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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11. 2022

오셀로 /독후감1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니스 정부에 고용된 훌륭한 장군이자 무어인 흑인 오셀로와 베니스 원로원의 딸인 데스데모나의 만남과 결혼 이후, 데스데모나는 1570년 십자군 전쟁의 키프로스 전장으로 따라가겠다고 결심한다. 

전장에서 오셀로의 기수 이야고의 치밀한 유혹과 교묘한 이간질로 결국 아내 데스데모나를 믿지 못하고 그녀를 죽이게까지 되고, 본인 오셀로는 자결한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에 ‘어! 이게 [오셀로]였던가?’ 순간적으로 의아해한다.




 TV 드라마가 없었던 시절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사람들 역시 공연이 필요했을 것이다.

서민의 애환을 그려주고 근심을 덜어주기엔 막장드라마가 딱이다!! 

고급 공무원의 딸이 (능력이 출중하고 총명하지만) 흑인을 만나 결혼까지 하는 것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단행하는 전형적인 드라마의 단골 스토리다. 

이야고의 거짓말과 이간질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자신의 부관과 바람이 났다고 오해를 하는 것도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화병으로 죽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오셀로]는 그 시대에 너무나 인기 있었던 막장 드라마였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막장 드라마를 셰익스피어가 썼다는 이유로만 [오셀로]가 여전히 읽히는 고전으로 남았다면 너무나 억측스럽다. 막장드라마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서 셰익스피어 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기가 있다면 예전 무명작가들이 지어냈던 막장드라마들도 고전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분명히 [오셀로]는 막장드라마라고 불릴 수도 있지만 무언가 다르다.

 [오셀로]를 읽고 있으면 이간질과 거짓말의 달인인 ‘이야고’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두들겨 패고 싶다. 나쁜 놈을 그냥 나쁘다고 하면 모자랄 정도로 정말 많이 악惡한 놈이다.

반면, 오셀로는 그렇게~ 모 아니면 도라는 듯이 이분법적二分法的이고 센스와 융통성이 없어 독자를 울화통 터지게 한다. 이 둘이 시소 seesaw를 타고 있고, 변함없는 데스데모나는 시소 가운데에 우직하니 앉아있는 것만 같다.




 이야고와 오셀로의 관계가 [오셀로]를 특별하게 스테디셀러로 명작 고전으로 만든다.

읽는 내내 나는 스트리트 파이터 오락게임을 상상했다.

이 격투 게임은 파이터 fighter 캐릭터를 선택한 후 서로 싸우는 간단한 게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1대 1 격투 게임이다. 딱 2명만 할 수 있다. 싸우기 전 파이터 각각의 파워 수치는 가로 막대그래프로 화면 중앙 상단에 대치한다. 

잘 싸우는 캐릭터의 파워 그래프가 길어지는 반면, 얻어터지는 캐릭터의 파워는 줄어든다. 한쪽의 막대는 쭈욱~ 늘어나며, 반대편의 막대는 상대편의 막대가 늘어난 만큼 줄어들다가 싸움에 지게 되면 없어진다.

 한 편便에는 이야고가 있고, 다른 한 편에는 오셀로가 싸울 준비를 한다.

이야고가 엄청나게 이간질로 유혹을 시작한다. 이야고의 파워 막대그래프가 쭈욱 늘어난다. 오셀로는 방어한다. 데스데모나의 사랑에 흔들림이 없다. 줄어든 막대는 다시 회복되는 듯하다. 이야고는 쉴 새 없이 거짓말하고 농간을 피운다. 오셀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결국엔 아내인 데스데모나까지 죽이고 만다. 오셀로의 파워 막대그래프는 사라졌다!!

 그것이 모자라 결국 자결까지 하게 되고, 완전히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은 끝이 났다.

게임이 끝난 정도가 아니라 더 이상 게임할 동전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오락게임을 하는 것만큼이나 긴장감도 주지만 박진감도 준다.

이것이 여전히 고전으로 살아남은 [오셀로]의 힘이 아닐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줄거리가 식상하다고 책 읽는 즐거움과 감동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역시나 멋진 셰익스피어의 대사들은 직접 읽어보아야 한다. 직접 공연에 빠져봐야 ‘역시나’하는 대단함과 진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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