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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pr 23. 2022

벌들의 역사 /독후감192

 [벌들의 역사] 읽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어제는 지구의 날이기도 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1시간의 점심시간 동안 사무실 소등을 실천했으며, 화상회의는 가능한 영상을 끄고 진행했다. 영상을 끄고 전화로만 하는 회의가 탄소발자국과 물발자국을 96% 줄여 주기 때문이다. 전기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메일함의 휴지통을 비웠다. 필요 없는 메일들을 보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이용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섬뜩했던 일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만 77억 마리의 꿀벌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2098년 쓰촨 성, 시룽, 242지구

한 손에는 플라스틱 양동이, 다른 한 손에는 깃털로 만든 솔을 든 채 우리는 마치 거대한 날짐승처럼 나뭇가지 위에서 균형을 잡느라 안간힘을 썼다. 작은 플라스틱 양동이 안은 구름처럼 가벼운 노란 가루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정확하게 무게를 측정한 그 가루들을 각자 할당받는 일로 하루 일을 시작한다. 저마다 똑같은 양의 가루로 양동이를 채운 우리는 나뭇가지 위로 기어올라, 닭 털로 만든 작은 솔을 사용해 꽃잎 하나하나에 그 가루를 조심스레 바른다. 벌들은 ‘붕괴’의 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전인 1980년대에 이미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어떻게 이런 삶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삶 같지 않은 삶!!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77억 마리의 꿀벌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뉴스 기사를 읽었다. 세계 100대 작물 중 71%의 꽃가루 옮기기를 담당하는 꿀벌은 원래 추운 겨울에는 집에서 휴식기를 가지며 체력을 길러야 하는데 기온이 높아져 11~12월에도 쉬지 않고 나가 꽃가루를 옮기며 일하다 지쳐서 미처 벌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2098년 중국 쓰촨 성 이야기 이외에도 2007년 미국 오하이오 주와 1852년 잉글랜드의 나머지 두 개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교차한다.

표면적으로는 양봉과 지구환경에 다가올 재앙에 대한 소설이지만 작가인 마야 룬데는 가족 간의 심리묘사에 탁월하다. 특히나 아버지와 점점 성장하는 아들 간의 심리묘사는 대단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아버지인 나를 읽는 것 같고, 조만간 성인이 되어가는 내 아들과 대화하는 듯하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한 세심한 묘사들로 가득하다.




 꿀벌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 가족의 이야기를 읽었다고 느끼게 된다. 벌들의 역사에 대해 읽었지만 내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환경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은 단편적이고 일차적인 반응이 되고, 무언가 다른 여운이 남는다. 살아가는 삶, 가족 간의 관계, 지금의 세계, 앞으로의 미래.

이런 단어들이 남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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