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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17. 2023

크로스 컬처 /독후감250

겸손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의미는 서로의 문화가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각자 개인 문화가 다르다는 의미이다. 가까운 공간이나 지역에 살게 되면 누리게 되는 문화가 비슷해질 수 있다. 동네마다 느낌이 다르고 도시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은 각기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개념을 좀 더 확장해 보면 민족과 나라마다 다른 문화는 서로의 소통과 이해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교류가 뜸했던 옛날에는 집중해야 할 모든 것이 주변에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에 갈 수 있는 지금에는 미국의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개개인의 문화도 다른데 하물며 타민족과 다른 나라의 문화는 일단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딱 봐도 서로 다르니까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듯하지만 문제는 다음부터다.




 내 문화가 우월하다는, 타민족은 열등하다는 생각부터 위험해진다.

異문화 전문가인 작가는 너와 내가 어떻게 다른지, 한국과 독일이 얼마나 다른지, 중국과 일본은 또 어떻게 다른지를 자신의 경험으로 많은 나라들의 사례를 공유한다. 특히나 눈에 띄는 각 챕터마다의 소제목들은 얼마나 문화에 진심인지를 느끼게 한다.

 자문화 의식, 집단주의 의식, 체면, 수평성, 시간, 업무 방식, 언어, 비언어, 색, 이중성, 정情 등등 나라마다 모두 다르다고 이야기할 순 있지만 누구 것은 우세하고 누구 것은 열세하다고 말할 순 없다.


 문화를 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고정 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하고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만큼 느릿느릿 서서히 변화한다. 정체하지 않는다. 문화는 사실상의 원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누가 원조로 간주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이 ‘기무치보다 김치가 원조다’라고 호소해 봤자 의미가 없다. 실제 세상이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한국이 인쇄 기술의 원조라고 떠들어봐야 귀 기울일 사람은 없다. 실제 세상이 누구의 인쇄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문화는 누가 만들었는지보다는 어떻게 세상에 인식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異문화 전문가라도 변하는 문화 때문에 말을 바꾼다. 아니 바꿀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한국인들에게 각 나라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국제화 선생으로서 외국에 나가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현지 이름을 사용하도록 권장했었다고 한다. 발음도 어려운 한국 이름을 고집하지 말고, 쉽게 읽힐 수 있는 현지 이름을 사용하라는 의미였다. 사실 그때에는 작가도 그것이 국제화인 줄 착각했었다.

 이후 미국 유학시절에 세계 각지의 사회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고유한 한국이름보다는 영어 이름에 무게를 두었던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외국 이름을 갖는다고 현지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착각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고 불리도록 하는 노력 그 자체가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자신의 문화를 지키는 길이다.




 정체성을 지키되 ‘나의 문화만이 잘난 것이 아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남의 문화가 눈에 들어온다. 상대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는 문화적으로 성숙할 수 없다.

 세상의 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가? 

세상엔 나와 다른 문화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더구나 서서히 변하기까지 한다.

 책의 결론은 뜻밖이다. 매일매일 드리는 겸손하게 해 달라는 나의 기도내용과 일치한다. 문화를 논하다가 겸손으로 결론을 맺다니!!

 세상의 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가?

먼저 겸손해져야 한다. 겸손을 장착했을 때 타문화는 회피의 대상이 아닌 적응의 대상이 된다. 이 세상의 어느 문화도 고유하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된다면 정말 다양하고 다각적인 문화적 차원과 안목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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