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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24. 2023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독후감251

 지금 한국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과 혐오들이 있을까?

차별과 혐오를 빈번하게 일으키는 인종과 종교 이외에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혐오, 공공 임대 주택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 조선족을 향한 혐오,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혐오 그리고,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여성 혐오가 대표적이다.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인식정도만 하고 있었지만 막상 책을 통해 알게 된 소셜 미디어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표현을 더욱 노골적으로,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퍼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날라리 친구에게 얻어맞고 돈을 뺏기는 과거와 달리 학교 폭력은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성폭력까지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혐오와 차별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학교 교육을 통해 마침내 사회가 원하는 시민으로 사회화되기 때문에 학교는 사회와 닮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학교 내에서 모든 종류의 차별이 실제로 존재한다.

 성차별적 언어가 난무한다. 여성 혐오의 원색적 표현은 중학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임에도 ‘놈’보다는 ‘년’이라는 욕설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이들은 여성 비하 욕설(‘씨발년’)이 좀 더 세게 표현하고 싶고 더 심한 모욕감을 주기 때문에 사용한다.

 뿌리 깊은 외모 차별도 여전하고, 무엇보다도 학력에 의한 차별이 ‘합리적’ 차별로 자연스럽게 인식 변화가 일어난다.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나, 말썽을 피우는 학생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성적이 좋지 않고, 내성적인 학생은 입시 성과주의에 따라 운용되는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된다. 자폐나 다운증후군 등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학생들도,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도, 학교 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도,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갖는 학생들 모두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


 공공 임대 주택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과 임대 수익 하락을 걱정하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청년 행복 주택 건설을 반대한다. 임대 주택 규모는 소형이며, 계단형이 아닌 복도형으로 건설해 한 층에 더 많은 세대를 배치하여 외관에서 확연히 구별될 수밖에 없다. 분양 주택 주민 중 일부는 임대 주택 주민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다거나, 시설을 함께 사용하지 못하게 차별하고 있다.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가 함께 건설된 단지에서는 그사이를 가로지르는 곳에 울타리를 설치하여 주민 간 이동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다.


 조선족에 대한 혐오는 한국 사회의 특이점이다.

조선족이 자기 자신에 대해 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에 대한 정체성 고민은 한국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민족보다는 국민의 관점이 강해지자 조선족을 중국인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중 정체성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인이면서 한국 국민의 대우를 요구하는 위선적 집단이라는 비난이 일게 된 것이다.

 재한 조선족에 대한 혐오는 미디어 또한 한몫을 했다.

감독과 제작자가 선택하는 조선족 청부 살인 범죄자나 조직 폭력배 캐릭터의 재현 방식이 차별을 낳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사회의 혐오와 편견을 드러내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같이 살고 있는 성소수자도 잦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성확정 수술을 받고 법적인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한 이후 숙명여대에 합격한 A 씨는 혐오와 반대의 목소리에 대학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입학 포기를 결정하며 온라인에 게재한 일기는 혐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사람 모두는 소수인 측면과 다수인 측면을 다층적으로 쌓아 나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자신을 늘 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약자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을 늘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떠한 면에서는 강자일 수도 있음을 잊고, 다른 약자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고에서는 혐오만 재생산될 뿐이다.”


 온라인 공간을 포함한 성차별적 여성 혐오가 즐비하다.

여성 혐오의 개념에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담겨있다. 동등한 존재이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이 성차별적 혐오 표현의 문제다.


 다른 문화를 대할 때 겸손한 마음을 장착해야 한다면, 타인을 차별과 혐오 없이 대하기 위해서는 문화다양성을 강조한다. 다양성에 대한 태도가 변화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환경 변화 등 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가운데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평화나 인권에 대한 이해가 변화하고 문화 산업과 창의성과 관용이 중시되면서 비로소 다양성이 단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서로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는 문화다양성을 지향해야 하겠다.

그나저나 우리 사회에 참 많은 차별과 혐오들이 도사리고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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