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Feb 27. 2021

히피 /독후감131

Hippie

 “코엘료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저씨 책 독후감을 벌써 3권째 쓰고 있습니다.

칭찬 좀 해주세욧!!! 이번엔 그래도 최근에 쓰신 [히피 Hippie]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제야 ‘왜 아저씨 글이 파울로 코엘료 같은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왜 그렇게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지, 왜 그렇게 모험을 추구하는지, 왜 그렇게 자아를 찾으려고 하는지, 왜 그렇게 일상에 감사해야 하는지. 

당신께서 보낸 20대 초반은 지금의 당신을 만든 게 분명합니다. 

우리는 엄연히 다른 시대에 태어났지만 지금은 동시대에 살고 있네요. 저도 영광이지만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20대를 겪은 아저씨도 이렇게 바뀐 세상을 같이 영위할 수 있다는 자체가 큰 축복이네요. 코로나로 일어난 일들은 좀 안타깝긴 하지만요. 건강하시죠?




 아저씨의 관심은 보통의 20대 청년들과 확실히 남달라 보이네요. 

그 당시 유행하던 최신 히피 순례길을 따라갔던 것도 그렇고, 암스테르담에서 하레 크리슈나 신도들을 따라 길거리로 나가서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도 하고, 이스탄불에서는 수피즘을 배우기 위해 머리에 작은 모자를 쓰고 순백의 치마를 두르고 빙글빙글 맴을 돌던 데르비시들의 춤을 배우려고 한 것도 그렇고. 

제 계산으론 아저씨 23살 때 암스테르담에서 네팔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70달러로 갈 수 있는 매직버스를 탔다는 게 사실인가요? 단돈 70달러로 인생에 단 한 번 가볼 수 있을 장소들에 가보고 싶어서 좌석 등받이도 젖혀지지 않는 ‘매직 버스’라는 이름 말고는 마법과는 전혀 거리가 먼 버스를 타기로 했던 것도 범상치 않았고요.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아저씨와 아저씨 소설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 시절 매직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주로 ‘히피’로 간주되었던 것 같네요.

히피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유행을 따르는 게 즐거워서 히피 스타일로 옷을 입기도 했으니까 충분히 히피로 간주될 만도 했겠죠. 매직 버스의 긴 여정 동안 아저씨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경유하는 나라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 방종과 마약도 함께!” 혹은 “이것들이 가고 나면 의자를 소독하쇼! 페스트든 성병이든 분명 뭔가 옮기고 다닐 거라고!”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을 테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아저씨의 글들은 파울로 코엘료같이 되었습니다.

영혼의 모험을 위해 여행을 자처하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꿈을 좇는 것이 훨씬 좋다는 메시지를 주는 글들은 아저씨 글 만한 것이 없죠.


 글 중 파울로의 매직버스 동행자인 카를라가 인상 깊네요.

에필로그로 짐작하건대 아저씨는 네팔까지 가지 않았으니 중간 경유지 이스탄불에서 헤어진 카를라가 지금은 반은 보고 싶기도 하고, 반은 그리움으로 남겨 놓고 싶은 심정이신가 봅니다.

 아저씨의 글에서 아저씨의 향기가 나는 부분은 두 가지가 생각나네요. 

향기라고 함은 아저씨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연금술사]에서 남긴 향기라고 말씀드립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저에겐 향이 조금 약했거든요.

 첫 번째는 카를라를 통해서 당신의 향기가 납니다.

질투를 느껴본 적이 없는 카를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어 네팔 어느 구석에서 모든 것을 망각하며 명상에 빠져들고 싶은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카를라는 결국 자신이 모두의 관심의 중심에 서지 못할 것이 두려워 ‘혼자가 되는 것’을 택했네요. 사람 사는 동네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질 않는다면 우리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카를라는 우울하고, 우리가 쉽게 부정하는 질투와 사랑 같은 감정들은 소중해진다. 이런 것들이 사람 냄새니까.

 두 번째는 수피즘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초록색 방에서 만난 노인을 통해서 향기가 납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십니까? 첫 번째 스승은 도둑이었고, 두 번째는 개였고, 세 번째 스승은 어린아이였습니다. 꼭 연금술사 버전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 있었지요.




 아참!! 매직 버스에 같이 탑승한 무리 중 프랑스 부녀父女 이야기는 참으로 현실적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딸이 있는 제게 희망도 생기고요. 언젠가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을 살짝 꿈꿔 보기도 했습니다. 와이프와 이혼하는 것만 제외하고요.

 이 모든 이야기들은 저에게 이렇게 다가옵니다.

‘일상은 소중하다’라는 진리와 명제는 그냥 우리에게 찾아와 깨달음을 주진 않는다. 시도와 결정과 노력과 경험과 시련을 통해서 우리를 깨닫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 낮에 와이프와 맥주 한잔하면서 이렇게 운을 띄웠습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이 코엘료 아저씨의 [히피]란 책인데 당신하고 히피처럼 정처 없이 기약 없이 여행 다니고 싶어.’ 그랬더니 ‘나도’라고 하더군요. 다행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 독후감13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