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곡절 없이 하다 보면 팀이나 부서를 통솔해야 하는 지위에 오르게 마련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개인의 업무 역량이나 성과에 따라 지위가 정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 체계를 가진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근무 연수가 차면 조직을 이끄는 지위에 오르게 된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일과 사람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리더(Leader)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리더로서의 타고난 자질이 있거나 리더의 역량을 갖기 위한 사전 준비가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예외다. 덕분에 처음 리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는 일이 잦다.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팔로워(follower)의 관점을 리더의 관점으로 단번에 변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리더십(leadership)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리더로서의 관점이 하나 생긴 것이다. 그 고민은 리더의 자리에 있는 동안 계속 지속된다. 그리고 지위가 높아져 더 큰 조직을 이끌고, 더 많은 사람들을 통솔하게 되면 리더십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더 커진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고, 관련한 강의나 강연을 듣는 노력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리더십은 종류와 유형이 매우 다양하며 생각보다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카리스마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위임형 리더십, 코칭 리더십, 슈퍼 리더십, 감성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공유 리더십, 분산 리더십, 거래적 리더십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한 것들에다가 특정 인물의 지도력을 체계화시킨 인물 리더십까지 더하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리더십이 존재한다.
리더들은 자신의 성향이나 기호, 자신이 처한 환경을 고려해서 리더십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겨본다. 작은 성취와 성공들에 고무되면서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만큼, 강연자가 말하는 만큼의 효용이 생기지를 않는다. 다른 리더십을 선택해 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리더십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때로는 옳다고 믿었던 리더십이 직원들의 반감을 사거나 과업 수행에 혼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왜 리더십은 생각만큼 먹히지 않을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리더들이 리더십에 대해 갖는 오해 내지는 착각 때문이다.
리딩과 관리의 차이
리더들이 리더십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은 리더십이 조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리더십은 조직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리더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설문 조사를 하나 살펴보자. 휴넷이 팀원급 직장인을 대상으로 팀장의 개선점을 묻는 설문을 했다. (복수 응답 가능) 응답자의 47.5%가 팀장에게 바라는 개선점으로 '리더십'을 꼽았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31.4%), 팀 내 갈등관리 능력(24%), 다른 팀과의 업무 조율 능력(18.1%), 인간적인 매력(16.8%), 팀원 육성(16.8%), 실무에 대한 이해(15.7%) 같은 응답들이 그 뒤를 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장 많이 응답을 한 '리더십'이 아니라 그 외의 답들이다. 리더십만으로 조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리더십 외의 답은 아주 적거나 없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갈등관리, 업무 조율, 리더의 인성, 인재 육성, 실무 같은 응답이 나오는 것은 적어도 팔로워들에게는 리더십이 그것들과 구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구분이 생기는 것일까? 팀장과 팀원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리더십은 모든 사람이 다르게 정의할 정도로 어렵거나 복잡한 개념이 아니다. 이런 구분이 생기는 것은 리더십 이외의 응답들이 '관리(management)'의 영역에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많은 리더들이 조직을 이끌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리더십으로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더십은 그렇게까지 거대한 개념이 아니다. 리더십으로 개선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이 몇몇의 관리 요소들과 겹치기는 해도 리더십이 그것들을 포괄할 수 있지는 않다. 리더십의 정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리더십을 '개인 또는 조직이 다른 개인, 팀, 또는 전체 조직을 지도(통솔), 또는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실용적인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리더십은 조직을 통솔하기 위한 기술이지 조직 관리를 포괄하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리더십의 학술적 개념을 보아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사회심리학자인 마틴 케머스(Martin Chemers)는 리더십을 '공통의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영향의 과정'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 정의를 리더십의 주체인 리더 입장에서 풀어보면 '공통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도움과 지원을 주는 일'이다. 관리는 이 보다 더 큰 범주를 갖는다. 상황의 예측, 자원(resource)의 조직화, 조직과 인력의 지휘, 조정, 통제 등이 관리의 범주에 속한다. 리더십이 관리의 일부에 적용될 수는 있겠지만 관리 자체가 되기는 쉽지 않다.
리더십은 올인원 샴푸 같은 것이 아니다. 관리는 관리대로 해야 하며 리더십은 기능으로서 활용을 해야 한다. 관리와 리더십을 구별하지 못하고 리더십에만 몰두하다가는 관리에 허점이 생기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관리의 허점을 리더십만으로 보완하려고 들면 문제의 해결은커녕 관리의 문제를 리더십으로 해결하려는 악순환만 거듭하게 된다. 관리와 리더십을 구분하는 것은 리더십이 조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그런 이해가 없으면 어떤 리더십에도 만족할 수 없게 된다.
리더와 리더십의 궁합
많은 리더들이 다양한 리더십들에 대해 수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리더십들은 각자의 장점이 있다. 리더들은 그런 다양한 리더십들을 검토하면서 그 리더십의 장점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입해 본다. 그리고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보통은 '이거다!'라고 생각이 드는 리더십을 선택하고 적용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고 보면 책에서 보고 강의에서 들은 것처럼 매끄럽지 않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분명 처한 환경은 자신이 선택한 리더십을 적용하기에 적절한데도 불구하고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이다. 환경이 원인이 아니라면 제일 먼저 원인을 찾을 곳은 바로 리더 자신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자질이 요구된다.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자질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 직장인이 흔히 말하는 리더의 소양이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정직, 성실, 자신감, 책임감, 헌신, 열정, 창의성, 동기 부여 능력, 의사 결정 능력, 의사소통 능력, 실무 경험 같은, 직장인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비록 리더십이 기능의 범주에 속하기는 하지만 리더가 기본 소양을 갖추지도 않고서는 써먹기 어렵다.
