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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r 13. 2021

이 그림, 파는 건가요? /독후감133

현대 미술은 무엇인가?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면 무작정 자신과 인연이 닿는 것에서부터 배우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무언가 인연이 생기기 전에 숨을 한번 고르고 내가 갖아야 할 마음을 챙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 챕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만의 안식처를 만든다!’

(아! 그래, 내가 이런 것을 원했나? 아! 이런 것을 내가 원했었구나!)

좋아하는 책들과 그림들로 나만의 안식처를 만드는 것이다. 

독후감을 적은 순서대로 책을 꽂아 놓을까? 읽은 순서대로 책을 꽂아 놓을까? 아니면, 책등 색깔이 비슷한 책들끼리 꽂아 놓을까? 

모든 벽에 그림을 걸 수 있도록 벽과 천장이 맞닿는 모서리에는 레일을 깔고, 천장에는 조명 레일을 설치한다. 꼭 벽에만 걸어 놓고 싶지 않으니 그림을 바닥 벽면에 툭~ 시크하게 세워 놓고도 싶다. 잠깐 상상한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맺는다.

모든 것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말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저 세상으로 가지고 갈 수 없다. 단지 잠시 작품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질 뿐이다. 그림은 누구나 볼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와 생명을 얻는다. 어느 집 거실에, 안방에 걸려 있는 한 그림은 예술이 지니는 역할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가 예술을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 이유는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주고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고통과 번민을 예술로 나타내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나만 독차지하며 소유하고 즐기는 것이 그림은 아니다.


 작가는 십 수년 국내 화랑업계의 종사자로서 우리나라 미술업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화랑에 들어온 관람객의 천차만별 태도부터 유럽이나 미국의 공립, 사립 미술관은 화랑의 큰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미술관은 왜 그림을 수집하지 않는지, 어떻게 그림을 사야 하는지 등등 화랑 아저씨가 옆에 따라다니며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다.




 그림을 사든지, 그림을 팔든지 난 처음 이 질문에 봉착했다. ‘도대체 그림이 뭐지?’

순수 미술은 뭐고, 현대 미술은 도대체 무얼까? 계속 읽고 쓰게 될 단어들일텐데......

 18세기 순수미술 Fine Arts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리스 시대에는 법칙에 따라 솜씨 있게 만든 모든 것을 테크네 techne 즉, 예술 arts이라 불렀다. 아름다운 조각상과 건축물 모두 테크네로 인정받기 위해 법칙을 만들었다. 비너스상에서 나온 8등신이란 법칙은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인체 비례 법칙이며, 파르테논 신전 역시 인체의 비례를 기본으로 해서 기둥의 굵기와 높이, 기둥 간의 간격, 심지어 기둥에 파인 홈의 수까지도 법칙을 통해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일과 양복 짓는 일이 똑같은 정도의 예술이었다. 무엇이든 법칙이 있고, 솜씨가 있으면 테크네가 되는 것이다.

 중세 예술 개념에서 예술가의 사회적 위치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조각이나 그림은 우리 생활에서 효용성이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로 치부되었고 평범한 예술영역에도 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미술가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높이기 위해 미술에서 솜씨를 부리는 기술을 분리하려 했고, 이는 ‘아름다움’이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르네상스의 사회적 분위기와도 부합했다. 또한,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미술가들의 사회적 지위는 점차 높아졌다.


 중세시대 미술은 이론과학을 가르치는 교양학과에 포함되지 못해 예술로 취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 과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이론과학의 증거가 필요했으며, 이 필요성이 3차원의 현실세계를 그대로 2차원의 평면에 옮기는 방법인 ‘선 원근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이론과학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르네상스 후기에 그려진 많은 그림들은 과학과 수학을 설명하는 그림들이 많다. 다 빈치가 원근법과 해부학 이외에도 다양한 과학 분야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어 위대한 화가이면서 위대한 과학자이어야 했던 이유는, 그림이 이론과학을 포함한 예술이라는 증거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르네상스가 진행된 지 불과 수십 년 만에 미술은 과학을 뛰어넘게 되었다. 그래서 다 빈치보다 23세가 젊은 미켈란젤로는 위대한 예술작품만을 남겨, 다 빈치가 과학자, 예술가로 불리는 것과 달리 최고의 예술가로만 불리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겪고 18세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미술을 포함한 예술을 ‘순수미술 Fine Arts’로 분류하였다. 19세기 중엽까지 순수미술은 자신의 위치와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지만 산업혁명, 사진기의 발명, 미술시장의 흐름 등과 같은 시대가 요구하는 부름으로 현대미술로 바뀌어 간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사실주의를 선언한 미술은 반항아 기질을 발휘하면서부터 10년이 멀다 하고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아방가르드 예술은 기존의 예술에서 퉁겨져 나온 ‘반항 예술’이다. 이런 아방가르드 정신을 그대로 그려낸 미술사조들이 야수파와 표현주의 그리고,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파, 러시아의 구성주의, 이탈리아의 미래파이다. 이들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포착하여 그리는 태도를 탄생시켰으며,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을 탐구하는 반항을 추구했다.

 이제 현대미술에는 제한된 영역이 없고, 아방가르드 미술이 아닌 것은 미술이 아닐 정도가 된 것이 현대미술이다.


 현재까지 조금만 더 끌고 와 보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20여 년 만에 다시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미술의 중심마저 옮겨 버린다. 이렇게 유럽은 ‘예술의 고향’이 되었고, 미국의 뉴욕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다.

자리를 옮긴 현대미술은 모더니즘이라는 용어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추상표현주의, 색면추상, 미니멀리즘이라는 복잡한 이름 모두를 통합했다.

 미국은 곧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팝 아트’이다. 대략 현대미술은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 현대미술은 카멜레온을 닮았다. 예전에는 그림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마저 버젓이 화랑에 미술관에 들어와 있다. 어디서 어디까지 그림이고, 현대미술인지 혹은 예술이 아닌지 판단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이해하고, 즐기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림을 보고,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그림을 나만 독차지하며 소유하고 즐기는 것이 그림이 아니라면, 그림은 누구나 볼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와 생명을 얻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건물을 지어야 하는 미술관 설립은 매우 까다롭다고 들었지만, 일정한 크기의 공간과 전시시설을 갖추고 등록 작품 100점만 있다면 미술관 등록은 비교적 쉽다고 들었다. 모두가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을 등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이 나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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