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들의 외도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하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깜짝 놀랐다. 50대 이상 남성들의 절반이 외도를 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 때문이다. 2015년 서울신문과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51.6%가 외도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몇 해 있으면 오십 줄에 드는 입장에서 심히 당황스러운 수치다. 주변의 50대를 보아도 외도를 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떠벌려가며 외도를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절반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검색을 해서 한 보험회사가 2016년에 조사한 결과를 찾았다. 그 조사에서도 50대 이상 남성의 외도 경험은 50.8%였다. 그나마 40대만 떼어놓고 보면 50대보다는 수치가 낮긴 하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40대 남성의 외도 경험은 36.6%였다. 둘 다 작은 수치가 아니라서 딱히 40대 남자들이 더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고 할 것도 없다. 게다가 40대도 어차피 50대가 될 테니 조사에서 나온 비율대로라면 지금 40대 남자들의 절반은 잠재적 불륜인이나 마찬가지다.
설문조사의 정확성을 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내 주변에는 한 사람도 없는데 10명 중에 절반이나 되는 외도남들은 도대체 어디에 모여서 사는 거냐고, 몇 천명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가 대표성을 얼마나 가질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할 수도 있다.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나의 주변에 그런 일이 없다고 해서 외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조사한 연령별 이혼 사유를 보면 40~50대의 경우 배우자의 외도가 42.5%로 가장 많았다. 20~30대가 21.3%인 것에 비하면 거의 정확하게 두 배가 되는 수치다. 숫자의 정확성을 떠나 경향과 추이만을 보자면 중년 남자들이 젊은 세대들보다 외도 경험이 더 많다는 점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외도의 유형
외도(外道)란 글자 그대로 도덕의 바깥으로 나갔다는 의미다. 여기서의 말하는 도덕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는 일을 일컫는다. 윤리를 저버린다는 의미의 불륜(不倫)도 비슷한 말이고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것을 처벌하는 법이 존재했을 때는 간통(姦通)으로도 불렸다. 이 말들은 부적절한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성매매도 외도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정신적 교감 없이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계를 가진 경우는 외도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혼인이라는 제도가 남편과 아내 두 사람만의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매매 역시 외도에 포함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육체관계를 기준으로 외도를 바라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육체관계에만 집중하면 외도냐 외도가 아니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만 존재하게 된다. 쉽게 말해 함께 잠자리를 가진 관계인지 아닌지만 따지게 되는 것이다. 외도 역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생기는 일이다. 사람의 관계가 갖가지 형태를 갖듯이 외도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서구에서는 외도의 유형을 대략 낭만적 외도, 우연한 외도, 정서적 외도, 승인된 외도, 사이버 외도로 구분한다. 낭만적 외도는 마음이 끌리는 대상과 서로 연애 감정을 갖고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연애라는 것이 그렇듯 육체관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우연한 외도는 흔히 말하는 '원나잇'이다. 충동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육체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외도는 플라토닉 사랑을 말한다. 성적인 교감 없이 강한 정서적 친밀감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물론 정서적 외도도 육체적 관계를 얼마든지 동반할 수 있으며, 그때는 낭만적 외도가 된다. 승인된 외도는 배우자의 승인 아래 배우자가 아닌 다른 대상과 육체관계를 맺는 것을 말하며, 사이버 외도는 직접적인 만남 없이 온라인을 통해 교감하는 유형의 외도다.
이러한 외도의 유형을 보면 육체적 관계가 없이도 외도가 성립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배우자가 내가 아닌 다른 상대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는데 육체관계없이 마음만 주고받았다거나, 아예 직접 만난 적 없이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만 교감했다고 해서 외도가 아니라고 '쿨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육체관계의 여부만이 아니라 교감의 수준과 정도도 외도를 규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외도의 목적
외도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든 간에 문제는 한결같다. 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특히 중년에 접어든 남자들의 외도 비율이 느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갱년기에 접어든 남자의 공허함을 메우려는 발버둥, 배우자와의 소원한 관계에서 좌절된 성적 욕구를 풀고자 하는 욕망, 사랑과 애정에 대한 갈망, 자신감 회복을 위한 몸부림, 결혼 생활의 권태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일탈 욕망의 실현 등 다채롭다. 이런 해석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육체관계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면 답들이 대부분 뻔해진다.
