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계급화

어떤 종류의 취향이든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

by 아무거나

약 10년 정도 외국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외국생활을 하기 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모습들이 보였다. 떨어져 있던 10년 동안 한국 사회가 변한걸 수도,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거칠게 말하면 한국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사회다. 모난 부분이 남에게 피해가 갈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놔두어도 좋을 것 같은데, 뭔가 균질한 구성원들이 분포되어 있고 그것이 은근히 요구되는 게 아닌가 하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나 취향이 다양성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어떤 사회의 취향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근데 더 문제는 그러게 일원화된 취향이 또 교묘히 계급화되어있는 거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이와 경제 수준에 알맞는 옷과 자동차, 그리고 취미까지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부분이 있는건가 느낄 때가 있다. 예전에 돈을 많이 번 어떤 분이 "내가 골프, 와인, 그리고 클래식을 몰라서 상류 사회에 진입을 못했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다른 나라는 안 그러나? 고 반문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안 가봐서 모르겠다만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쓰는 문화와 말투까지 분리되어 있다고도 하고. 정도와 양상의 차이일 거라 짐작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은근히 이루어지는, 그리고 단계가 촘촘한 취향의 계급화는 문제가 더욱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한 단계라도 더 위에 있는 취향을 전시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자기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떤 계기로든, 때로는 그게 남들이게 보여주기 위함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취향은 확실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키는 게 좋다. 그게 그 사람의 삶의 스타일을 만든다. 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취향의 종류라기 보단 그 깊이라고 믿는다. 어떤 것을 진정으로 좋아하다 보면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넣어서 보게 된다.


그러니 나부터도 내 취향을 지키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이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그리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설령 나의 취향이 어떤 부분이 "모난 돌"처럼 보여 슬금슬금 깎이고 있다면 빨리 알아채고 저항할 것이다. 다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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