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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r 06. 2021

그림애호가로가는 길 /독후감132

책 제목이 기가 막힌다!




그림을 애호愛好하고 수집하기도 좋아하지만, 글솜씨도 그에 못지않은 작가 이충렬 씨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현실의 삶에 기초하고 그 삶이 반영된 ‘그림을 애호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1976년 가족과 함께 이민을 떠난 후, 미국 애리조나주 남쪽의 작은 국경도시에서 잡화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음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림을 즐기고 모은다. 더구나 그가 모은 작품에는 그만의 수집 철학이 있다. 이국 땅에서 한국의 모든 것이 더욱더 애틋한 만큼 그가 처음 정한 컬렉션의 주제는 ‘가족’이었다. 그다음에는 아이들도 좋아할 수 있는 동물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으로 이방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그림을 찾기도 하고, 어릴 적 한국에서의 추억이 회상되는 그림들, 고향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는 그림들을 찾는다.

 그림들을 찾다 보면 에피소드가 쌓인다.

그에게 독도는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들보다 더욱 애절해서 일본과의 관계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라는 생각으로 독도 그림을 찾는 과정 중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일본 화가들은 그린 적이 없고 오직 우리나라 화가들만 그린 우리나라 섬, 독도!’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린 독도 그림은 나오지만, 일본 화가들이 그린 ‘다케시마’ 그림은 없다. 이렇게 작가의 자녀들은 그림을 통해 독도를 가슴에 새겼다.


 그렇다!!

가장 나에게 도움을 준 충고는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를 정해 컬렉션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먼저 세 가지를 주제를 정했다. 책과 기도와 부부.

컬렉션의 방향도 정해지고, 2021 화랑미술제도 마침내 이번 주에 열리고 있어 어제 다녀왔지만 그림 고르기는 정말 어렵다. 주제에 해당하는 그림을 막상 만나도 내가 좋은 느낌을 갖아야 하는 것이고, 가격도 내 여건에 맞아야 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이 그림은 좋다 나쁘다’ 한마디 할 수 없는 무어라 판단이 서지 않는 모호한 상태의 지속이다. (이 그림은) 좋은 건가? 별로인가?


 내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았다!!!

‘발굴은 꾸준함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발품 팔아 전시회도 다니고, 평소에 관심도 가지면서 많은 그림들을 보는 꾸준함만이 모호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화랑 초대전이나 기획전에서는 큐레이터와 작품에 대해 의논할 수 있고, 개인전이나 아트페어에서는 작가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인연을 맺을 수 있다.

 김달진미술연구소 www.daljin.com와 네오룩닷컴 www.neolook.net은 미술잡지 말고도 애호가들의 갈증을 풀어줄 만한 좋은 사이트도 있고, KIAF와 MANIF라는 국내 아트페어도 매해 열리고 있다.



 화랑은 유난히 문턱이 높다고 느껴져 그림 동네를 기웃거리는 우리가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책을 읽어보니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라 한두 번 거래를 하다 보면 알아서 할인을 해주기도 하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고 하면 몇 번에 나눠내게도 해준다.

 이우환 화백의 <조응>이란 작품은 1년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으나 사정이 힘들어 결국 월부가 모두 끝나기까지 18개월이 걸렸다.

그래서 그림을 처음 사는 애호가라면 화랑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거기 소개된 그림을 보고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미술동네에 드나들려면 역시 인맥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을 가서 자투리 시간이 나면 화랑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그곳에서 우연히 그림과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림은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정확하게 그림 투자가가 아닌 그림 애호가를 위해 쓰였다.

투자가가 되면 그림이 그림으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인다. 그림 값이 올라야만 기쁠 뿐, 그림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다. 애호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계속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가족과 함께 가지 못하는 애호가의 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철학이 멋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이제 막 시작하는 애호가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우선 관심이 가는 작가의 전시회 도록을 구한다. 그중 눈길을 잡아매는 그림의 이미지를 골라 근사한 액자에 넣어서 방에 걸어두고 아침저녁으로 감상한다. 나는 이것이 애호가가 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책 제목 기가 막히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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