외도에도 유형이 있는 것처럼 외도를 하는 사람의 심리도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심리적 이유로 젓가락질을 하고 있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집 앞을 지나다가 짜장 볶는 냄새가 너무 좋아 짜장면을 시켰을 수도 있고, 부장님이 중화요리를 쏜다고 하길래 눈치 덜 보려고 제일 싼 메뉴를 골랐을 수도 있다. 이 집은 짜장면이 맛있다는 옆 사람의 권유를 받아들였을 수도, 메뉴를 통일하면 빨리 나온다고 해서 새우볶음밥 대신 짜장면을 선택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외도에도 유형이 있는 만큼 조금은 조밀하게 상황을 상정하고 접근해보면 더 합리적인 추측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승인된 외도를 얘기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승인된 외도는 배우자가 허락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개념의 외도로 보기가 어렵다. 외도는 배우자에 대한 배신의 개념이 거의 필수적이다. 하지만 승인된 외도는 배신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 구조다. 외도라기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은 관계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성매매와 우연한 외도
외도의 유형에는 속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외도에 포함되는 성매매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인 성매매의 목적은 하나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성매매를 외도로 본다면 그 외도는 복잡한 심리 기제나 갱년기에 접어든 신체의 호르몬 분비 따위를 얘기할 필요가 없다. 이성과의 접촉을 통해 성욕을 해소할 때 생기는 쾌감을 잘 아는 성인의 입장에서 성매매의 목적은 다른 데 있지 않다. 40대 남자들의 경우 아내와의 소원해진 잠자리, 색다름이 없는 부부 관계에 대한 권태, 새로운 섹스 상대로 인한 성적 만족감의 상승 같은 것들이 부수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외도의 한 가지 형태로서 성매매는 성욕의 해소와 성적 만족감을 얻기 위한 행동에 한정된다.
성적 행위가 우선한다는 점은 우연한 외도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연한 외도는 그 명칭만큼이나 우연성이 커야 한다. 조건을 걸지 않은 육체관계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쌍방이 서로에게 자신을 허락한다는 합의하에 이루어진다. 성적 매력에 끌렸든, 지적 매력에 끌렸든, 술을 많이 마셔서 이성의 끈을 놓았든 조건은 동일하다. 내가 호감을 느끼더라도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서로 매력을 느끼는 우연한 상황은 사람을 충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한 충동이 우연한 외도의 이유다.
그 정도는 제어할 수 있어야 어른이 아니냐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감성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남자는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일이 매우 잦다. 중년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 조사에서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78.2%가 그렇다고 답을 했을 정도다. 매력이나 호감을 넘어 서로에게 성적인 충동마저 일으키는 상대를 만나는 일도 우연이 아니면 어렵겠지만, 그렇게 딱 들어맞는 상대를 만났을 때 충동을 자제하는 일 역시 남자들에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40대라고 해서 그런 충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성적 충동 앞에서 남자들의 자제력은 연령을 떠나 그다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사이버 외도와 정서적 외도, 그리고 낭만적 외도
사이버 외도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당하는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외도라고 느끼겠지만 들킨 당사자는 실제 만남으로 발전하지 않은 경우 외도가 아닌 일탈로 변명할 여지가 있다. 다만 사이버 공간에서 실제와 유사한 성적 행위를 서로 흉내 내거나 보여줌으로써 쾌락을 얻거나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런 일은 인터넷이 등장할 때부터 있어왔다. 채팅으로 음란한 말을 주고받거나 서로의 음란한 사진과 동영상을 교환하며 성적인 욕구를 채우는 사람들은 지금도 있다. 워낙 드물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주변에서 그 사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나이 40이 넘어서 그런 자극에 탐닉하고 있다면 정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소외와 단절의 스트레스를 벗어나려는 의도가 성적인 관심과 결합하면서 사이버 외도에 빠진다고 진단한다. 사이버 외도에 빠진 사람들은 현실로 나와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정서적 외도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외도다. 육체관계보다는 정신적 교감에 중심을 둔 관계이기 때문에 육체관계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딱 잘라서 외도라고 하기도 어렵다. 의외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관계는 드물지 않다. 함께 직장에서 일하며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을 가리키는 '오피스 와이프'도 넓은 범위에서는 감정적 외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서적 친밀감에 바탕을 둔 이 관계는 외도를 하는 당사자에게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임상정신과 재클린 올즈 (Jacqueline Olds) 교수는 오피스 와이프가 실제 아내에 비해 새롭다는 느낌을 주며, 가정사나 자녀 문제 같이 복잡하고 심각한 얘기를 나눌 필요도 없기 때문에 실제 아내보다 더 부담 없이 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오피스 와이프와는 성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는 사이가 아닌 직장 동료이기 때문에 불륜이나 외도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남자의 입장에서는 장점이라고 한다.
