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 이야기
15년 전, TGIF 여의도점에서 W/W(Waiter/waitress)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저녁 7시 30분경 아이를 동반한 4인 가족이 방문을 했다. 내가 테이블 담당자였는데 고객님께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이가 머그컵을 손으로 툭 쳐서 테이블 아래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난 어이없게도 그 컵을 발로 받으려고 했다. 손에는 음식이 들려있으니 신체 중 자유로운 부위가 발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발로 받으면 머그컵이 깨지지 않을 것이고 유리 파편과 소음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머그컵이 내 발 위에서 깨져버렸다. 당시 난 서비스에 대한 화려한 스킬은 없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 즉 고객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기에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 가족은 내가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 받았고 덕분에 난 그 달의 우수사원이 될 수 있었다.
*티니를 움직이게 만든 힘은?
<TGIF OYSTER THEORY>
우리 레스토랑에 오신 고객들은 굴 껍질 속의 연약한 굴과 같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시는 동안 주변의 소음이나 위험요소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TGIF 키친 매니저 시절, 나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하는 일이 있었다. 출근 스케줄에 따라 오픈 전, 저녁 영업 시작에 앞서 라인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주방에 적정 재고량은 있는지? 재료 품질이며 준비 상태가 어떤지, 직원 개인위생부터 주방위생까지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하는 과정인데 최소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주방을 점검하고 있었다. 냉장고 안의 재료 품질을 점검하고자 서랍형 냉장고를 열었다. 그런데 내 힘이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서랍이 완전히 빠져 내 오른쪽 발위로 떨어졌다. 그 아픔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곧바로 병원에 갔고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경험하였다.
TGIF 점장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레인보우데이라고 가격을 40% 할인해 주는 행사가 있었다. 평소 안 오시던 고객들마저 줄 서는 날이기에 대기 시간이 평균 1시간 이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밖에서 무려 2시간을 대기해 입장하신 가족 고객이셨는데 담당 서버가 너무 바쁜 나머지 주문 넣는 걸 깜빡 한 것이었다. 그것도 30분이 지나서야 발견했다니 고객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한 마디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나는 그 음식이 최대한 빨리 나오도록 주방과 담당자에게 조치를 취한 뒤 고객 테이블로 다가갔다. 곧바로 고객님 앞에 무릎 꿇고 이렇게 말씀 드렸다.
“실례합니다 고객님 저는 책임자 현성운이라고 합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밖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리셨는데 저희 주문 실수마저 발생했으니 얼마나 속상하셨겠어요.” 그러자 고객의 불만이 봇물같이 쏟아졌다. 나는 죄송한 표정으로 고객의 말씀을 하나하나 수첩에 적으면서 경청했다.
“제가 고객님이라도 얼마나 화나고 속상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해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진심으로 죄송하기도 했고 책임자가 돼서 왜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나 하는 자책감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 진심이 전해졌는지 고객이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며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생각할수록 화나지만 이렇게 바쁘니까 한번은 넘어갈께요. 점장님이 무슨 잘못이세요? 얼른 일어나세요” (아!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점장이나 되서 고객 앞에서 질질 짰다는 게 부끄럽다) 이어서 고객이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식사가 가능하도록 담당자에게 밀착 서비스를 부탁했다. 나는 단 한번의 만족도 체크를 한 뒤에 먼 발치에서 눈으로만 체크했다. 혹시나 내가 테이블에 자주 가면 고객과 담당자 모두 불편해 하실까봐서였다. 드디어 고객이 식사를 마쳤고 나는 계산 시 고객을 직접 응대했다. 그날 음식 값은 당연히 받지 않았고 오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달라며 식사권을 챙겨드렸다. 고객님께 큰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 가족은 우리 매장의 단골이 되었다.
위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몸에 세 가지 훈장이 있다.
#왼쪽발등흉터
당시 신길동 성애병원에서 꿰맸는데 발등에 희미하게 흉터가 남아있다
#오른쪽엄지발톱변형
오른쪽 엄지 발톱이 빠진 뒤 새 발톱이 자랐다. 하지만 발톱 모양이 변형되었다. 언제쯤 예쁜 발톱이 자랄까?
#양쪽무릎굳은살
직원일 때는 퍼피독 서비스를 하며 무릎 꿇고 고객을 응대했다. 관리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레인보우데이 날 같은 때는 무릎 꿇고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 옮겨 다니며 고객의 잃어버린 서비스를 회복하고자 노력했던 기억들이 난다.
이러한 흉터들이 보기 싫지만 내게는 자랑스런 훈장과 같다. 내가 현장을 발로 뛰며 지금껏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고객과직원환경을연구하고서비스품질을높입니다 #현검사 #현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