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반 부닌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와 인생의 덧없음

문학 칼럼10

by 한결

[문학칼럼] 이반 부닌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와 인생의 덧없음

한결


러시아 사회와 인간 문명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탁월한 중단편을 선보여 ‘러시아문학의 마지막 클래식’이란 찬사를 받은 이반 부닌(1870~1953)은 1933년 러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부닌의 작품은 러시아 볼셰비키혁명(1917)에 반대해 프랑스로 망명한 1920년을 기점으로 망명 이전과 이후로 대개 나뉘는데, 이 작품은 19세기 사실주의를 계승해 사회 비판적 요소가 강한 1910년대 작품이다.


쉰여덟의 나이로 막대한 부를 쌓은 주인공은 미국에서 사업에만 몰두했던 젊은 날들을 보상받으려 호화로운 여객선에 몸을 싣고 아내와 딸과 함께 2년간의 여행을 목적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가 탄 여객선은 향락과 사치의 절정판이다. 승객들은 식사 시간 사이사이 제공되는 핫초코와 샌드위치 등을 쉴 새 없이 먹고, 저녁마다 휘황찬란한 연회를 즐긴다. 이런 부자들의 놀음과 대조적으로 수많은 하인이 주방과 식기 세척실, 포도주 저장고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인부들은 배에 동력을 만들어줄 용광로의 지옥 같은 열기를 견디며 석탄을 퍼 넣는다.


주인공은 즐거운 여행을 꿈꾸며 카프리의 호텔에 도착하지만, 저녁 식사를 앞두고 돌연 발작을 일으키더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신사의 시신은 시체 안치실로 옮겨지고, 호텔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호텔 측은 즉시 시신을 처리하려 하며, 살아 있을 때는 극진히 대우하던 이들이 죽은 신사를 냉정하게 다룬다. 그의 시신은 다시 여객선에 실려 미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냉동 창고에 넣어지고, 선상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사교를 즐기며 그의 죽음에는무관심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는 물질적 풍요와 성공을 얻었으나 죽음 앞에서는 보잘 것없는 시신일 뿐이다. 작품은 당시 유럽 사회의 퇴폐적인 삶을 비판하며, 인간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묘사한다. 화려한 유람선 여행과 유럽 귀족 사회의 사교 문화에 빠진 인간의 사치와 허영 그리고 죽음의 냉혹함을 대비켜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무력한 존재임을 말하며 결국 부와, 명예를 쫓는 삶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강조하면서 죽음앞에서는 그 어떤것도 소용없음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죽음 앞에선 어떤 부나 명예도 소용없는 유한한 삶,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눈에 보이는 물질과 권력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어떠한 삶이 행복한 삶인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keyword
토요일 연재
한결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구독자 4,175
이전 09화다야마 가타이의 '이불'에서 보는 인간의 한없는 미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