여자보는 눈이 너무 높다는 거다. 그는 수도권에 집을 몇채나 가지고 있다. 그렇게 부자면서도 얼마나 짠돌이냐면 십여년전 나와 내 동기1명이 강원도 춘천으로 발령을 받아 사택에 짐을 미리 가져다 놓기 위해 일요일 출발했을 때다. 1월 중순 쯤이었는데 그날 따라 눈이 오지게 내렸다. 그때는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어서 낭만 가득한 경춘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였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나야. 올라오면 저녁이나 함께 하자구. 우리가 먼저가서 기다릴테니 사택에 차 세우고 어디어디 감자탕 집으로와 사택에서 가까우니까."


"아이쿠. 전화까지 주시고, 감사합니다. 있다가 뵙지요."


이렇게 해서 선배 두 명과 우리 두 명, 도합 네명이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눈 내리는 밤,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뜨끈한 감자탕에 가볍게 소주 한 잔하며 옛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자리에 일어설 시간이 되었는데 밥을 사겠다던 인간 둘이 안일어나는거다. 서로 밥값을 내기 싫었던 건지 그릇의 바닥이 다보일 때까지 퍼 먹고도 그냥 앉아있다.


'와, 독한 인간들, 밥을 사겠다고 하지를 말던가."


빨리 쉬고 싶었던 내가 밥값을 지불했다.


고기는 회사 회식때만 먹는 등 그후로도 그의 짠돌이 행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데 그 짠돌이도 돈을 펑펑 쓰는 사건이 생겼으니 나이가 한 참 어린 한 거의 이십 년 정도 차이가 나는 여직원과 친해져 둘이 사귀니 마니 소문이 돌았고, 들리는 말로는 둘이 영화도 보러다니고 저녁도 함께하고 자주 만난 모양인데 어떻게든 꼬실려고 선물까지 사주고 엄청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재밌는 일이 터졌다.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다 꼬셔놨다고 생각한 선배는 그 여직원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프로포즈를 했다.


"선배님, 전 선배님을 직장 상사 이외에 어떤 다른 생각도 해본적이 없어요. 착각하지 않으셨음합니다.


돌아온 말은 냉정하고 딱부러진 거절이었다. 닭 쫓던 개도아니고 부동산 투자의 귀재였던 선배가 여자에 대한 투자는 실패한 순간이다. 이후 회사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나이 먹고 어린 여자를 꼬시려고 하다니 양심이 있는거냐고 집적거리다가 까였다고, 그 후 선배는 한동안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얼마 안있어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버렸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해서 차이는 것은 아니기에 본인의 능력을 탓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는데 사귈 것도 아닌데 같이 다닌 그 여자도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확한 문제는 과유불급에 있었다. 너무 욕심이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혹자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나 그건 될 사람 이야기다. 안될 놈은 안되는 거다.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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