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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15. 2021

폴리매스POLYMATH /독후감142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

 폴리매스 Polymath란 박식가博識家 혹은 여러 주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책에서 언급된 폴리매스 중 한국인은 단 한 명이다.

정약용은 18세기 정조 대왕 밑에서 도시 공학자로 일했고(그는 지금의 수원에 화성을 설계했다) 이어 경기도 암행어사가 되었다. 정약용은 일찍이 아홉 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시인으로도 이름이 높았는데 특히 그의 시는 19세기에 다도 문화가 부흥하는 데 일조했다. 정조 후 새 임금이 들어서 천주교 신도를 박해하면서 정약용은 유배되었다. 그는 유배 생활 중에 정치에서 철학, 경제, 자연과학, 의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무려 500권에 달하는 책을 지었다고 한다. 유배지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법학 <흠흠신서>, 언어학 <아언각비>, 외교 <사대고례산보>, 통치술 <목민심서>, 행정 <경세유표>에 관해 중요한 저작을 완성했고 책으로 묶었다. 정약용은 상이한 환경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재설계하는 능력을 보였다. 이는 정약용의 뇌가 아주 놀라운 가소성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폴리매스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폴리매스가 될 수 있을까? 폴리매스란 선천적인 것이 아닐까?

 이를 위해 작가는 역사상 수많은 폴리매스들을 소개한다.

배우가 영화제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할 때 감사하다고 끝도 없이 언급하는 수많은 주변인들의 수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은 폴리매스들을 소개하고 있다. 폴리매스 인물 백과사전의 느낌마저 든다.

 폴리매스로 타고난 인종이나 집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며, 모든 인간은 폴리매스가 될 가능성을 타고난다. 폴리매스가 ‘되어 가는’것이 아니라 폴리매스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세계사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특출한 인물을 한 명 선정해 그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이름을 알린 분야 외에도 다양한 관심을 품고 성과를 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폴리매스로 사는 것이 오히려 인간에게 자연스럽다.



 폴리매스의 반대말은 심플매스가 아니다. 폴리매스의 반대편에 서있는 단어는 ‘전문화’이다.

이 사회는 거대한 세계를 조각조각 분리하고 엄격하게 경계를 긋고 우리가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한 분야를 강요한 게 아니라 해도 필요에 의해 가능한 한 빨리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다른 분야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누가 우리에게 한 가지 분야만 선택하도록 강요하는가? 부모, 교육기관, 고용주, 정부,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우리 사회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파편화와 초超전문화를 영구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18세기 말에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지식의 전문화’가 시작되었다면, 19세기 말에는 세계 곳곳에서 ‘업무 혹은 직업의 전문화’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개선, 보다 큰 수익으로 이어지기 위함이다.


 선천적으로 훌륭한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혹은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기 때문에 폴리매스가 가능하다는 관점 자체를 고쳐야 한다. 인간은 자동화와 인공지능 덕분에 수많은 정보를 축척하고 정리해야 하는 과중한 짐을 내려놓을 것이다. 기술 전문화 영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은 여러 지식을 통합하고, 정리하고, 융합하고, 연결하여 인간의 고유한 지혜와 이해를 수립하는 일이라야 한다.

 전문화 시스템은 오히려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기계화할 뿐이어서 이 전략으로 미래의 기계와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폴리매스의 기질을 찾아 자신을 개발하고 성장시킬 대안을 찾는 것이 미래에서 유의미한 인간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길이다!




 여전히 정약용의 업적으로 주눅이 들어 폴리매스의 기질을 찾아 자신을 개발하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면 다음의 질문이 도움이 된다.

 일군의 폴리매스들이 미래를 통제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모두가 자기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 폴리매스가 되기를 바라는가?

 역사상 수많은 폴리매스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생각에 한계를 두지 않고, 창의력을 확장하고, 개성을 중시하고, 호기심이 충만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다. 폴리매스의 기질을 찾아 개발하는 첫 번째 단계는 위의 공통점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의식을 개조해야 한다고 작가는 제안한다.

 그래서, 작가는 책에서 수많은 역사상의 폴리매스들, 동시대의 폴리매스들을 소개했다.

일관되게 보여준 그들의 특성과 방법론들을 채택해 우리도 폴리매스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사고를 개혁하기 위함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폴리매스들을 보기로 삼아 현대사회가 강권하는 초超전문화를 거부하고 우리 안에 숨어 있는 폴리매스 기질을 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그래도 정약용의 업적이 너무나 엄청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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