이 오피스 와이프의 경우를 대입해 보면 남자들이 정서적 외도에 끌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내가 아닌 새로운 여자와 서로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을 하는 것은 남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더구나 순수한 관계를 가정할 수 있다면 양심의 부담을 느낄 이유도 적다. 40대 남자의 경우 사회생활을 탈 없이 해왔다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을 만날 기회가 적지 않다. 거기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연륜, 경험들을 더해 호감을 쌓다 보면 마음이 맞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게다가 40대 남자들에게 아내, 자녀, 가정에 관한 일들은 현실적인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머리 아픔과 권태를 벗어나 육체적 관계라는 도덕적 위험 없이 다른 여성을 만나 심리적 안정과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40대 남자들에게는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다. 재클린 올즈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남자는) 실제 아내보다 오피스 와이프가 더 좋고 안락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마지막인 낭만적 외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도의 전형이다. 배우자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잠자리를 갖는 것이다. 시쳇말로 '몸도 주고 마음도 다 준' 이 외도야 말로 외도의 완성형이다. 나머지 다른 유형의 외도들이 갖는 동기를 낭만적 외도가 모두 갖고 있다. 아내가 아닌 여성에 대해 느끼는 새로움, 일상에서 벗어난 관계에서 얻는 안정감과 편안함, 권태와 지루함에서 벗어난 해방감, 일탈이 주는 긴장감, 육체적 교감과 성적인 만족감이 낭만적 외도에 모두 녹아 있다. 20~30대가 아직 열띤 사랑을 할 나이라면 40대는 현실의 지난함이 시든 사랑의 자리를 슬슬 밀고 들어오는 때다. 적당한 지위와 금전적인 여유, 적절한 주변의 무관심이라는 환경은 40대 남자로 하여금 환상 속에 그리던 새로운 이성을 현실에서 실현할 적당한 구실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의 자신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몸과 마음을 던지게 된다.
외도의 이유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성매매나 일상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승인된 외도를 제외한 나머지 외도의 유형들에서 공통적인 키워드가 걸러진다. 충동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상대를 탐닉하고, 직접 만질 수 없는 상대와 모니터 화면으로 대화하고, 친한 사이라는 이유로 마음의 밑바닥까지 주고받고, 연애 감정을 품고 현실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행위를 미혼 남녀가 한다면 이상하지는 않다. 교감(交感)을 위한 상호작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기혼 남성이 주체가 되고 아내가 아닌 여성이 상대가 되는 순간 이 행위들은 도덕의 바깥에 위치하게 된다. 다만 그 행위들이 교감을 위한 상호작용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 외도의 근본 취지는 이성과의 교감에 있다.
교감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행위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교감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감의 대상으로서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눈빛을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고,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는 것은 교감을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서로를 교감의 상대로 인정함을 의미한다. 교감의 대상으로서 상대를 강하게 인정할수록 교감의 수단도 더욱 내밀해진다. 교감의 당사자들은 그 과정에서 상대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로 기쁨에 가득 차게 된다. 남자들이 여성과의 교감에 매달리는 이유는 바로 그 기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 남자의 현실은 이성과의 교감을 나누는 기쁨을 느끼기에 턱 없이 팍팍하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는 아내 아닌 다른 여성과의 접촉이 사실상 금지된다. 여기에 더해 남자로서가 아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위치는 '역할'만을 추궁당한다.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버린 탓에 부부 사이의 교감은 새로울 것도 없다. 아이들은 머리가 굵어지면서 부모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직장에서의 권위가 그나마 인정 욕구를 채워주긴 하지만 그 인정은 어디까지나 위계질서 안에서만 통용된다. 교감을 나누는 상대에게 '목적'으로 대접받는 것과는 달리 '수단'으로서의 비중이 존재의 의미를 독차지한 상황이다. 여기에 늙음이 시작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겹친다.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에 초조함과 무력감이 엄습한다. 다시 한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더없이 강해진다. 사랑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사랑을 하는 자신을 모습을 그린다. 40대 중년 남자들에게는 더없이 낭만적인 환상이다. 그 환상이 실현된 것이 40대 기혼 남성에게는 현실의 외도다.
중년 남성의 외도 얘기가 나오면 성욕을 원인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외도는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성욕 그 자체가 외도의 모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육체관계는 교감의 수단이며 때로는 교감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분명 있다. 남자는 생각만큼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성욕에 이끌려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차원의 욕구에 이끌려 더 큰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중년 접어든 남성들도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역할만이 강조되는 삶의 틀 안에 갇혀 욕구를 눌러두고 있기 때문에 그 욕구를 담을 수 있는 대상을 만나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가 40대 남성에 대해 '불혹'이 아닌 '유혹의 시기'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남자의 40대는 갱년기의 시작이면서 제2의 사춘기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