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추어탕

민병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라는 명제는 직장인들에게 매일 한 번씩 일어나는 선택의 갈등 상황이다. 식당의 메뉴는 한정되어 있고 회사 인근 식당을 모두 다닌다고 해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몇 번씩은 먹어보아 물린 탓에 메뉴를 고르기가 참 애매하다. 얼마 전 새로 생긴 추어탕집이 있다고 하여 동료들과 그리로 점심식사를 하러간 적이 있었다. 청양고추를 숭숭 썰어놓고 초록색 부추가 얹혀져 있는 펄펄 끓는 추어탕을 먹으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며 원기가 회복되는 기분으로 아주 맛나게 먹었다. 요즘 음식점에서 사먹는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넣고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가는 전라도식 추어탕이 대부분이다. 미꾸라지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으니 아이들과 여성들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갈아서 넣은 것이라서 실제 미꾸라지 얼마의 양이 들어갔는지를 모르고, 중국산 분말가루일 확률도 있다고 한다. 추어탕은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미꾸라지를 갈아 넣는 곳도 있고 매운탕처럼 통째로 들어가는 곳도 있다. 또, 된장대신 고추장이 들어가는 지역, 원재료 미꾸라지외에 소고기나 버섯 등 이 들어가는 지역, 각기 생활환경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가거나 다양한 조리방법이 존재해왔다.


내가 추어탕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농촌 마을이었던 우리 집은 뒷문 밖에 바로 논이 있었고 100미터만 걸어가면 논과 연결된 큰 도랑,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강줄기가 있어서 여름방학만 되면 친구들과 멱을 감거나 족대를 가지고 물고기잡이를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했다.

그 해 여름 이었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히겠다고 서울 청량리 시장에서 닭장사를 하시던 외삼촌과 친구 한 분이 우리 집으로 놀러오셨다.


''하루만 더위 좀 식히고 추어탕 좀 해먹고 가려고!''


동네 지리를 잘 아는 내가 양동이를 들고 미꾸라지나 붕어가 있을 만한 커다란 도랑으로 안내를 하였다. 외삼촌과 친구 분이 도랑 으로 들어가서 물이 내려오는 쪽 윗부분에 댐을 싸서 막고, 물꼬를 다른 곳으로 방향 전환 시킨 후 웅덩이의 물을 양동이로 퍼내기 시작했다. 말이 도랑이지 폭이 꽤 넓은 웅덩이 였는데 약 2시간정도 물을 퍼내자 바닥이 보이기 시작, 족대를 사용하여 풀숲과 바닥을 헤집으니 팔뚝만한 미꾸라지가 바글바글 거린다. 순식간에 양동이에 반을 넘게 채웠다.


이렇게잡은 미꾸라지를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니 무쇠 솥에 미꾸라지를 넣고 소금을 촥촥 뿌린 후 뚜껑을 덮는다.


'투다닥 투다닥'


요동을친다. 미꾸라지의 몸부림치는 소리가 어느덧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허옇게 솥안에 거품이 일었다. 이를 깨끗이 씻어 솥단지에 통째로 넣고 된장을 듬뿍 넣은 후, 파를 숭덩숭덩 썰어놓고, 마늘, 고추, 생강 호박, 고춧가루, 양파등 갖은 채소와 양념을 넣고 끓이니 식욕을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미꾸라지가 통째로 있었다. 잡았을 때 그대로 미꾸라지의 누런 배 무늬와 수염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채로 솥단지 안에서 길게 누워 둥둥 떠다니는 모습에 나는 징그러워 먹지를 못하겠는데 외삼촌과 친구 분은 ''아 시원하다''를 연발하면서 쩝쩝 소리까지 내며 드신다. 건더기는 먹을 엄두가 안나고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얼큰하고 감칠맛 나는 세상 최고의 맛, 결국 미꾸라지는 먹지 못했지만 국물에 밥을 막아 실컷 먹었다.


그렇게 통 추어탕을 맛나게 드시던 외삼촌은 지금 세상을 떠나고 안계시지만 추어탕을 먹을 때마다 그때 어머니의 손맛이 생각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드시던 외삼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음식의 맛은 추억이다. 어린 시절 외삼촌과 함께 미꾸라지를 잡고 그 미꾸라지로 어머니께서 해주신 추어탕을 먹은 그날의 즐거웠던 추억이 지금의 추어탕을 더 맛나게 먹을 수 있도록하는 것 같다. 좋은 추억은 평생 기억에 남을테니까 말이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 사진 송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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