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Jan 18. 2020

not a fan. / 독후감73

팬인가, 제자인가

 한 권의 설교말씀이 될 것이다.

흥미나 듣기에 좋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 강력하고 효과 좋은 설교말씀이 될 것이다.

아니! 강력 이상으로 책의 내용이 좀 쎌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작가 목사님의 의도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팬 fan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라는 것이다.

 팬에 대한 기본적인 사전적 정의는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팬은 맨몸에 페인트칠을 하고서 축구장에 가는 사람이다. 팬은 관람석에 앉아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이다. 팬은 선수가 사인한 운동 셔츠를 벽에 걸어 두고 자동차 뒤에 갖가지 스티커를 붙인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거나 공을 차지는 않는다. (중략) 팬은 어디까지나 팬일 뿐이다.




 팬과 제자의 기준은 명확하다. 예수님께서 제시하는 기준을 우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예수님의 제자라 자처해도 그분이 우리를 모른 체하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요 6:26)

 부모님이나 회사의 상사에게 꾸중이나 잔소리를 듣는 것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예수님께서 위의 구절처럼 말씀하시거나 우리를 모른 체하시면 그것이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뜨뜻미지근하게 예수님을 믿지 말아라. 예수님은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기를 바라신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믿음이 좋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은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 믿음만을 큰소리로 강조하고 따름에 대해서는 속삭이듯 얼버무린다. 작가는 이런 전도 방식을 ‘예수 판매’라고 명명하고 있다.


 예수님에 관해 아는 것과 예수님을 진정으로 아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친밀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경 지식이 많다고 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은 친밀함의 일부지만, 지식이 있다고 해서 친밀함도 있는 건 아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그들의 생일도 줄줄 외우며, 방송 스케줄도 빠짐없이 알고 콘서트도 간다고 해서 BTS의 팬일 뿐이지 그들과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내가 종교를 너무 쉽고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죽으면 나의 안위를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믿음을 너무나 가볍게 취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에 대한 간증인가? 나의 간증인가?

책을 읽으면서 할 말이 많아진다. 변명일 것이다. 마음속에 응어리진 제자가 되지 못하고 심지어 팬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만든 현실에 대한 변명들일 것이다. 

나의 삶에서 헌신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슬프다. 


 예수님이 기적과 치유의 장면을 구경하려고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거대한 무리에게 말씀하신다.

수많은 무리가 함께 갈새 예수께서 돌이키사 이르시되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눅 14:25-26)

 우리는 다음과 같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고 착각하며 그를 따른다고 그의 제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무리가 함께 갈 때 예수께서 돌아보며 이르시되 정말 많이도 모였군.
다들 친구를 한 명 이상 전도해서 오늘 밤 축제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오늘 밤 쟁쟁한 초대 가수도 올 것이다. 떡과 물고기도 충분히 준비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쇼도 진행할 계획이다.
누구든 친구를 가장 많이 데려온 사람은 무료 입장권을 주겠다.
이 언덕을 꽉 채우자!



 “나는 제자다”라고 말하려면 그 대가를 제대로 알고서 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분명히 밝혀 주셨다. 그분은 뭐든 적당히 하는 미지근한 팬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으시다. 그분은 절대적으로 헌신적인 제자만 원하신다.

 책은 우리가 제자가 되는 방법들,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는 않고 뒤로 미루고 서로 입 밖에 내지 않는 그 방법들을 조목조목 가르쳐준다.

 자신이 팬인지 제자인지 진단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진단하기 1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로만 고백하는가? 아니면 예수님을 실제로 따르고 있는가?
진단하기 2 예수님에 ‘관해서’ 아는가? 아니면 예수님을 ‘진정으로’ 아는가?
진단하기 3 예수님은 여러 애인 중 한 명인가? 아니면 하나뿐인 애인인가?
진단하기 4 안보다 밖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가?
진단하기 5 자기 힘을 믿는 팬인가? 성령 충만한 제자인가?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을 몰라서 자문하는 것이 아니다. 책 한 권을 다 읽었으니 방법을 모를 리가 없다. 

단지 결단을 내리지 못할 뿐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변신, 시골의사 / 독후감7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