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함을 안겨주기 위해 비바람이 부는 것처럼
준 앗~! 비가 온다. 갑자기 엄청 오네. 어떻게 해. 내일 놀이공원 가기로 했는데...비오면 못 가는거 아니야? 왜 하필이면 오늘 비 오는 거야? 비 정말 싫어.
빈 왜 그래? 난 비오는 게 좋기만 하던데. 저번에 들어보니까 아빠도 비오는 것 엄청 좋아하던데. 분위기 있다고.
준 난 싫단 말이야. 지금은 싫어. 내일 놀이공원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비오면 못 가잖아. 난 항상 햇님이 웃음 짓는 맑은 날이 좋단 말이야. 왜 날씨는 이렇게 자꾸 바뀌는거야. 매일 햇님이 쨍쨍 비치면 좋을 텐데.
빈 준아, 너 바다에 파도가 치면 좋아 싫어? 바다에 파도가 있으면 좋겠어? 없으면 좋겠어?
준 바다에 파도? 넘실넘실 거리는 거 그거? 있으면 튜브타고 노니까 재미있긴 한데 한 번씩 너무 심하게 파도가 다가오면 입이랑 코에 물이 들어가 너무 힘들긴 했거든. 있으니까 좀 무섭기는 해. 없으면... 튜브타고 노는 것이 재미있지는 않겠네. 넘실넘실 거리는데 튜브타고 있으면 출렁출렁 너무 재미있거든. 아~ 모르겠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빈 그래 니 말이 맞아. 근데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으면 있는게 낫겠지. 저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서 본 건데, 파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데.
준 그래? 왜 있어야 한데? 파도가 없으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가? 형아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궁금해지네. 어서 얘기해주라.
빈 파도가 없으면 바다가 오염된다고 해. 거대한 바다가 오염된다고 적혀있었어.
준 뭐라구? 파도가 없으면 저 큰 바다가 오염된다고? 에이, 말도 안돼. 물이 더러워지는 이유는 더러운 쓰레기 때문이잖아. 근데 파도가 없으면 바다가 더러워진다구? 난 이해가 되지 않아.
빈 나도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거든. 나도 너랑 생각이 같았어. 근데 그 뒤에 설명이 나와 있더라구. 파도가 일어나는 순간 바다 속이 뒤집힌데. 바다 속이 뒤집히면서 깨끗한 물이랑 더러운 물이 섞이면서 더러운 물이 깨끗해진다는 거야. 물은 돌고 돌면 깨끗해 지나봐.
준 그래? 그래서 파도가 필요하구나. 파도가 우리 입과 코에 물만 먹이는 것은 아니네. 파도가 없으면 바다가 더러워지고 바다에서 재미있게 튜브 놀이도 못하겠네.
빈 그렇지. 더 큰 파도는 바다 속을 더 크게 뒤집어서 바다를 더 깨끗하게 만들 거야.
준 그렇네. 근데 형아~! 날씨 얘기하다가 갑자기 바다 파도 얘기는 왜 꺼낸거야? 난 오늘 비와서 속상하기만 한데.
빈 너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이렇게 제주도 여행을 간적이 있었어. 제주도 알지? 첫 날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그날따라 비가 엄청 쏟아졌거든. 아빠가 운전하는데도 어려워 할 정도로 앞이 안 보이게 비가 엄청 왔어. 난 그 순간 하늘이 뚫렸는 줄 알았다니까.
준 정말? 하늘이 뚫린 줄 알았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어?
빈 그럼. 앞이 안 보이는 어마어마한 빗속을 뚫고 숙소에 도착했지. 밖에는 천둥번개소리가 들렸고 창문으로 보니 비는 계속 퍼붓고 있었어. 사실 나 그 때 엄청 무서웠거든. 잠든 사이 방이 떠내려갈 것만 같았어. 여행 왔는데 내일 어떻게 놀지 걱정도 되었구. 비가 이렇게 많이 오니까.
준 지금 딱 나와 같은 경우네. 오늘 비오니까 내일 놀이공원도 못갈 것 같고.
빈 그때는 더 심했었지. 하늘이 뚫렸던 것 같았다니까. 그 때와 비교하면 오늘은 비오는 것도 아니거든. 근데 다음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야. 아침에 잠에서 깨어서 밖을 보고 깜짝 놀랐어.
준 아침에? 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혹시 방이 떠내려 간 거야?
