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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26. 2021

숨 /독후감148

EXHALATION

 

모든 단어들 앞에 인공지능이 붙는 요즘이다.

인공지능 로봇, 인공지능 스피커, 인공지능 세탁기 등등등.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적인 인공지능을 추구한다.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초인적인 인공지능을 추구할 것이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 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 metaverse’라는 단어가 있다.

메타버스는 향후 IT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미술계에서 핫한 이슈인 NFT(Non-Fungible Token) 그림도 메타버스에서나 유용할 것이지만 정말로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아바타를 메타버스에서 살게 할까? 지구에서 살기도 바쁜데 과연 시간을 할애하여 3차원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교육시키고 꾸미며 SNS 활동을 이어 나갈까?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어갈까 궁금하기만 하다.

 변화되는 세상은 새로운 단어들을 사용한다.

이런 흥미로운 단어를 접할 수 있는 곳은 테드 창 소설만 한 곳이 없다.

데이터 어스 Data Earth는 메타버스 세상의 이름이다. 디지 언트 digient는 데이터 어스 같은 환경에서 사는 디지털 유기체로 아바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메타버스 세상도 좁아서 데이터 마스 Data Mars를 만들었다. 우리가 현실에서 화성을 식민지화하고 싶듯이 메타버스에서도 화성을 만들었다. 메타버스 세상도 영원할 수 없고 업데이트가 필요해서 결국엔 데이터 어스는 구식 플랫폼이 되어 버리고 새로운 플랫폼인 리얼 스페이스 Real Space로 대체되었다. 데이터 어스는 리얼 스페이스의 일부가 되고, 데이터 어스의 모든 대륙은 그와 동일한 리얼 스페이스 버전으로 대체되어 리얼 스페이스 우주에 추가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픽션이다.


 상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실세계의 나와 메타버스에서 키우는 내 아바타는 당연히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로봇을 만든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내 아바타와 손잡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로봇의 머리 화면이 밝아지며 아바타의 얼굴이 떠오르고, 로봇의 외관은 해당 디지언트의 원래 아바타와 똑같이 디스플레이된다. 아바타가 바로 앞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은 완벽하다. 데이터 어스에서 그렇게 자주 얘기를 나눈 지금도 눈앞에 서 있는 아바타와 눈을 마주친다는 경험은 신선하고 자극적이다.


 책 읽는 과정에서 나는 디지언트를 키우는 것과 자녀를 키우는 것을 비교해본다.

디지언트를 계속 교육시키고 소통하는 과정은 양육의 과정과 같다. 그들도 호불호의 감정이 있으며 판단하려고 한다. 이제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세계는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가상현실에서 A옵션을 결정하면 현실세계 B옵션이 선택이 되는 것이고, 가상현실에서 B옵션을 선택한다면 현실세계 A옵션이 선택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인간의 삶이 읽힌다. 무언가 인간답지 않은 삶이지만 이미 인간의 삶이고, 앞으로 인간의 삶일 듯하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듯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던 명제가 있다.

‘신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그래서 우리를 창조하셨다.’

만약 신이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었다면.

지구는 다른 창조물의 부산물로 창조된 것이라면.

나는 신의 의지와 나를 만드신 신의 의도에 따라 행동해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신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가 느낀 성취감은 순전히 나의 내부에서 발생했다는 얘기가 되고, 그 사실은 인간이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의 계획의 증거가 아니라, 기적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말은 그럴듯하게 기적이라고 했지만 허무하고 허탈하고 허전할 따름이다. 아니 끔찍하다.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정말 놀랠 노자다.

신을 부정否定하는 것을 마음으로 혹은 감정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과학적 픽션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부럽고도 놀랍다. 그냥 우연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이 아니라 신의 의도로 창조되었다는 것에 처음으로 감사드렸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해서 테드 창은 살아남았다.

오늘 읽은 [숨]에서 꺼낸 단어들은 2004년 [당신 인생의 이야기](독후감119)에서 꺼냈던 단어들과 변했고 다르다. 오로지 그의 상상력으로만 유지되고 있다. 예전에 쓰였던 ‘바벨탑’은 지금의 ‘데이터 어스’나 ‘리얼 스페이스’로, 자동인형은 ‘디지언트’로. 외계인 ‘햅타포드’는 ‘제노테리언’으로 대체된 듯하다.

 그는 앞으로도 환상적인 SF소설로 살아남을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할 테니까. 그가 상상할 소재들은 빠른 변화로 넘쳐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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