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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04. 2022

지구의 정복자 /독후감198

 ‘매일 똑같은 하루인데 때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가끔 이런 질문을 가지고 이리저리 굴려보면 격한 위로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위로를 받는다.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이 타히티에서 그린 작품의 캔버스 왼쪽 위 구석에 그림의 유명한 제목이자 내가 문득 궁금했던 질문들이 적혀 있다.

폭 3.65미터짜리 걸작인 이 그림은 질문을 하고, 저자는 [지구의 정복자]를 통해서 답변을 한다. 책 전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유발 하라리가 아닌 다른 작가가 쓴 [사피엔스]를 읽고 있는 듯하다.




 생물학자이자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작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구는 육상 무척추동물 세계의 지배자인 사회성 곤충과 육상 척추동물인 인류를 통해 정복당했다. 정복의 핵심은 진사회성에 있다. 개미와 인류 모두 진사회성 동물이다.

 진사회성이란 집단의 구성원들이 여러 세대로 이루어져 있고 분업의 일부로서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경향을 가진 동물이라는 의미이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난 개미나 곤충에겐 관심이 없다. 나는 인간인 내가 궁금할 뿐이다.


 진사회성이 만들어낸 인간 본성에 새겨진 부족주의는 한 번 집단을 형성하고 나면 내집단 구성원을 선호하는 성향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며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은 그 성향이 본능임을 말해준다. 

스탈린의 대숙청 Great Terror이 자행되었던 1932~1933년 겨울에 소련은 우크라이나 인 300만 명 이상을 의도적으로 아사餓死시켰다. 어딘가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

종종 대량 학살을 수반하는 전쟁이 몇몇 극소수 사회의 문화적 인공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종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성장통의 한 결과라고, 역사적 일탈 사례라고 보아서도 안 된다. 전쟁과 대량 학살은 어느 특정한 시대나 장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영속적인 것이었다. 내가 인간이지만 인간이 무섭다!!

우리는 그저 죽 해 오던 대로, 더 초라하고 야만적인 환경에 속박된 구석기시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본능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면서 번식과 소비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사람이 신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을까, 아니면 신이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으로 대체 가능하다. 대답은 생물학적으로 명쾌하다.

어쭙잖게 종교와 진화의 줄타기를 하는 여타의 다른 책들보다 훨씬 명쾌하다.

 직관적인 답변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1998년에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엘리트 과학자들의 단체인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들은 거의 다 무신론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이나 영생을 믿는다고 말한 과학자는 10퍼센트에 불과했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증거들은 조직 종교가 부족주의의 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과학적 지식과 조직 종교의 가르침 사이의 갈등은 화해시킬 수 없다.




 나는 [지구의 정복자]의 핵심에서 벗어났다.

책이 생물학계에 큰 논란을 불러온 그 이유는 에드워드 윌슨 박사 본인이 정설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수십 년 동안 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있던 혈연 선택 개념을 철저히 내던지고 집단 선택 개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생물학계를 관망조차 하지 않은 나는 혈연 선택과 집단 선택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아직도 남아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찾아야 한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단순한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나 자신이 인간인데 내가 나를 모르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힘들어 책을 찾아 읽는 것조차 아이러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인 에드워드 윌슨 씨는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보다 가지 말아야 할 방향을 고르는 것이 더 나은 목표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이 제안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이 행성에서 우리만이 종種으로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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