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캡처 변성우 Oct 30. 2018

거절은 더 나음을 위한 요구

거절이 다가오는 순간을 마주하며

흰색 운동화가 어떠냐고 묻습니다

흰색 운동화는 지저분해지기 쉽다며 거절합니다

앞이 뽀족한 갈색 빛깔의 구두가 어떠냐고 묻습니다 

갈색 빛깔은 취향이 아니라고 거절합니다

뉴욕 양키즈의 야구모자가 어떠냐고 묻습니다

까만색 바탕의 모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합니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러 바다로 가자고 묻습니다

살갗을 까맣게 태우는 따가운 햇볕이 싫다며 거절합니다

열대야를 몰아내기 위해 맥주 한잔 하자고 묻습니다

맥주는 배만 부르다며 거절합니다

숨쉬기 운동도 운동이라며 함께 하자고 묻습니다

땀흘리지 않는 운동은 싫다며 거절합니다


새롭게 단장한 서재의 책상 위에 탁상시계를 놓는 것이 어떠냐며 묻습니다

작은 눈금이 잘 보이지 않아 거절합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하러 카페에 가자고 묻습니다

시끄러운 곳이 싫다며 거절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기 위해 태블릿을 구입하라고 묻습니다

태블릿을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해진다고 거절합니다


거절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꺼내어봅니다


흰색 운동화보다는 검은색 운동화가 더 좋습니다

갈색 빛깔의 구두보다는 검정색 빛깔의 구두가 더 좋습니다

까만색 바탕의 모자보다는 파란색 바탕의 모자를 더 좋아합니다


따가운 햇볕보다는 여름철의 시원한 나무 그늘을 더 좋아합니다

배만 부른 맥주보다는 얼큰하게 취해 열대야를 잊을 수 있는 소주가 더 좋습니다

가만히 숨쉬기 운동보다는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축구가 더 좋습니다


작은 눈금의 탁상시계보다는 큼직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벽시계가 더 좋습니다

시끄러운 카페보다는 조용한 베란다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더 맛있습니다

눈의 피로를 불러오는 태블릿보다는 종이 책이 더 좋습니다


거절은 거부가 아닙니다

거절은 더 나은 것을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거절을 받는다면 물러남이 아니라 더 나음을 가지고 다시 물으면 됩니다


거절은 영원한 거부가 아니라
더 나음을 원하는 요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의 이름은...자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