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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07. 2019

한계비용 제로 사회 /독후감53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세계 인공지능 대회의 대담장에서 만났다. 마윈 회장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낙관하여 “오히려 AI 기술 발전으로 하루 3시간, 주 4일만 일해도 충분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머스크 CEO는 “미래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AI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일 텐데 그것마저도 최종적으로 AI가 스스로 다른 AI를 개발하고 다룰지도 모르니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 회장은 대표적인 AI긍정론자이고, 머스크는 AI회의론자다.

 저자 제러미 리프킨이 제안하는 미래가 나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물 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으로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는 그의 이야기가 나에겐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안하는 미래가 반드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이해를 위해 자주 언급되는 몇 가지 단어들 중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하는 한계비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책을 써서 인터넷을 통해 아주 적은 돈을 받거나 심지어 한 푼도 받지 않고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이 경우 각각의 책을 마케팅하거나 유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제로 수준에 가까워진다. 따져 보면 해당 제품을 창출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컴퓨팅 및 온라인 연결 비용만이 유의미할 뿐이다. 전자책은 이렇게 제로 수준의 한계비용으로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대표할 만한 단어들 중 수직적 통합 기업이란, 1차 및 2차 산업혁명의 기술 플랫폼은 화석연료들이 단지 특정 장소에서만 발견되었고, 그것을 지하에서 채굴해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려면 중앙 집권화된 관리와 수직적으로 통합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거대 운영체제가 필수적이다. 기존의 산업혁명의 임무를 완수한 거대 자본 기업이나 독점 기업들을 말한다.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 사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GDP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서 인가?

재화 및 서비스 생산의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을 향해 나아가는 부문이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 이익이 축소되고 더불어 GDP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몇 가지 근거는 또 있다. 이전에 구매해 쓰던 재화를 공유경제에서 재분배하고 재활용하면 재화를 사용하는 주기가 늘어남에 따라 GDP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재화에 대한 소유권보다는 접근권을 선택하는 소비자들, 즉 자동차나 자전거, 장난감, 공구 등에 대해 자신이 사용하는 제한된 시간만큼만 지불하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GDP가 감소하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피어투피어(P2P)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수억 명의 개인이 지불하는 환경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갈수록 많은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성하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20세기 2차 산업혁명을 지배했던 수직 통합형 독점기업들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리프킨이 제안하는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분산적이고 협력적이며 수평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경제이다. 다시 말해서 변함없이 새로운 기술을 추구함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이 증가해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으로 낮아지면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잠재적으로 무료가 되고 풍요의 경제가 실제로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인간의 가치가 거의 전적으로 그 사람이 생산하는 물질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산출량에 의해, 또 그가 소유한 물질적인 부에 의해 측정된다는 바로 그 발상은 삶의 상당 부분이 협력적 공유 사회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고도로 자동화된 세계를 살아갈 우리의 자손들에게는 원시적으로, 심지어 야만적으로 보일 것이고 인간 가치의 끔찍한 상실로 여겨질 것이다.


 협력적 공유 사회에서 만들어내는 풍요의 경제가 가능할 수 있는 6가지 변화들을 공유한다.

1. 인터넷에서의 정보민주화

사물인터넷은 떠오르는 협력적 공유 사회의 기술적 ‘소울메이트’이다. 2007년 1,000만 개의 센서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장치와 사물인터넷을 연결했다. 2013년에는 그 수가 35억 개를 넘어섰고, 더욱 인상적인 것은 2030년이면 100조 개의 센서가 사물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에서 2013년에 이르는 18개월 동안, 사물을 모니터링하고 추적하는 RFID칩의 가격이 40퍼센트나 급락했다. 이 칩이 들어간 전자태그는 2014년 기준을 10센트도 안 된다. 1기가바이트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는 2000년에 44달러 정도였다. 이 가격은 2012년에 이르는 동안 7센트로 곤두박질쳤다. 

인터넷 프로토콜 IPv4의 고유한 인터넷 주소는 43억 개만을 부여할 수 있다. IP 주소 대부분을 현재 인터넷에 접속하는 20억이 넘는 사람들이 차지한 관계로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으나, 새로운 버전의 인터넷 프로토콜 IPv6 덕에, 사용할 수 있는 주소가 340조 개라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앞으로 십 년간 인터넷에 접속하리라 추정되는 2조 개의 장치에 충분히 부여하고도 남을 숫자다.