예를 들어 평소 책임감, 헌신, 의사소통 능력에 관해서 평판이 아주 안 좋은 리더가 팔로워를 섬기는 것을 모토로 삼는 서번트 리더십을 들고 나오면 주변 반응은 어떨까? 일단 리더십 자체가 신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보여주었던, 그래서 알고 있던 것과 너무 차이가 나는 행동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어쩌면 리더가 지금까지 부족했던 책임감과 헌신, 의사소통 부재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성을 한다고 해서 그런 소양들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 '섬김'의 소양이 없는 리더의 서번트 리더십은 팔로워에게는 그저 '흉내내기'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리더가 리더십을 흉내 내면 팔로워의 팔로워십도 흉내내기에 그치고 만다.
그런가 하면 특정한 자질을 요구하는 리더십도 있다. 예를 들면 카리스마 리더십 같은 경우 팔로워를 압도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실천이 가능하다. 평소 의사 결정 능력도 부족하고 업무나 부하직원을 대하는 자신감도 낮았던 리더가 갑자기 카리스마 리더십을 들고 나오면 일단 리더 본인부터 적응이 어렵다. 없는 기질과 성향을 당장 만들어낼 수도 없거니와, 갑자기 변해버린 리더의 태도에 팔로워들도 당황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직장생활에서 이런 광경은 의외로 쉽게 만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물렀어. 리더의 권위와 카리스마를 확실하게 보여주겠어!!"라는 다짐과 함께 갑자기 변해버린 팀장은 팀을 혼란으로 빠뜨릴 뿐이다.
리더십의 실천이 자질을 개발하고 소양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인 자질과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십의 실천이 아니라 리더십 흉내내기, 리더십 연기하기가 된다. 모든 리더가 모든 리더십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리더십을 찾는 것도 리더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리더십의 이런 특성은 팔로워들도 인지해야 한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리더십이라도 나의 리더에게는 얼마든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팔로워와의 궁합
리더가 자신의 기질이나 성향에 어울리는 리더십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그 리더십이 팔로워에게도 어울리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성향과 기질이 있다.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직장인에게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기가 존재한다. 조직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모든 구성원의 동기는 같지 않다는 얘기다. 리더십을 실천할 때는 팔로워의 그런 특징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십을 그것을 구사하는 리더가 중심에 있다. 그 결과 리더의 성향과 기호에 맞는 리더십이 팔로워들을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버린다.
팔로워들에게 하나의 리더십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목표 달성의 효율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직장이란 곳은 애초부터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더십의 기능성만을 강조해 팔로워들의 성향이나 기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팀원들의 능동적인 업무 참여를 위해 위임형 리더십을 실행한다고 하자. 일을 만들어서 하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워서 일하는 성향의 팀원은 위임형 리더십을 기꺼이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규범이나 상관의 지시에 따라 일하기를 좋아하는 팀원은 위임형 리더십이 반갑지만은 않다.
통솔해야 할 팔로워의 수가 아주 적을 때는 리더십을 개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대여섯 명만 넘어가도 개별적인 통솔은 어렵다. 그때는 리더십의 일괄 적용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팔로워들의 성향에 대한 고려가 빠져 버리면 리더십으로 인해 오히려 힘들어하는 팔로워가 생길 수 있다. 만약 그런 팔로워 수가 많다면 리더십은 적용을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된다. 모든 리더십들은 제 각각의 효율과 기능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런 효율과 기능이 충분히 검증된 리더십들이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리더십은 없다. 그런 맹점을 충분히 가늠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리더십도 먹히지 않는 일이 생긴다.
먹히는 리더십과 좋은 리더
리더십에 대한 리더들의 착각 중 마지막은 리더십을 잘 구사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는 생각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훌륭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라는 것인가? 하지만 얼마든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리더십은 통솔의 기술이다. 효율이 증명된, 널리 알려진 기술을 쓰면 좋은 기술자일까? 이 말은 효과가 증명된 치료 방법을 쓰는 의사는 무조건 훌륭한 의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몇 가지 좋은 기술과 기능을 가졌다고 해서 좋은 의사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고 해서 좋은 리더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리더십을 잘 발휘하는 리더를 좋은 리더로 생각하는 것은 리더십을 리더의 전부로 여겨서 생기는 일이다. 리더십은 리더의 역량과 역할 중 일부일 뿐이다. 만약 리더십만으로 리더의 자격을 말할 수 있다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소양 따위의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면 리더십이 잘 먹힌다는 이유로 자신을 좋은 리더라고 착각하는 일이 생긴다. 게다가 리더십이 잘 먹힌다는 '느낌'조차도 때로는 리더만의 착각일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은 수직적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다. 팀장의 리더십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팀원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들은 리더십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다만 조직 구조가 그러하니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리더십 하나만으로 리더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리더십에 대한 이러한 착각과 오해들이 리더를 힘들게 하고 팔로워를 피곤하게 만든다. 리더는 자신이 선택한 리더십이 먹히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팔로워들은 리더십에 보조를 맞추느라 피곤하다. 리더십은 전가의 보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솔을 위한 기술일 뿐이다. 조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아무 조건 없이 막무가내로 실행할 수도 없다. 리더십의 대상이 되는 팔로워에 대한 고민도 절실하고, 리더십 하나만으로 리더의 역량을 평가할 수도 없다. 이런 조건들 덕분에 리더십의 실천은 어렵고 힘들다.
팀장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자기 계발 분야를 묻는 질문에 '리더십 교육'이라는 응답이 67.3% 였다. 아마 많은 리더들이 갖가지 리더십을 실천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리더십에 너무 많은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리더십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를 내려놓는 일은 리더와 팔로워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착각과 오해를 줄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들도 가지런히 끼울 수 있는 법이다.