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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19. 2021

한 남자의 그림사랑 /독후감147

 옥션 auction 사장이란 직업에 흥미가 갔다.

요즈음은 많은 그림들이 옥션을 통해 거래된다.

옥션 사장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까? 그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림에 흥미를 가지면서 한 가지 질문이 항상 내 앞에 서있다.

‘왜 나는 그림을 좋아할까?’

옥션 사장의 대답은 이렇다.

“’왜’가 아니라 그냥 좋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쩌지 못할 만큼 마냥 좋기 때문에 좋아한다.”




 고흐를 죽인 것은 가난이었다. 이중섭을 죽인 것도 가난이었다.

평생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아본 적이 없는 고흐는 그의 동생이자 화상으로, 고흐의 작품을 받아주고 매달 생활비를 대주었던 후원자인 테오에 대한 죄책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37세의 젊디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죽기 전에 동생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고 절규한다. 그가 동생에게 보낸 668통의 편지를 읽어보면 그를 자살로까지 이르게 한 것은 분명 가난이었다.

 죽어서 신화가 된 천재화가 이중섭은 1956년 9월 6일 서대문 적십자병원에서 41세의 나이에 홀로 숨을 거뒀다. 이중섭은 자신의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인한 참담한 생활고로 영양실조에 걸리고, 결핵으로 각혈까지 해대는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보내야 했다. 재료를 살 돈이 없는 이중섭은 담배 포장지인 은박지에 그린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이중섭의 작품 중에 제대로 된 캔버스에 그린 유화가 극히 드물다. 자신의 머리를 빡빡 깎아버렸고 엄지손가락을 피가 나도록 문지르는 일을 되풀이했다. 이런 자학은 자기 그림이 한 점도 팔리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혹평 속에 작품도 거의 팔리지 않았다.


 천재 예술가는 가난해야만 하는가?

미술품이 잘 팔려야 작가들도 딸린 가족을 부양해야 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해야 하고 작품을 하는데 드는 재료, 필요한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서양이나 이웃 나라들의 미술시장 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미술시장만 이렇게 얼어붙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옥션 시장에는 특이점이 있다고 들었다. 일반적으로 옥션은 낙찰가에 대한 일정 비율의 수수료로 이익을 내기 때문에 낙찰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시장이 불황이라 높은 낙찰가보다도 낮은 낙찰가에라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서 옥션에 물건을 맡기면 오히려 작품의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술시장 불황의 이유로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탓하지만 나는 옥션 사장의 생각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소비자를 탓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자신과 자신이 만든 제품을 돌아보아야 한다. 소비자는 항상 현명하고 옳다는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미술시장을 신뢰하는가?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들었는가? 미술시장의 인프라와 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는가?


 나는 마지막 질문인 미술시장의 인프라는 상상조차도 해 본 적 없었다.

미술품을 큰 맘먹고 사더라도 혹시 돈이 급하게 필요한 때 쉽게 팔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곳도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 형편이 넉넉한 경우에는 그림을 사다 보면 양이 많아져서 어딘가 믿고 맡기고 싶은데 미술품 보관도 쉽지가 않다. 소장한 미술품이 어쩔 수 없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디서 수리를 해주는지 알 수가 없다.

또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가짜가 많다는데 취급한 화랑에서 항상 보증을 해 주는 것도 아니다. 당장은 돈이 좀 모자라는데 미술품은 다른 물건처럼 신용으로 사거나 할부로 사기가 힘들다.

이런 여러 가지 미술시장의 인프라 미비에 따른 불편함이 미술품을 선뜻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예술의 ‘순수성’과 돈의 ‘세속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미술품도 하나의 상품이며 갤러리스트도 결국엔 화상畫商이다. 맹물에 된장, 고추장 풀어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으니.

미술작품을 미술시장과 별개로 할 수가 없어 알아보았지만 갈 길이 멀다.

 우리에게 세계적인 가수로 알려져 있지만 컬렉터로도 유명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Barbra Streisand는 11세 때부터 애를 봐주거나 중국식당에서 일해서 받은 푼돈으로 골동품, 미술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미술품 수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트라이샌드는 대답했다.

열정 Passion과 안목 A good eye이라고.




 옥션 사장이 그림을 수집하고자 하는 나에게 주는 몇 가지 팁들이 훨씬 솔깃하다.


독창적인 작품에 주목하자

어떤 정신을 어떤 소재에 어떤 테크닉으로 표현하느냐가 작가로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그래서 작사들은 자기만의 형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고심한다. 피카소는 “다른 사람의 그림을 모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그림을 모사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라고 했다.


작품의 질을 따지자

작품의 질 혹은 작품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는 그 작가에 대한 대표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중섭’하면 소 그림이 떠오른다. 이중섭이 그린 풍경화는 대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박수근은 아이를 업고 있거나 빨래를 하는 여인들이 떠오른다. 천경자 작품은 역시 미인도다. 싼 가격에 이끌려 작가의 이름만 보고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가짜 작품을 조심하자

인간은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짜를 만든다. 심지어는 ‘돈’까지도 가짜를 만들지 않던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화랑이나 경매회사에서 샀을 경우에는 반드시 영수증과 더불어 보증서를 받아 놓아야 한다. 개인 소장가에게 샀을 경우에는 우선 도록을 찾아본다.


작품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자

작품의 보존 상태는 작품 가격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친다. 보존이 어려운 드로잉이나 파스텔 작품도 유의를 해야 한다. 외국 미술관에서도 이런 작품들은 빛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어두운 장소에서 전시를 하거나 아예 전시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사자

진정한 컬렉션의 의미는 소외받는 작가의 작품으로 보다 긴 호흡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한 작가가 성공하는 데는 약 25년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와이프와 아이들과 함께 젊은 작가들의 그림 보러 나들이 가야겠다.

‘더 리뷰 The Preview 한남’이라는 아트페어 art fair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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