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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20. 2021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 독후감130

 먼저 책 제목을 바꿔야겠다.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에서 ‘됐다’로.

책이 쓰인 2017년 3월에 200만 원 남짓 (금 8.3돈)하던 비트코인은 오늘 현재가 6,400만 원이다 (금 237돈). 그때 비트코인의 관심사는 생존 여부였지만, 지금의 관심사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까 하는 상승 여부다. 누구는 2억까지도 오른다고 예상한다.

 판단이 참으로 어렵다. 그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것인데. 살까? 말까? 산다고 결정해도 어차피 많이 사지도 못할 텐데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나 확실한 점은 앞으로는 많은 투자 포트폴리오 중 비트코인은 무시할 수 없는 투자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6,400만 원이라는 결과 이외에도 가상화폐가 금화가 된 이유를 배울 수 있었다.




 국가화폐는 무더기로 발행됐고, 여전히 잔뜩 발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떤 화폐든 결국에는 값이 떨어진다. 나아가 폭락한다. 그 증거로 화폐를 대량 발행한 국가의 금리는 제로 또는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유로도, 파운드도, 달러도, 일본 엔도.

 경제학에서 항상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원리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물건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현재의 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인 것처럼.

 반면에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은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다. 금 gold처럼. 금은 광산을 캐고 또 캐도 대량으로 나오지 않는다. 금이 나오는 곳은 정해져 있고, 광산 노동자의 임금도 해마다 오르므로 생산량이 한정된다. 그래서 금값은 유지되고 있다.

 현재의 금리 수준과 한정되어 있는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한 투자 이유를 고려해볼 수 있었다.


 그럼 안전하기는 할까?

비트코인은 개인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내려받은 ‘지갑’에서 송금이 실행된다. 송금 신호는 전부 암호화되어 하나하나 전자인증이 이루어지고, 상대는 그것을 통째로 넘겨받는다. 이 사이에는 범죄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사이에 범죄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에 근거한 분산 장부 기술 때문이다. 100비트코인을 가진 사람이 그중 50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때 그는 본인이 100비트코인의 소유자임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증명에는 ‘암호 키’가 필요하다. 비트코인 암호는 비트코인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컴퓨터에 분산 보존된다. 암호 하나를 뚫어서 기록을 변조하려고 해도 세계 어딘가의 컴퓨터에는 원본 기록이 남아 있다. 몇 십만 대의 컴퓨터에 기록이 분산된 상황이니 전체를 감쪽같이 바꿔 놓아야 하는데, 이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분산된 장부’인 셈이다.

 블록체인에는 타임스탬프 시스템이 있는데 가령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에는 ‘2009년 1월 3일 18시 15분 5초’라는 타임스탬프가 찍혀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사건이 시계열에 따라 정렬되므로 ‘어느 쪽이 먼저 발생했는지’도 확실하게 증명된다. 이와 같은 정보들이 전 세계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어 있어 범죄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내 기억엔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있었다.

홍콩의 비트피닉스라는 거래소에선 2015년 1,500비트코인을 해커에게 빼앗겼던 적이 있었고, 2016년엔 11만 9,756개의 비트코인을 훔쳤다고 한다. 이때는 비트피닉스에서 맡고 있던 총액의 36%가 도난당한 것으로 계산되어 비트피닉스에 비트코인을 맡긴 사람들 모두가 36%씩 손해를 봤다. 덧붙여 도쿄 시부야에 있던 마운트곡스는 해커에게 20만 비트코인을 도둑맞고 내부 비리도 겹쳐 회사 자체가 도산했다.

 비트코인의 근간인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은행에 강도가 들어오는 것처럼 블록체인 거래소와 보관소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면 자신의 컴퓨터나 USB 등에 보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도난을 당하거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망가지거나 USB를 분실하면 대책이 없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비트코인 보관소에 맡기는 추세다. 어떤 보관소에 맡겨야 할까? 책에서 주는 한 가지 팁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험회사에 보험을 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책이 쓰여진 2017년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회사들 중 유명한 곳으로는 서브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델컴퓨터, 위키페디아, 테슬라모터스, 홀 푸드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온라인 신문 블룸버그닷컴, 홈 데포, 미국의 케이마트,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 등이 있다. 런던 동부 스트랫퍼드에 있는 소밀 카페 Sawmill cafe에서는 0.00000001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은 비트코인 시세가 올라 더욱더 많은 0이하 소숫점 자릿수가 필요하겠지만.


 내가 비트코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신빙성이 가장 떨어졌던 이유는 누가 비트코인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 암호이론과 연관된 국제 메일링 리스트에 사토시 나카모토 Satoshi Nakamoto라는 인물이 쓴 논문 하나가 올라왔다. 이 수수께끼의 인물은 이듬해인 2009년, 블록체인 기술에 근거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상에서 공개한 뒤 제1호 비트코인을 스스로 채굴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일본인 이름을 하고 있지만 정체는 알 수 없다. 개인일 수도 있고 집단일 수도 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사토시 나카모토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암호학자인 크레이그 라이트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결국 같은 해 5월 2일에 그는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인정하였다. 그런데 다른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크레이그 라이트가 증거로 제시한 내용은 핵심 내용이 빠져 있으며 신빙성이 없다”라고 지적하였고 크레이그 라이트는 5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와 관련된 글을 제기한다. 하지만 다음 날, 전날 올린 글들을 모두 지우고 “죄송합니다 I’m sorry”라는 제목의 통지문으로 대체하여 아직 의문이 남은 상태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혹은 구입하는 것. 직접 채굴하지 않는다면 다시 두 가지 선택지가 따라온다. 살까? 말까? 여전히 판단이 어려운 비트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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