2. 에너지 인터넷에서의 전기 민주화

현재 총 에너지 중에서 태양열이 차지하는 비중이 0.2퍼센트도 안 되는 주된 이유는 태양열을 포집하고 배분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정질 실리콘 광전지 가격은 1976년 와트당 60달러에서 2013년 기준 66센트로 대폭 떨어졌다. 실험 중인 삼중합점 태양전지의 태양열 효율은 41퍼센트에 이르렀으며, 박막(thin film)은 20퍼센트에 달하는 효율을 보였다. 이 추세가 현재 속도로 계속되어 2030년 무렵이면 오늘날 석탄 기반 전기 가격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다.

태양 복사열처럼, 바람도 어디에나 존재하고 세상 모든 곳에서 분다. 세계에서 이용 가능한 바람 중 20퍼센트만 수확해도 우리가 현재 전 세계 경제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는 전기의 7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5년 동안 풍력발전용 터빈의 생산성은 100배 증가했고, 터빈당 평균 용량은 100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성능과 생산성 향상으로 생산과 설비, 유지에 드는 비용이 현저히 줄었으며, 1998년과 2007년 사이에 해마다 30퍼센트가 넘는 성장률로 이어졌다. 2년 반마다 용량이 2배로 증가한 것이다.


3. 오픈소스 3D 프린팅에 의한 제조 민주화

3D 프린팅 프로세스가 사물인터넷 인프라에 내재된다는 것은 사실상 전 세계 사람 누구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기 나름대로 제품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점점 더 많은 프로슈머들이 간단한 제품은 집에서 만들어 사용하게 될 것이다. 2002년 스트라타시스(Strarasys)는 ‘저가형’ 3D 프린터를 최초로 시장에 내놓았다. 가격은 3만 달러였다. 오늘날에는 ‘고품질’ 3D 프린터를 1,500달러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

3D 프린팅이 진정으로 지역적인 과정이자 자급자족의 과정이 되려면 필라멘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공급원료가 현지에서 풍부하게 조달되어야 한다. 맥코테크놀로지가 제조한 3D 프린터는 값싼 종이를 공급원료로 사용한다. 솔라신터(Solar Sinter)라는 3D 프린터는 태양열과 모래를 이용해 유리로 된 물체를 출력한다. 폐기된 냉장고에서 뽑아낸 플라스틱 재료를 녹여 플라스틱 실을 적층 시켜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모두 현지에서 구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값비싼 건축 재료에 드는 비용과 그것을 건설 현장으로 운송하는데 드는 값비싼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다. 층층이 쌓아 올려 건설하는 첨가 방식은 건설에 드는 재료를 더욱 절약해 준다. 또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은 건축가가 설계도를 그리는 데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무료나 다름없다.

발명가 야쿠보우스키 팀은 생산도구에 초점을 맞춘다.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주로 고철인) 공급원료를 사용해 50가지 기계를 모두 출력할 수 있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는 것이 팀의 목표이다.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50가지 기계 중 8개 시제품을 제작했다. “불도저와 회전식 경운기, 미니 트랙터, 굴착기, 범용 로터, 드릴 프레스, 다목적 철제품 제작기, 그리고 정확한 판금 작업을 위한 CNC 토치 테이블, 이렇게 여덟 개다.”


4. 개방형 온라인 강좌에 의한 고등교육 민주화

스탠퍼드 대학교 제바스티안 스런 교수가 2011년 온라인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무료’ 강좌를 제공하면서 혁명은 시작되었다. 과정이 개설되자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16만 명이 학생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단일 강좌로는 유사 이래 가장 큰 강의실이 형성된 셈이었다. 온라인 강좌에 등록한 학생들 가운데 2만 3,000명이 과정을 마치고 졸업했다.