빈 방이 떠내려 갔냐구? 아니야. 나도 그럴까봐 걱정되어서 밖을 봤는데 나가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날씨가 좋은거야. 마치 파도가 있어서 바다가 깨끗해지는 것처럼. 어제 그렇게 퍼붓던 비도 그쳐있고 하늘과 땅이 정말 깨끗한 것 있지. 정말 신기하지?
준 정말? 우와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날씨가 갑자기 바뀔 수가 있지? 완전 최악의 날씨에서 최고의 날씨로. 빈 나도 너무나 신기해서 아빠한테 물어봤었지. 어제는 비가 어마어마하게 많이오고 흐렸는데 자고 일어나니 마법을 부린 것처럼 너무나 깨끗해 졌는데 밤새 무슨일이 일어난 거냐구 물어봤어.
준 그랬더니? 아빠가 뭐래?
빈 어제 우리를 힘들게 했던 비가 오늘의 최고 날씨를 만든 거래. 어제의 비가 없었다면 오늘 이런 날씨도 없는 거라고 하더라구.
준 그게 무슨 말이야?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하늘이 뚫린 것 같이 내린 비가 어떻게 화창한 날씨를 만드는 거야? 비가 마법이라도 부린 거야?
빈 나도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그 다음에 아빠가 설명해 준 것 듣고 이해가 되었어. 바다에서 파도가 하는 역할과 똑같았거든. 바다의 파도가 깊은 바다 속을 뒤집어 바다를 깨끗이 만들 듯이, 비와 바람도 더러워진 공기를 깨끗하게 씻어 준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위에는 먼지와 안 좋은 공기들이 둥둥 떠다닌다고 하더라구.
준 그런 나쁜 공기를 비가 씻어주고 바람이 뒤집어주어 깨끗이 만들었던 거구나.
빈 오~ 우리 준이 바로 이해한 거야? 정말 대단한데. 형아가 아직 설명도 자세히 안 해줬는데.
준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근데 형아, 왜 날씨는 꼭 내일 여행을 가거나 재미있게 놀려고 하면 안 좋게 변하는 거야? 너무 변덕스러워. 마치 우리가 재미있게 노는 것을 방해라도 하는 것 같단 말이야. 심술쟁이인가?
빈 너도 그렇게 느꼈어? 나도 그런 적이 많았는데. 근데 날씨는 심술쟁이는 아닌 것 같아. 그렇게 나쁜 날씨를 주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어김없이 기분 좋은 날씨를 선물해주는 것 같아. 아마도 날씨는 이런 좋은 날씨를 선물해주기 위해 변덕스럽게 구나봐.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가 있어야 좋은 날씨를 맞이할 수 있는가봐.
준 어...형아 말을 들어보니 그것도 맞는 것 같네. 하기야 나도 기분이 엄청 나쁜 것을 지나니까 기분이 왕창 좋아지더라구.
빈 친구하고 싸우고 나면 친구하고 더 친해지는 경우도 많아. 땅도 비가 왕창 오고 나니까 처음에는 질퍽질퍽해서 싫은데 며칠 지나니까 엄청 단단해 지더라구. 신기하네. 뭐든지 좋은 것이 오기 전에는 나쁜 것이 먼저 오나봐. 날씨가 화창하고 좋기 전에 꼭 비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형아 말이 맞는 것 같아. 슬퍼서 왕창 울고 나니까 기분이 오히려 좋아지는 것도 느꼈어. 걱정이 너무 되다가도 지나고 나면 걱정이 하나도 안되고.
빈 자연도 그렇고, 우리들도 그렇고...이렇게 나빠지고 좋아지고를 반복하는가봐. 앞으로는 나쁜 것이 오거나 기분이 나쁘더라도 조금만 슬퍼하자. 곧 좋은 것이 왕창 온다는 신호니까.
준 그러자, 형아~! 오늘 좋은 것을 배워서 정말 다행이야.
“꿈을 가지게 되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시련이다!”라는 말까지는 아니지만 나쁜 것이 다가오는 이유는 그 다음에 좋은 것이 온다는 신호라는 것을 빈이와 준이는 어렴풋이 알아갑니다. 변덕스런 날씨는 자연이 가진 풍요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통해, 슬픔이 다가오면 기쁨이 곧 다가옴을, 화나는 감정이 일어나면 즐거운 감정이 오고 있음을 하나씩 깨달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