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Feb 25. 2023

피터 팬 /독후감234

어른이 싫어욧!!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피터 팬 Peter Pan을 읽어 본 적이 없다니!! 

당연히 읽은 줄 알았다!!

책의 서문에 ‘오늘날까지도 원작으로 잘 읽히지 않고 있다.’고 적혀 있을 정도이니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듯.

물론 수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피터 팬을 알고 있지만 그건 소설을 통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터 팬이 등장하는 연극 무대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피터 팬을 접한다. 사실 어린이와 어른 대다수가 피터 팬과 그 주변 인물들을 알게 되는 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후크]를 통해서다.

 그렇다고 우리가 피터 팬의 줄거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 달링 부부의 세 남매 웬디와 존, 마이클은 자신의 그림자를 되찾으러 온 피터 팬을 만나 아무도 늙지 않는 어린이의 천국 네버랜드로 떠난다. 이곳에는 후크 선장도 살고 있다. 네버랜드에서 악어, 인디언 그리고 요정들과 함께 신나는 모험도 하고 후크 선장 일당까지도 무찌른 피터 팬과 세 남매는 결국 엄마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어른이 죽어도 되기 싫은 피터 팬은 다시 네버랜드로 돌아오지만 시간이 흘러 웬디는 어른이 되어 네버랜드로 돌아올 수 없다. 대신 웬디의 딸 제인이 다음에는 제인의 딸이 피터팬과 네버랜드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피터 팬은 계~속 된다.




피터 팬이 나의 동심을 얼마나 소환했을까? 오랜만에 동화 속에서 놀았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처럼 오랜만에 소설의 첫 문장이 눈에 와닿았다.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나도 이제는 어른이 되었지만, 내가 어린이였던 적을 기억하는 것보다 내 자녀들이 어린이였던 기억을 더듬는 것이 훨씬 가깝고 쉽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을 육아했던 그 시절 생각이 많았다. 

달링 부부가 피터 팬을 읽는 것처럼.


피터 팬이 네버랜드로 데려간 세 남매의 부모인 달링 부부도 아이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납치범일 따름이다. 더구나 웬디는 네버랜드에서 피터가 돌보는 소년들의 육아와 바느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역시 동화는 어릴 적에 읽어야 하나??


아이들의 머릿속을 정리하던 때가 기억난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아이들과 하루를 마감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던 때가 기억난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잠든 밤이 되면 아이들의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서 낮 동안 마구 어질러진 생각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다음 날 아침을 위해 머릿속을 정리한다.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은 서랍을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가 꿈나라까지 갖고 갔던 심술궂은 장난과 못된 생각들은 조그맣게 접힌 채로 머릿속 맨 밑바닥에 놓이고 맨 위에는 그보다 예쁜 생각들이 펼쳐진 채로 아침을 기다릴 것이다.


아이들의 머릿속은 한시도 멈출 새가 없다.

아이들이 꿈꾸는 네버랜드는 저마다 다르다.

과연 요즘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네버랜드가 담겨 있을까? 

대신 스마트폰이나 오락게임이 들어 있을 것 같다.


피터가 보살피고 있는 소년들을 죽이려는 후크 선장의 계략을 보면,

“일단 배로 돌아가서 초록색 설탕을 뿌린 엄청나게 두껍고 큰 기름진 케이크를 만드는 거야. (중략) 어쨌든 우린 인어의 호수 기슭에다 그 케이크를 갖다 놓을 거야. 녀석들은 매일 그곳에서 수영을 하며 인어들과 놀거든. 케이크를 발견한 녀석들은 보자마자 그걸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겠지. 왜냐하면 엄마가 없는 아이들은 기름지고 축축한 케이크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테니까. 아하, 녀석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


네버랜드 소년들이 늑대 무리에 맞서는 방법들을 본다면,

“다리 사이로 늑대들을 쳐다보자.” 소년들은 한 몸이 되어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다리사이로 늑대들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은 참으로 더디 가는 듯했지만 승리는 금세 찾아왔다. 소년들이 이렇게 기괴한 자세로 늑대들의 기를 눌러버리자 그들은 꼬리를 축 내리고 내빼 버린 것이다.


금방 동심이 소환되는 동화 같은 아이디어들은 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 모두 네버랜드를 갖게 한다. 스마트폰이나 오락게임보다 훨씬 더 좋고 유익한. 어른이 되어도 동화는 역시 좋구나!!


어른이 되기는 죽어도 싫은 피터 팬은 어떤 아픔이 있어 어린이로만 남고 싶을까?

피터는 엄마들이란 지나치게 과대평가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엄마에 대해 비호감적인 문구들이 동화에 적혀 있다.

잠옷을 입은 아기 피터는 창문을 넘어 집 바깥으로 나와 켄싱턴 공원에서 한동안 살았다. 요정 여왕 마브에게 공중을 나는 능력을 받은 피터는 엄마를 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지만 창문은 닫혀 있었고, 쇠창살까지 걸려 있었다. 안을 들여다본 피터는 엄마가 다른 남자애를 팔로 껴안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광경을 보았다. 피터는 결국 엉엉 울면서 공원으로 돌아갔고 다시는 그리운 엄마를 보지 못했다.

어린이들의 천국인 네버랜드에 악당인 후크 선장도 살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피터 팬도 아픔이 있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즐기고 밝고 용감한 피터 팬!!




회화 작품을 알아보는 직관적인 능력이 쌓여가면 그림을 보자마자 어떤 화가의 작품인지 알게 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여 자신을 표현해 내는 화가들은 유명인이 된다.

그림처럼 글도 똑같다.

글을 읽자마자 ‘이건 아무개의 글이야’라고 알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글이 재미있기까지 한다면 그 문필가 또한 유명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임스 매튜 배리 James Matthew Barrie (1860~1937)의 글을 처음 읽었는데 배리의 글은 배리처럼 느껴지고 읽힌다. [피터 팬]은 배리의 글처럼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오랜 세월 읽히는 고전 소설이자 동화로 남았다.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피터 팬이 되는 것 혹은 피터 팬으로 남는 것은 좋은 것일까 안 좋은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 /독후감23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