스탠퍼드 학생들은 스런이 가르치는 것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강좌를 듣기 위해 매년 5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하는 반면, 세계의 모든 잠재적 학생이 들을 수 있는 강좌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코세라 (Coursera, 영리 목적의 온라인 대학 웹사이트)의 경우 참여 대학은 플랫폼 사용료로 학생 1인당 8달러 정도를 코세라에 지불하고, 강좌를 듣는 학생은 1인당 30달러 내지 60달러를 추가로 지불한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


5. 공유경제에서의 교환 민주화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물류 인터넷이 공유 사회 기반의 사물인터넷으로 통합되면 진정한 협력시대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가 차고에서 잠자는 시간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92퍼센트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시간 대학교 공학 교수인 번스는 “자가용이 모두 공유, 합승 차량으로 활용된다면 전체 자동차 수가 80퍼센트 이상 감소되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이동성을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소유권보다는 접근권을 선호하여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을 사용하고 있다. 뒤뜰의 텃밭도 공유되고 있다. 셰어드어스 SharedEarth는 인터넷 기업가 애덤 델이 개설한 사이트다. 델은 자기 집 뒤뜰 채소밭을 공유하고 수확물을 50대 50으로 나누는 거래가 성사됐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기업 네트워크, 물류, 운송에 관한 대학 리서치 센터(CIRRELT)의 브누아 몽트뢰유는 개방형 공급망을 활용하는 기업은 리드 타임을 제로 수준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수백 군데의 유통센터 중 최종 구매자 시장과 근접한 곳들에 재고가 분산되어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더해 3D 프린팅이 진보하면 기업은 제품 코드를 지역 3D 프린팅 업체에 전송하고 그 업체에서 그대로 제품을 제작한 후 인근 유통센터에 보관했다가 지역 도매업자나 소매업자에게 배달할 수도 있다.


6. 웹에서의 잠재적인 보건 민주화

공유 사회에서 업로드되는 것 중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은 의료 데이터이다. 인터넷에서 유사한 증상의 경험담을 찾기 시작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증상이 비슷한 다른 사람과 웹상에서 만나고 의료 기록을 공유했다.

페이션츠라이크미 PatientsLikeMe는 2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이 약 1,800개 질병을 추적하는 환자 주도형 의료 서비스 네트워크이다. 그들은 탄산 리튬 약물이 퇴행성 질환인 루게릭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기존 연구의 결론을 반박하는 최초의 환자 발의형 관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거버넌스 (공공 경영 및 관리 또는 협치) 모델을 찾는 과제도 있을 것이고, 다음과 같은 딜레마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그들의 네트워크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된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가 영리 사업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은 사용자의 정보를 제삼자에게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사용자들의 관심은 사회적인 연관성을 최적화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문제는 기업이 소셜 공유 사회를 영리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점들 중에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은 산업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사이버 테러리즘이다.


 ‘과연 이것들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영리 부문과 비영리 부문의 사회적 기업가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다양한 양상을 목격하는 희망찬 변화도 있다.

 인류 역사의 많은 부분이 역사가들이 주로 기록했던 전쟁, 대량 학살, 권력 투쟁과 같이 인간 본성이 약탈적이고 폭력적이고 공격적이고 불안정했다면 이미 인간은 오래전에 멸종되었을 것이다.

인류 여정의 역사는 물질주의가 아닌 본래 화합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었다.

조금 더 희망찬 변화가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좌익 대 우익,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정치적 행동 방식을 판단할 때 마음속에 아주 다른 정치적 스펙트럼을 담는다. 그들은 해당 기관의 행동 방식이 중앙집권적이고 상의하달식이고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이고 독점적인지, 아니면 협력적이고 개방되어 있고 투명하고 수평적 권력을 표출하는지를 묻는다. 젊은이들은 자본주의 시장을 계속 이용하면서도 그 시장을 초월하고 있다. 그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협력적 공유 사회에서 많은 부분의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시장경제만큼이나 사회적 경제에서도 서로 수월하게 관계를 맺는다.




 풍요가 아닌 희소성을 근간으로 살아왔던 인간이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려운 마음에 더욱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끈질긴 욕구가 우리의 진정한 DNA인지, 협력적 공유 사회에서 만들어내는 풍요의 경제가 과연 물질주의 증후군을 탈피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협력적 공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과거의 편협과 파벌주의를 뒤로하고 공유 생물권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대가족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만들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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