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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Mar 21. 2019

매스모카에서 발견한 여백

매스모카 방문 후 디아비콘의 공간과 비교

매스모카 (Mass MOCA)를 처음 가보면서 디아비콘 (Dia Beacon)과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는데, 그 이상의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매스 모카도 디아비콘처럼 오래된 공장 건물을 개조하고 증축해서 만든 미술관이라 오래된 벽돌, 공장 창문, 철골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두 미술관이 만드는 공간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디아비콘은 예쁘고, 정갈하다. 다양한 질감의 자재들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아름다운 구성을 만들어낸다. 와비사비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와비사비의 에스테틱은 거칠고, 불규칙하고, 불완전한 재료들을 빈틈없고 짜임새 있게 구성한 모양인데, 디아비콘도 그런 오래된 자재들의 규칙적인 배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디아비콘에 갔을 때 작품과 작품 사이의 여유 있는 공간 배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거장들의 큼직큼직한 작품들이 숨 쉴 공간을 충분히 가진 것도 처음 보았고, 건물도 내가 봐왔던 미술관들처럼 튀지 않으면서 작품들과 재미있는 긴장감을 만드는 대비가 재미있었다. 공간과 작품 사이의 완벽한 비율과 배치 덕분에 웬만하면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 디아비콘을 좋아하지 않는 디자이너를 아직 만난 적이 없다.



매스 모카는 공간만 봤을 때, 예쁜 공간은 아니다. 사진을 잘 찍기도 어렵고, 비율이 딱히 좋은 것 같지도 않고, 빛을 잘 받아내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된 공간이라고 보단 좀 더 평범한 오래된 건물 느낌이다. 하지만, 매스 모카의 작품들은 마치 집에 있는 것 마냥 편해 보였다. 디아비콘의 아름다움은 건물과 작품들 사이의 완벽한 비율과 관계에서 오는 것만큼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작품들은 나름의 이유로 배치되어 있고, 하나를 조금 옆으로 옮기면 전체의 균형이 흐트러질 것 같다. 반면에 매스 모카의 작품들은 건물에 더 느슨하게 배치되어 있다. 훨씬 더 큰 공간인만큼 더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매스모카의 작품들은 전시된 게 아니라, 그곳에 사는 느낌이 들었고, 전시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 작품의 방에 들어간 느낌을 받아 재미있었다. 


작품의 느슨한 배치에 대해 생각해보며 여백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여백이라고 하면 단순히 사이 공간이라고만 생각했고, 정해진 비율에 따른 고정된 값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매스 모카를 통해서 여백이 Tolerance라고 생각해보면서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는 여유분의 공간이라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공간은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고, 그 공간에 같이 있어야 알 수 있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은 착착 맞아떨어지고 정갈한 디아비콘의 공간을 선호할 수 있지만, 내겐 매스모카가 더 자연스러운 공간이고, 다양한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그림 같은 순간들보다는 어질러진 시간이 더 많다. 어쩌면 그런 삶의 부분들을 받아줄 공간의 여유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엇맞아도 어울리는 공간.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Tolerance의 여백 공간은 이분법적이지 않고 유유한 동양적 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공간을 비우고 채우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이미지출처

디아비콘

매스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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