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텃밭 일기
민병식
작년에 회사에서 텃밭 가꾸기를 하고 싶은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고 하여 주말 농장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신청을 한 이후 상추와 , 열무, 콩 등을 재배하고 수확했다. 멀리가는 것이 아니라 퇴근후에도 바로 가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해 있어서 참 좋았다. 집에서 거리가 멀면 밭에 나간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힘든데다가 전에는 도시에서도 직접 씨앗을 뿌리고 거둔다는 것을 상상을 못했었는데 알고보니 의의로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어렸을 때 고향집에는 커다란 텃밭이 있었다. 부모님은 그곳에 상추, 고추, 파에 토마토, 가지, 부추까지 철따라 다양한 작물을 심으셨고 담장밑에는 호박을 심으셨는데 덕분에 끼니 때마다 오이와 가지무침, 파김치에 갖가지 신선한 채소들이 밥상 위에 자리를 잡았고 특히, 비오는날이면 부쳐주시던 애호박전은 지금 생각해도 자연을 통째로 먹는 듯한 신선함 가득 최고의 맛이었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흙을 밟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시골 농촌 출신인 나로서는 늘 흙냄새가 그리웠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현대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그리워한다. 나무와 숲이 푸르른 자연의 마당에서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아름다운 경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한번 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럴 때 그 허기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준 것이 텃밭이다.
내가 경험한 텃밭의 장점은 우선, 좁은 면적이라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거다. 실외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가능하며 집 근처나 회사 근처의 자투리땅 활용을 할 수도 있겠고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는 경우, 건물 옥상이나 베란다 를 이용해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즉시성이 탁월하다. 두번째는 건강에 확실히 도움을 준다. 일단 시작하면 관심을 갖고 작물을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잘 자라는지 수시로 확인해야하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심는다든지 물을 주고 수확을 하고, 계속 움직이므로 신체활동 뿐만 아니라 약을 뿌리지 않고 무공해 식품을 섭취하게 되어 건강의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 거기에 더하여 작물을 재배하다 보면 텃밭같은 경우, 동료나 이웃과의 교제도 더욱 친밀해져 인간관계도 더 부드러워진다. 어디 그뿐인가.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춘 공기 정화작용까지 솔선수범하게 되니 텃밭은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 삼조, 사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꽃봉오리같은 봄의계절인 청춘을 지나 푸르른 신록이 우거진 여름같은 청, 장년기를 거쳐 이제 빨갛고 노오란 단풍이 드는 가을과도 같은 중년을 맞이한 즈음, 자연의 순환은 인생의 순환과도 같음을 배운다.
"어머니, 아버지, 이거 제가 기른 열무인데요, 친환경이라서 맛이 아주 좋을거예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상상을 하는 내 눈 앞에서 어렸을 때 호박전을 부치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상추쌈을 입안에 한 가득 넣으시던 아버지, 그리고 뭐든지 아들이 가져다드리면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미소가 아른거린다. 토요일 아침 일찍 텃밭에 나섰다. 이른 시간 임에도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목도 마르지만 오늘 저녁 직접 재배한 무공해 상추에 삼겹살 파티를 열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뿌듯해진다.
4차산업시대에 농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의 한 방향이 친환경 도시 농업인데 난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는 유기농 텃밭 가꾸기로 가족의 건강과 지구살리기에 앞장서려한다. 탄소 중립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할 수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그 약속을 계속 지키는 것, 그것이 미래의 지구를 살리고 미래의 세대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