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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an 11. 2020

변신, 시골의사 / 독후감72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1883-1924)는 젊을 수밖에 없다. 그의 글은 젊을 수밖에 없다.

생기발랄하고 넘치는 에너지의 젊음이 아니다. 삶의 불안과 고통, 고독감을 이겨내기 위한 치열한 젊음이다.

어쩌면 작금의 청년들의 불안하고 어두운 현실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카프카의 글은 고전으로써 꾸준히 우리에게 읽히고 있는 듯하다.




 젊은 나이에 건강하지 못했을까? 민감하고 예민하지 않았을까?

카프카는 자신에게 죽음이 가까워 온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몽상은 일반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몇 번을 읽어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묘사마저 너무나 디테일해서 그의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다.

 앞뒤 없이 하루아침에 자신이 벌레로 '변신'해 있다. 초등학교 어린아이 만한 크기의 바퀴벌레를 연상하면 글 읽기가 쉽다. 인간의 벌레 변신도 대단한 상상력이지만, 변신 후의 전개되는 상황 또한 너무나 현실적이다. 자신을 벌레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벌레로 변했음에도 그 몸체를 아끼게 되는 본성이 놀랍고, 그 몸체를 포기하지 않는다. 동시에 벌레의 몸체에 완전히 적응해 나간다. 사람의 적응력이 무섭게 빠르다. 벌레의 적응력이라고 해야 하나? 주변과 가족의 적응도 무섭게 빠르다. 결국 그는 벌레로 죽는다. 어떤 애도와 슬픔도 없이. 가정부는 그에게 ‘뒈졌다’라고 표현했다. 그의 죽음은 가족의 희망이 되었다. 그가 파렴치한이었나? 그가 평소 가족에게 피해를 주었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고독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끝까지 쓸쓸하고, 아프고 고독한 작가가 느껴진다.


 카프카는 [판결]에서 젊은 상인 게오르크 벤데만을 죽였다. [변신]에서 벌레가 죽은 것처럼.

주인공을 꼭 죽여야만 했을까? 친구가 페테르부르크에 정말로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그렇게까지 아버지와 언쟁을 벌일 문제인가? 언쟁을 벌이다 중간에 뛰쳐나가 죽었다.

 처음엔 누가 진실을 이야기했는지 궁금했다가 좀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작가는 몽롱한 상태인가? 글 자체가 모두 몽상인가? 그만큼 카프카는 정신적으로 위약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에서 모든 것을 표현하면서.


 그는 계속 출구를 찾고 있다. 본인의 건강악화인지 다른 무엇인가로 기인된 심약함을 ‘출구’라는 개념을 통해서 보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학술원에의 보고]에서는 원숭이로서, [굴]에서는 두더지로서 출구를 찾고 있다.

‘출구’라는 개념을 준비해두고서 점점 숨어 들어가고 있다. 초조해한다. 본인의 괴로움을 이길 수가 없어 벌레로 변신하고, 원숭이로 대신하며, 두더지가 되어 굴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두더지가 된다. 두더지로서 굴을 판다. 정말 두더지인 것처럼 상상하여 글을 쓴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가 이와 같은 글을 읽어줄 것인가? 하지만, 두더지가 되는 것은 그리고 굴을 파는 것은 작가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글과 함께 작가의 정신상태에 동감한다.

 굴을 파고 안락함을 찾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침대에서 이불을 칭칭 감싸 안고 별의별 생각들로써 안위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안락함을 위해서 두더지가 굴을 파는 것처럼 우리도 안락함을 위해 좋은 집과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다.

 출구는 결국 현실이고 세상이다. 카프카도 출구로 나와 현실에 살았으며, 우리도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카프카와 우리와의 다른 점이 있다. 카프카는 출구로 나오기 전 자신의 초조함과 고독감을 글로써 표현했다. 

카프카보다 표현이 서툰 우리가 그의 글에 동감하는 이유이다.




 글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나의 속생각들을 끄집어내었는지 모른다.

나만의 슬픔과 고독. 내가 느끼지 못했던 아픔과 초조함. 나에게도 있을까 했던 고통과 소소한 감정들.

나에게 이런 것들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다.

 41세를 한 달 앞두고 죽었던 연약하고 심약했던 대문호 카프카가 100세 시대를 기대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글들은 명작으로 남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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