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짜장면
민병식
회사에서 야근을 할 때면 즐겨 찾는 음식이 짜장면이다. 어렸을 때는 참 귀한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바쁠 때나 음식하기 귀찮을 때 쉽게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간편 식이 되었다. 내가 짜장면을 처음먹어본 것은 초등학교 2-3학년정도 되는 나이였던 것 같다. 그것도 어느날 갑자기 읍내에서 제일 큰 중국음식점에서, 식탁도 아닌 방을 통째로 빌린 아버지의 동창회 모임 장소여서 였는데 그날은 음식의 신세계를 보았던 날이었다. 난생 처음 만난 짜장면은 이런 음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게다가 그날은 그 당시 최고 인기스타 박치기왕 김일 선생님이 나오는 프로 레슬링 경기까지 본 날이었으니 꿩먹고 알먹고 신이났던 저녁이었다. '원래 평상시 모임이든 어디든 잘 데리고 다니지 않았던 아버지께서 나를 데리고 가셨는네 그 날따라 온 동네 전기가 나가 마을 사람 들은 TV를 보지 못하였고, 그 중국집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옆집인 자전거 수리점의 밧데리로 보았다고한다. 지금의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아버지 혼자 어디 좋은데 가지 않나 하고 따라가려고 조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 당시에는 수시로 전기가 나갔다. 밤12시만 되면 온 마을을 차고도 넘칠만큼 사이렌이란 놈이 자기 세상을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이며 통행금지를 알렸던 시대, 그 시간이 되면 무슨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온 마을이 암흑으로 변하던 시절이었다. 마을에는관공서와 자전거 수리점, 중국집, 만화가게를 제외하면 일반가정에는 TV없는 집이 대다수 였는데 한.일전 축구나 프로레슬링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동네에서 우리집으로 텔레비젼을 보기 위해 많은 이웃들이 몰려들곤 했다. 그때 마다 우리 집 안방은 동네 사랑방이 되곤 했는데 굳이 하모니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겠다고 몇 번 불게해놓고 그 핑계로 TV를 보러오는 옆 집 형부터, 나와 실 핀을 걸고 땅따먹기 놀이를 했던 새침한 금자누나와 누나 어머니를 비롯해 동네 입담꾼 아주머니 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간식거리도 별로 없어서 집에서 만든 튀밥이나 장날 시장에서 튀겨온 뻥튀기, 술떡 등을 가지고와서 한바탕 동네잔치라도 하듯 밤12시가 되로록 신나게 떠들다가 돌아가곤했고 여름철엔 집 뜰에서 모깃불을 피워놓고 평상에 앉아서 옥수수와 수박 참외를 ,겨울이면 거실에 화롯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 시절이었으니 짜장면 한그릇 먹는 것은 큰 호사였다. 학교 소풍날 또는 졸업식 때나 맛을 볼 수있는 귀한 특식, 밀가루 음식이어서 많이 먹어서 좋을 것은 없지만 간편하기도하고 또 바쁠 때 가장 맛있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 어렸을 때 그렇게 먹고 싶었지만 자주 먹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언제 어디서고 맘대로 먹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나도 성공한 인생 아닌가.
팔보채, 탕수육, 깐풍기 그 어떤 비싼 중국 음식보다 나는 짜장면이 맛있다. 지금은 둘 다 써도 되지만 과거에 언젠가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를 바꾼다고 하여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간짜장은 간자장이고 짜장밥은 자장밥이 되는 것인지, 외래어를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한 때 빼앗길 뻔한 나의 소중한 추억 짜장면, 오늘 점심은 고춧가루 대신 옛 추억을 가득 뿌린 짜장면이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