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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04. 2021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독후감159

 하하하! 책을 덮으면서 살짝 부끄러웠다.

미술을 삶에 녹여내는 연습이 필요해서 책을 선택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내 속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아 헛웃음과 함께 멋쩍었다.

 작가는 그림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한 자신만의 팁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는데 상업적인 아이디어만을 기대하는 나를 발견했다. 미술 경험치를 쌓아서 잠재력 있는 외국 신진작가를 발견한다든지 좋은 작품을 좋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노하우라든지.

 어찌 잠재력 있는 외국 신진작가가 전속 갤러리가 없을까? 어찌 좋은 작품의 가격이 착할 수가 있을까? 하하하! 부끄럽네.




 미술 곁으로 찾아가는 노력이 아닌 미술과 혼재하는 생활을 실천한다. 그냥 미술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가장 깊이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직접 작품을 따라 그려 보는 것인데 나에겐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그림을 좋아하긴 해도 그려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아서 숨기고 있던 사실을 들킨 듯이 뜨끔했다.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 그리기가 힘들다면 스마트폰 앱을 열고 디지털 드로잉을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찍은 사진을 필터를 이용하여 명화처럼 바꾸어 보는 것도 그림을 즐기는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진지하게 시간을 들이든, 손쉽게 잠깐잠깐 즐기든, 그림이 우리 삶과 함께 하는 것이다.


 SNS 그림일기를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현실적인 실천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하루를 대표하는 그림을 고르고 하루를 압축하는 한 줄의 글을 써본다. 하루가 더 즐겁고 아름다워진다. 이 모든 것이 그림과 나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그림들이 있지만 연결고리가 많은 그림일수록 기억하게 되고 다시 쳐다보게 된다.

온라인을 통해 미술을 가까이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에 그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필수가 되었다. 자신의 SNS 계정에서 해시태그#를 활용하여 ‘ART’만 검색해도 유명한 미술 계정 여러 개를 접할 수 있다. 그렇게 만난 작가에게 ‘팔로우’ 버튼을 누르고, 자동으로 추천되는 계정들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디어로 미술을 만나보면 더욱더 행복해진다.

그림을 오마주 hommage 한 영화는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그림과 연결된 영화를 메모해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유튜브에서 ‘영화가 만난 미술 Film Meets Art’ 시리즈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음악은 주변의 소음을 차단해서 작품 관람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음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우연이 만드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시각적 이해와 청각적 자극이 우연히 결합할 때 자신만의 고유한 연결고리가 생긴다.

당연히 책을 통해 미술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통해 만난 미술은 깊게 남게 되는데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에 대한 책 이야기가 흥미로워 언제 한 번 읽기로 한다.




 선물을 해야 한다면 혹은 얼마라도 여유자금이 생긴다면 소소하게 돈을 써보는 것도 좋다.

밝고 환한 색이 강조된 고흐의 『아몬드 나무』 마우스패드도 좋고,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가 담긴 휴대폰 케이스도 좋고, 조선민화 『책가도』 안경닦이도 좋겠다.

 내가 책을 덮으며 당장 실천해서 바뀐 소소한 일상이 있다.

컴퓨터 바탕화면 바꾸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매달 첫 번째 주에 바탕화면용으로 ‘매월의 달력’을 배포하는데 2021년 9월에는 ‘『운현』이 새겨진 백자 청화 넝쿨무늬 항아리’이다. 귀한 예술품을 보면서 마음이 정갈해진다.

 작은 관심과 흥미로 미술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미술이 내 삶의 일부가 된다.

항상 미술과 함께 즐기기를 원하고 실천하는 작가가 참으로 멋있었다. 조용히 그녀의 트위터 ‘팔로우’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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