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Oct 15. 2022

레드 룰렛 /독후감216

자서전인가? 소설이었나? 읽으면서 논픽션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 든다. 

영화 대본 원작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책의 카테고리를 찾아보니 ‘정치서書’로 분류되어 있다. 

책 출판도 힘들게 한 것으로 보이니 영화로 제작되기는 터무니없을 듯하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누가 함부로 출판이나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중국 공산당이며, 3 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이다. 

시진핑만을 겨냥한 증언이라기보단 중국 공산당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실화다!!

작가는 중국 북송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 范仲淹의 고대시 한 구절 “외치다 죽을지언정 입 다물고 살지는 않겠다”를 실천하기 위해 책을 썼다.




 중국의 ‘꽌시關係’가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지를, 나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동시대 인물의 삶이 이렇게 스펙터클 할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작가이자 주인공 데즈먼드 슘은 부모에게 모멸과 처벌이 심한 환경에서 자랐다. 결국 부모님과의 관계는 대부분 칭찬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되어버렸고, 성취를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고, 십 대의 대부분을 홍콩에서 살았으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홍콩으로 돌아와 사모펀드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좋은 기회를 얻어 중국 지부장을 맡아 베이징으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다. 이때만 해도 중국은 매우 가난한 나라여서 민간 기업으로서 투자 대상을 찾아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이와 같은 기회를 갖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만 작가가 산둥성 출신 와이프인 휘트니를 만난 이후 꽌시를 맛본 베이징의 삶은 놀랄 노자다.

 베이징 여행에서 우연히 상류층의 결혼식과 피로연을 보았고, 중국인들이 쇼핑몰이나 호텔에서 돈을 펑펑 쓰는 모습들이 이제야 자연스럽게 이해가 간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혹시 집에서 돈을 찍어내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말끔히 씻긴다.


슘과 휘트니 부부의 꽌시의 중심은 원자바오 총리의 부인이다.

이들은 마치 악어의 이빨을 청소하는 물고기와 같다. 조금 더 유용하게 조금 더 친밀하게 조금 더 알아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꽌시가 돈독해질수록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주변 150만 평에 무관세 수입품과 세금 부과 대상 품목을 구분하는 대도시 공항의 물류 허브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규정하는 법령 자체가 회색 투성이인 사회에서는 꽌시가 기준이 된다.


 언제부턴가 슘은 물건을 살 때 가격표를 보지 않게 되었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구입했고, 이 시기의 중국 졸부들은 와인을 샀다 하면 샤토 라피트를 샀고, 자동차를 샀다 하면 롤스로이스였다. 휘트니는 비싸고 희귀한 물건을 찾아 세계를 여행했다. 180억 원을 주고 핑크색 다아아몬드를 샀고, 뉴욕의 다이아몬드 딜러들을 샅샅이 뒤져서 노란색 다이아몬드도 찾았다. 결국 살라망카 블루 색상의 롤스로이스 팬텀도 샀다.


 무엇이든 대가가 따른다.

중국 공산당은 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서구의 금융 기술을 이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이 중국 지도부를 물려받았을 때, 국가는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덩샤오핑이 이끈 경제 변화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 교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추진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이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느슨하게 풀 필요가 있었다.

 1990년대 장쩌민 정권에서도 중국 국영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휘트니나 슘 같은 민간 기업가들이 경제를 지탱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 중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2008~2009년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첫 임기가 끝나고 수십 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 가면서 중국 공기업들은 안정을 찾았고, 당은 더 이상 과거처럼 민간 부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중앙정부도 세제 개혁을 통해 파이의 큰 몫을 챙겼다.

이런 상황에서 공산당으로서는 더 이상 경제와 사회에 대한 통제를 완화할 필요가 없었다.


 기업가들은 중국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한 번도 국가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1949년 집권 이래, 중국 공산당은 사회의 어느 부분이든 필요할 때는 이용했고 효용가치가 떨어졌을 때는 폐기했다.

 시진핑이 부패척결 운동을 시작한 지 약 1년 후인 2013년 원자바오 총리 부부는 자신들과 자녀들이 기소되지 않는 보장을 받는 대가로 국가에 전 재산을 헌납했다.

 그리고, 2017년 휘트니는 사라졌다. 그녀가 지은 불가리 호텔이 있는 복합건물의 새 사무실에서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라진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쉬는 기술 /독후감2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